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unikut's Cultural Paradise

official drafts

The Notorious B.I.G. [Life After Death] (1997, Bad Boy)

tunikut 2014. 5. 22. 16:36



Disc 1

 

01. Life After Death Intro

02. Somebody’s Gotta Die

03. Hypnotize

04. Kick In The Door

05. #!*@ You Tonight (Feat. R. Kelly)

06. Last Day (Feat. The Lox)

07. I Love The Dough (Feat. Jay-Z & Angela Winbush)

08. What’s Beef?

09. B.I.G. Interlude

10. Mo Money Mo Problems (Feat. Mase & Puff Daddy)

11. Niggas Bleed

12. I Got A Story To Tell

 

Disc 2

 

01. Notorious Thugs

02. Miss U

03. Another (Feat. Lil’ Kim)

04. Going Back To Cali

05. Ten Crack Commandments

06. Playa Hater

07. Nasty Boy

08. Sky’s The Limit (Feat. 112)

09. The World Is Filled… (Feat. Too Short & Puff Daddy)

10. My Downfall (Feat. DMC)

11. Long Kiss Goodnight

12. You’re Nobody (Til Somebody Kills You)



"힙합이 그거 아냐. 그 왜 입술 두껍고 덩치 좋은 흑인이 걸죽한 목소리로 랩하는 거.."

 

주로 8090 가요를 즐겨 듣던, 힙합과는 완전 거리가 멀었던 한 형의 말이다. 당시 나는 그 형의 말을 그냥 흘렸었는데, 지금 와서 생각해보니 그 형이 이미지화했던 인물은 어쩌면 노토리어스 비아이지(The Notorious B.I.G., 이하 비기)였던 게 아닐까? 시덥지 않게 보일 수도 있지만, 이 일화는 그 만큼 비기의 존재와 음악이 당시 국내의 '일반 대중'에게까지 '힙합의 아이콘'처럼 보이게끔 어느 정도 이미지화했다는 걸 간접적으로 시사하는 듯 하다. 비기가 죽고 나흘 만에 발매된 그의 유작이자 두번째 스튜디오 앨범인 [Life After Death]는 그러한 그의 대중적 인지도가 최고조에 달했었던, 가장 '찬란했던' 시절을 반영하는 작품이다. 힙합 앨범 사상 몇 안되는 다이아몬드 달성이라는 외부적 성과를 굳이 얘기하지 않더라도 말이다.

 

비기의 음악에는 독특한 매력이 있다. 비기의 데뷔 때부터 그를 이끌어준 션 "퍼피" 콤즈(Sean "Puffy" Combs, 이하 디디)는 데뷔작부터 그의 앨범을 전두 지휘하다시피 했고, 그러다 보니 디디가 추구하던 '대중적인' 사운드는 사실 비기 음악을 이해하는데 핵심적인 키워드 중 하나다. 신기한 것은, 비기는 거칠고 로우(raw)한 힙합만을 하는 랩퍼가 아니었는데도, 힙합팬들은 대부분 그의 음악이 '도프(dope)'하다는 것에 반대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그 이유에는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가장 큰 것 중 하나는 역시 비기의 목소리와 랩이다. 비기는 직설적이었던 투팍(2Pac)과 달리 랩 톤에 있어 기본적인 개성을 유지한 채 곡의 테마에 따라 조금씩 톤이 바뀌는데 이를 통한 '은근한' 감정 전달이야말로 비기 랩의 핵심 중 하나다. 이런 부분은 오히려 전작보다도 이 앨범에서 더욱 현저한데, "누군가 죽어야해"라고 외치는 "Somebody's Gotta Die"에서의 묘하게 야비한 듯한 톤이나, "Long Kiss Goodnight"이나 "You're Nobody (Til Somebody Kills You)"와 같은 직-간접적 디스(diss)곡에서의 무심한 듯 노래 부르는 비기의 훅은 오히려 감정을 강하게 내세운 것이 아님에도 섬뜩한 느낌을 준다. 그러나 또 언제 그랬냐는 듯 "Going Back To Cali"에서의 톤은 청자도 같이 기대감에 부푼 듯 흥겨워지게 만들고, 그러다보면 어느덧 "Sky's The Limit"의 신실함에 이끌리게 된다. 반복하자면 중요한 것은, 청자들이 이렇게 느끼는 것이 단지 프로덕션의 효과가 아니고 그것을 압도하는 비기의 랩이라는 점이다. 거기에 다중 라임과는 또 다른, 라임을 위에 얹듯이 계속 더해가면서 진행하는 특유의 스킬이 주는 쾌감은 말할 것도 없다. "Hypnotize" "Long Kiss Goodnight"의 플로우를 누가 거부할 수 있을까?

 

하지만 비기의 랩을 얘기하면서 스토리텔링을 빼놓고 얘기하기는 힘들다. 그에게 '역사상 가장 위대한 랩 스토리텔러 중 하나'라는 칭호를 붙이는데 반대하는 이는 아마도 없을 듯 한데, 그 방식 역시 단순한 이야기의 전개가 아니고, 5분 남짓의 짧은 시간 동안 그 안에 적절한 서스펜스와 반전, 위트와 유머까지 갖추고 있다는 점은 랩 가사에서 흔히 볼 수 있는 게 아니다. 거기에 영화를 보는 것처럼 생생한 상황 전개와 묘사는 나스(Nas)의 그것을 능가할 정도다. "Niggas Bleed" "I Got A Story To Tell", 그리고 마지막 한 바(bar)에 반전을 심어놓은 "Somebody's Gotta Die"의 가사는 반드시 체크해보자. 곡 설명은 스포일링의 우려가 있다. (영화도 아닌 가사에서 스포일러를 논한다는 자체가 비기의 스토리텔링 능력을 반증하는 것 아닐까?)

 

듣는 이에 따라 본 앨범의 단점으로 생각될 수도 있는 부분이지만, 이 앨범에는 굉장히 다양한 스타일의 곡들이 담겨있으며, 각각의 곡들은 각기 다른 테마를 이루고 있다. [Ready To Die]가 뭔가 치밀하게 압축된 느낌이었다면, [Life After Death]는 풍성하게 팽창하는 느낌이랄까. "Hypnotize" "Mo Money Mo Problems"와 같은 그루브감 넘치는 히트 싱글들도 유명하지만, 전작의 "Juicy"를 잇는 자전적인 "Sky's The Limit" 역시 많은 사랑을 받았다. "#!*@ You Tonight"이나 "Miss U"처럼 감미로운 알앤비 넘버들도 있지만, 더 락스(The Lox)가 참여한 "Last Day", 크랙(crack) 거래의 십계명을 인상적으로 짚어낸 "Ten Crack Commandments"와 같은 스트레이트한 곡들도 빼놓을 수 없다. 웨스트코스트 스타일의 비트를 전면적으로 사용했으나 비기의 목소리로 훌륭하게 소화해낸 킬러 트랙 "Going Back To Cali"가 주는 의외성도 그렇지만, 본 떡스--하모니(Bone Thugs-N-Harmony)가 참여해, 그들 특유의 매력을 200% 녹아낸 "Notorious Thugs"의 신선함은 신의 한수에 가깝다

 

동서부간 대립이 최고조에 달했을 시기에 발매된 앨범인 만큼, '디스' (전체를 함축하는 '테마'라기 보다는) 앨범 전반에 깔린 '요소'로서 작용을 하는데, 여러 곡들에서 부분적으로 그러한 소절들이 등장하지만, 특히 나스, 래퀀(Raekwon), 그리고 제루 더 대머자(Jeru The Damaja)를 겨냥한 "Kick In The Door", 투팍을 향한 "Long Kiss Goodnight" 등은 대표적 예라고 할 수 있다. 비기 입장에서 봤을 때, 표면적으로는 자신을 공격한 이들에 대한 간접적 디스를 통해 맞받아치고는 있으나, 결국 그 내면의 분노는 "What's Beef?"를 통해 '진짜 비프가 현실에서 어떻게 나타날 수 있는지'에 대한 경고로 표출되기도 하고, 반대로 "My Downfall"에서처럼 "매일 자기 전에 침대와 옷장을 확인하고 나서야 안심하고 잠들 수 있다"는 극심한 스트레스로 나타나기도 한다. 더군다나 "Long Kiss Goodnight"의 끝에 디디의 음성을 통해 나타나는 "난 천성적으로 널(투팍) 미워할 수 없어. 널 사랑한다구. 하지만 사랑과 증오의 선은 너무 얇아."라는 외침이 주는 묘한 느낌은 비기의 양가감정을 대변하는 것처럼 보인다.

 

[Ready To Die] [Life After Death]라는 타이틀에 담긴 '죽음'의 의미는 원래 마약상으로서의 과거를 '청산'한다는 의도였다고 한다. 나쁜 과거를 끝내고 더 나은 삶을 살고자 했던 비기였지만, 정작 [Life After Death]에 담겼던 테마는 '청산 이후의 더 나은 삶'이라기 보다는, 극심한 동서부간 대립과 성공 후에 찾아온 헤이터(hater)들로 인한 불안과 스트레스였다. 그리고 끝내 그가 원했던 과거의 '청산'은 실질적인 '죽음'으로 이어지고 말았다. 그것이 유난히도 대중적인 곡들이 많이 담겨 있지만 이 앨범이 오히려 전작보다 더욱 어둡고 우울한 느낌을 주는 이유다. 참으로 아이러니하다

 

Rest In Peace, Christopher George Latore Wallace (1972. 5. 21. - 1997. 3. 9.). 




* This post was contributed to: http://hiphople.com/review/21663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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