Tunikut's Cultural Paradise

official drafts

Nas [Illmatic] (1994, Columbia)

tunikut 2014. 4. 20. 11:02



01. The Genesis

02. N.Y. State Of Mind

03. Life’s A Bitch

04. The World Is Yours

05. Halftime

06. Memory Lane (Sittin’ In Da Park)

07. one Love

08. one Time 4 Your Mind

09. Represent

10. It Ain’t Hard To Tell

 


I never sleep ‘cause sleep is the cousin of death.

 

나스(Nas)의 데뷔 앨범 [Illmatic]을 리뷰한다는 건 쉬운 일은 아니. 지독히도 유명한 앨범에 대해 무조건적인 찬사를 보내는 것도, 피상적인 사탕발림식 언어로 치장하는 것도 별로 바람직하지 않으며, 그렇다고 어떻게든 단점을 죽자고 찾아내려고 애쓴다거나, 단순히 '취향에 안맞다'는 이유로 쿨하게 무시하는 것 역시 별로 멋있지 않다. 일단 한 가지만 딱 정하고 넘어가보자. 흔히 [Illmatic]을 서부의 갱스터랩(Gangsta Rap)/-펑크(G-Funk)의 기세에 눌려있었던 동부 힙합의 '구원자'로 여기는 경우도 있으나, 사실은 엄밀히 말하자면 서부의 갱스터랩의 기세에 맞짱을 뜨고 '동부의 강력함'을 보여준 앨범은 [Enter The Wu-Tang (36 Chambers)]였으며, 서부 힙합의 상업적 성공에 대항해 '동부의 상업적 성공'을 이끈 앨범은 [Ready To Die]였다. 그럼 [Illmatic]은 뭘까? 맞다. [Illmatic]을 얘기할 때 주변적 상황이나 외부적 성과보다도 가장 우선적으로 논의돼야 하는 부분은 바로 '앨범 자체의 완성도'

 

I woke up early on my born day.

 

잘 알려져 있다시피 나스는 이미 [Illmatic] 발매 전부터 많은 주목을 받았다. 지금으로 치면 '유출'의 개념처럼, 앨범 발매 전 이미 약 60000장 정도의 "Illmatic 부틀렉 테잎"이 만들어져 떠돌아다녔다는 사실은 그의 데뷔 앨범에 대한 기대감이 어느 정도였는지를 보여준다. 흠 잡을 데 없는 완벽한 박자감에 기초한 랩 플로우와 적절한 위치에서의 호흡 청자의 입장에서 듣는 쾌감으로서의 랩이 어떤 건지를 잘 보여주며, 그 전까지만 해도 현저하지 않던 다중 라임 구조의 사용 역시 이 앨범의 가치들 중 하나로 잘 알려져 있다. 랩의 기본 정석을 완벽하게 가지고 있으면서 그 위에 테크닉을 얹은 이 앨범에서의 그의 랩은 '완벽했다는 찬사를 받는다.

 

I'm out for dead presidents to represent me.

 

그런 완벽한 랩 기술을 가지고 써내려 나간 가사들은 유난히 [Illmatic]을 다른 앨범들과 특별히 더 구분 짓는 중요한 요소다. 적어도 '가사'면에 있어서의 [Illmatic]일종의 '혁명'에 가까운 임팩트를 일으키게 된다. 물론 절대적으로 구분할 수는 없겠지만 이전의 랩 가사들은 주로 배틀랩 상대에 대한 공격, 조롱 혹은 허풍(braggadocio), 아니면 아예 사회비판적/컨셔스(conscious)적이었다거나, 혹은 갱스터적이었다고 볼 수 있는데 이것들은 사실은 '개인'의 목소리를 담고 있었다기 보다는 어떤 '집단'을 대표하는 목소리였거나, 마치 '기믹'과 같은 역할을 했다고 볼 수 있다. 하지만 [Illmatic]에 담긴 내용들은 길거리의 거친 삶을 구체적으로 묘사하며, 이를 통해 느낀 나스라는 '개인' '리얼'한 목소리를 담았다는 점에서 달랐다. 그리고 이런 개인의 경험을 통한 현실적 묘사와 감정 전달이라는 요소는 현재까지도 랩 가사의 가장 기본적인 토대 중 하나로 중요시되고 있으며, 이는 [Illmatic]이 후대에 어떤 영향을 끼쳤는지를 잘 보여준다. (이상한 비유일지 모르겠으나 예능으로 치면 이는 마치 '리얼 버라이어티'의 혁명을 일으킨 <무한도전>과도 흡사하다.) 

 

아래는 [Illmatic] 발매 전의 주요 클래식 앨범들과 이후의 주요 앨범들을 열거해본 것이다. (물론 이 밖에도 많이 있으나 2000년대 초반까지 주로 많이 회자되는 앨범들을 모아본 것이니 원하는 앨범이 없다고 너무 노여워하지는 말았으면 좋겠다.) 이 목록들을 대충 훑어보는 것만으로도 [Illmatic]의 영향력을 어느 정도는 어렴풋이 추측해볼 수 있지 않을까.



[Illmatic] 이전의 주요작들 



[Illmatic] 이후의 주요작들 



Poetry, that's a part of me.

 

퀸스브릿지를 통과하는 열차 소리와 함께, 다리 아래 앉아 헤네시를 홀짝거리는 나스라는 한 청년의 목소리로 시작되는 이 앨범 속에는 '길거리의 거칠고 리얼한 삶'이라는 소재들로 가득 차 있으며, 그 묘사들은 무척이나 관조적이다. "Life's A Bitch"라는 곡 자체에 담긴 괴로운 현실에 대한 지독한 회의(sarcasm), "Memory Lane (Sittin' In Da Park)"에서의 과거에 대한 반추를 통해 비관적 현실을 그린 것 등은 매우 인상적이며, "Represent"에서의, 길거리의 모습을 있는 그대로 바라보듯이 묘사한 점도 주목할 필요가 있다. 그의 가사들은 때로는 마치 영화를 보는 것 같은 선명함을 주기도 하는데, "N.Y. State Of Mind"에서는 "총 싸움 중에 한쪽 팔에 총을 맞았고, 주위의 여성들이 소리를 질었으나 개의치 않고 총을 계속 쏘려다가, 총알이 걸렸음을 알고 몸을 피해 빌딩 안으로 숨어 들어왔더니 어린 아이들이 쳐다보고 있었고 이게 꿈이었다는" 몇 개의 바(bar) 속에 역동적인 여러 상황들을 눈이 부실만큼 구체적으로 그려내고 있다. one Love"에서도, "출옥 후 고향으로 돌아와 다리 위에서 알던 동생에게 조언을 해주고, 조언을 들은 동생이 한숨을 쉬고 눈을 감고 기침을 몇 번 하더니, 한쪽 눈을 살포시 뜨고 내 눈치를 보더라는" 식의 매우 섬세한 묘사는 놀랍다.   

  

Vocabulary spills I'm Ill plus Matic.

 

워드플레이(wordplay) 역시 주목할 만하다. 예를 들어 "Halftime" "I'm an ace when I face the bass."라는 구절에서는 'bass(base)'라는 단어 속에 코카인, 음악 속의 베이스, 야구 베이스, 그룹 에이스 오브 베이스(Ace Of Base) 등의 4가지 의미를 함축하고 있으며, one Time 4 Your Mind"에서는 자신의 '아카펠라 라임'만으로도 부자가 될 수 있다는 것을 '신데렐라의 구두'에 비유한다. "N.Y. State Of Mind"를 통한 앨범의 첫 구절이 "랩의 던젼에서 살아 돌아온 녀석"이면서, "It Ain't Hard To Tell"을 통한 앨범의 가장 마지막 구절은 "나스의 랩은 감옥에 가둬놔야 돼"라고 하며 앨범의 처음과 끝을 하나로 묶어 마치 뫼비우스의 띠처럼 연속성을 보인 점은 대단히 인상적이다.

 

Beyond the walls of intelligence, life is defined.

 

이 앨범 속의 가사들은 대부분의 바(bar) 한줄 한줄들에 의미를 담고 있으며, 어렵거나 현학적이지 않은 메타포와 함께 은근한 시적 매력을 보여주고 있어, 추후에 여러 곡들에 인용된 것으로도 유명하다. "Memory Lane (Sittin' In Da Park)"에서의 "Heineken을 잔에 채우고 기억의 길에서 죽은 내 친구들에게 바치네", "The World Is Yours"에서의 "새로운 녀석이 필요해, 검은 구름이 따라갈 수 있도록. 왜냐하면 구름이 날 앞서면, 내일을 보기엔 너무 어두울 테니"와 같은 가사가 주는 여운은 쉽게 없어지지 않는다. 아직까지도 힙합 역사상 가장 유명한 구절 중에 하나인 "삶이란 *년이야" "나는 자지 않아, 잠이란 죽음의 사촌이니까"를 차치하고서라도, 투팍(2Pac)이 좋아했다는 "Halftime"에서의 "내가 가야 할 시간일 땐, 난 권총을 들고 신과 함께 기다릴 거야", 이후 많은 랩 가사들에서 응용되다시피 한, 랩 게임과 드럭 게임의 유사성을 거의 최초로 언급한 "Represent"에서의 "왠지 몰라도 이 랩 게임은 마약 거래를 연상케 해"과 같은 구절들도 그러하다. 그 밖에도 이 앨범에 담긴 10곡의 수록곡들의 '제목' 역시 하나하나가 마치 고유명사나 관용구처럼 지금까지도 계속해서 인용/응용되고 있다는 점은 이 앨범의 위력을 여실히 보여주는 증거다. 물론 여기에 추후 "Stan" 등에 영향을 주었을 one Love"의 신실한 편지 형식의 대화체도 잊지 말아야겠다.

 

I'm taking rappers to a new plateau.

 

흔히 [Illmatic]을 얘기하면서 가사에 가장 주된 초점을 맞추고는 있지만, 이 앨범의 프로덕션 역시 주목해야 한다. 최고의 앨범을 만들기 위해 기획된 프로젝트였던 만큼, 당대 동부 힙합씬 최고의 프로듀서들을 소환했다. 당시 갱 스타(Gang Starr) [Hard To Earn]을 발매한 직후의, 가장 물이 오를 대로 오른 디제이 프리미어(DJ Premier, 이하 프리모) 90년대 초반 많은 걸작 앨범에 참여하였으며, 나스의 멘토들 중 한 명이기도 했던 라지 프로페서(Large Professor)를 주축으로, [Mecca And The Soul Brother] [The Main Ingredient]를 발매하던 사이 즈음의, 최고의 손맛을 자랑하던 피트 록(Pete Rock), [Midnight Marauders]를 발매한 직후의 큐-(Q-Tip)이라는 최강의 '동부 드림팀'을 구성하게 된다.

 

소위 말하는 '90년대 동부 붐뱁 스타일'의 화려한 탄생을 알리는 듯한 첫곡 "N.Y. State Of Mind"에서의 프리모의 비트는, '타이트하다'라는 것이 어떤 건지를 정의하듯, 긴박한 느낌의 베이스와 피아노 샘플이 서로 신경질적으로 맞장구치며, 이는 마치 뉴욕의 콘크리트 위에서 자동차 먼지를 들이마시는 듯한 건조한 드럼과 완벽한 삼위일체를 이루며, 나스의 타이트한 가사들과 훌륭한 매치를 보인다. 전형적인 갱 스타 시절 '프리모 스타일'의 정박 비트를 들려준 "Represent"의 흥겨움도 물론 환영할 만하지만, 이 곡에서의 그의 비트는 지금 들어도 옛스럽지 않은, 살짝 느린 BPM의 도프(dope)한 품격을 갖추고 있다고 할 만하다. 프리모의 비트가 특유의 스타일에서 약간 벗어나 있음을 느낄 수 있는 곡으로는 "Memory Lane (Sittin' In Da Park)" 역시 마찬가지다. 이 멜랑콜리한 곡에서 그는 재즈 오르간 주자 루벤 윌슨(Reuben Wilson) "We're In Love"를 샘플링해, 정말로 청자로 하여금 기억의 몽환 속으로 빠져들게 만드는데, 특히 곡의 말미에 "가장 위험한 엠씨가.. 퀸스브릿지에서 나타났네..."가 반복되며 루벤 윌슨의 오르간음과 프리모의 스크래치가 뒤섞이는 부분은 정말 자다가도 가위에 눌릴 듯한 사이키델릭함을 선사한다.

 

프리모의 비트가 앨범을 드라마틱하고 세련되게 만들어줬다면, 또 다른 한 축을 담당한 라지 프로페서는 앨범의 '로우(raw)'에 일조했다. "Halftime", one Time 4 Your Mind", 그리고 "It Ain't Hard To Tell"을 통해 듣는 내내 청자의 귓가에 둥둥거리는 베이스와 드럼만을 강조하며 가급적 그 밖의 샘플 운용을 최소화해 길거리의 거친 느낌을 더욱 극대화 했고 이 역시 '길거리의 시인'으로서의 칠링(chillin')브래깅(bragging)을 노래한 나스의 가사와 완벽한 매치를 이룬다. 특히 "It Ain't Hard To Tell"에서 멀찍이 울려 퍼지는 혼 샘플은 마치 새로운 시대를 자축하는 느낌마저 든다.

 

이제 앨범의 좀더 재지(jazzy)한 파트로 가보자. 피트 록은 "The World Is Yours"에서 특유의 안정되고 절제된 느낌의 드럼과 재즈 피아노 샘플을 이용해 앨범 내에서 가장 관조적인 분위기를 잘 보여주었으며, 반대로 큐-팁은 one Love"에서 어 트라이브 콜드 퀘스트(A Tribe Called Quest) 시절 느낌의 통통 튀는 드럼과 재즈 비브라폰 샘플을 이용해 아기자기한 분위기를 잘 연출했다. 그러나 뭐니뭐니 해도 이 앨범의 백미인 "Life's A Bitch"에서 L.E.S.기여도를 잊어서는 안되겠다. 더 갭 밴드(The Gap Band)의 명곡 "Yearning For Your Love"를 샘플링해 가벼운 클랩(clap) 스네어를 얹어 앨범 내에서 가장 소울풀한 비트가 나왔는데, 이 곡에서도 더더욱 백미는 곡의 끝에 A.Z.의 처절한 훅이 페이드 아웃되며 곧바로 이어지는 나스의 아버지 올루 다라(Olu Dara)의 뮤트 트럼펫 솔로 연주가 주는 애잔함이다.

 

Time is illmatic. Keep static.

 

[Illmatic]은 듣는 순간 모든 게 한꺼번에 느껴지는 앨범이라기 보다는, , 가사, 그리고 비트 각각의 완성도에 보다 집중하게 되는 앨범인 것 같다. 훌륭하게 짜여진 각각의 요소들이 정확하게 합쳐져서 만든 완전체 같다고나 할까? 각각을 따로따로 느끼면서 먼저 들어보고 나중에 그것들이 어떻게 합쳐졌는지에 초점을 맞춰본다면 좀더 이 앨범의 가치를 잘 느낄 수 있지 않을까 싶기도 하다. 이 세상에는 [Illmatic] 보다 '듣기 좋은' 앨범들은 많이 있다. 하지만, [Illmatic] 만큼이나 '단점이 없는' 앨범은 많지 않다.




* This post was contributed to: http://hiphople.com/review/2081151

(본 블로그에 올라온 글은 uncut, un-edited version으로 HipHopLE.com에 올라온 글과 다소간의 차이가 있을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