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unikut's Cultural Paradise

official drafts

Army Of The Pharaohs [In Death Reborn] (2014, Pazmanian Devil Music/Enemy Soil)

tunikut 2014. 5. 8. 12:34



01. Curse Of The Pharaohs (Feat. Vinnie Paz, Apathy, Celph Titled, Esoteric & Reef The Lost Cauze)

02. Midnight Burial (Feat. Reef The Lost Cauze, Crypt The Warchild, Esoteric, Des Devious & Celph Titled)

03. Broken Safeties (Feat. Apathy, Lawrence Arnell, Vinnie Paz & Celph Titled)

04. God Particle (Feat. Vinnie Paz, Planetary, Esoteric, Apathy & Celph Titled)

05. Luxor Temple (Feat. Blacastan, Vinnie Paz, Apathy, Esoteric, Celph Titled & Planetary)

06. Azrael (Feat. Block McCloud, Reef The Lost Cauze, Vinnie Paz & Crypt The Warchild)

07. The Demon’s Blade (Feat. Vinnie Paz, Celph Titled, Apathy, Blacastan, Planetary & Esoteric)

08. See You In Hell (Feat. Celph Titled, Planetary, Blacastan & Vinnie Paz)

09. Headless Ritual (Feat. Blacastan, Apathy, Vinnie Paz, King Syze, Zilla & Planetary)

10. Visual Camouflage (Feat. Apathy, Zilla, Vinnie Paz, King Magnetic, Celph Titled & Esoteric)

11. Ninkyo Dantai (Yakuza) (Feat. Vinnie Paz, Celph Titled, Blacastan, Apathy, Esoteric & Planetary)

12. Digital War (Feat. Celph Titled, Planetary, Blacastan, Esoteric, Apathy, Crypt The Warchild & Vinnie Paz)

13. 7th Ghost (Feat. Reef The Lost Cauze, Doap Nixon, Blacastan, Demoz & Vinnie Paz)

14. Sumerians (Feat. Vinnie Paz, Blacastan, Apathy, Celph Titled & Esoteric)



일단 전제 하나 깔고 시작하자. 미국 언더그라운드/하드코어 힙합 슈퍼그룹 아미 오브 더 패로우스(Army Of The Pharaohs, 이하 AOTP)의 음악을 사랑하는 사람들의 심리는 거의 같다. 우린 이들에게서 시적인 가사나 감동적인 스토리텔링을 기대하지 않는다. 물론 감미로운 분위기나 달달한 사운드를 원하는 건 더더욱 아니다. 하물며 그들에게 뭔가 대단한 '실험성'을 요구하지도 않는다. 그저 이들의 음악을 들으면서 이들의 '조지는' 사운드와 '조지는' 랩을 듣고 '조짐'을 당하고 싶은 것이다. 우린 살면서 때로는 예술 작품의 감상을 위해 마조히즘(masochism)적인 태도를 요구 받을 때도 있는데 AOTP의 음악을 들을 때 그렇다. 따라서 이들의 음악을 감상하거나 비평할 때는 '얼마나 잘 조졌냐'에 초점을 두는 것이 가장 적절하다. (용어상의 전제도 하나 깔자. 편의상 [The Torture Papers] '1', [Ritual Of Battle] '2', 그리고 [The Unholy Terror] '3'이라 칭하겠다.)

 

로마 제국이 성공한 이유 중 하나는 다민족 구성이라고 했다. 한마디로 '닫힌' 구성이 아닌 '열린' 구성이 더욱 하나의 공동체가 성공적일 수 있다는 것. 그런 의미에서 AOTP 역시 지금까지 4장의 앨범들을 발매해오면서 기본이 되는 주축 멤버들을 바탕으로 이들과 크고 작게 관계를 맺고 있는 몇몇 엠씨들이 들어왔다 나가면서 각각의 기량을 펼치는 각축장과 같은 형태를 보였다. 또 엠씨 뿐만 아니고, 프로듀서진 역시도 기존의 베테랑 프로듀서들부터 무명의 신인까지 특별한 차별 없이 기용했다는 점이 지금까지 꾸준히 좋은 음악을 유지해온 가장 큰 이유가 아닐까 싶다. (1집에서 그들에겐 무명과 다름없는 랍티미스트(Loptimist)를 기용해서, 심지어 그 곡을 앨범의 리드 싱글로 내세운 점을 봐도, 얼마나 이들이 '열려'있는지 알 수 있다. 본받자. '유지'의 가장 큰 힘은 역설적이지만 '열린' 형태라는 점을.)

 

이번 앨범 역시 마찬가지다. 아까 '얼마나 잘 조졌냐'에 초점을 두자고 했다. 이번 앨범? '잘 조졌다.' 이들의 1집은 대다수의 팬들이 인정한 하드코어 클래식이었는데, 혹시나 2집이나 3집에 실망을 하신 분이 있을지 모르겠다. 이들의 음악적 특성상 앨범에 따른 기복이 큰 편은 아니지만, 훌륭한 프로덕션이었음에도 주축 멤버 애퍼씨(Apathy)가 빠졌었던 2집이나, 다소 고개를 갸우뚱하게 할 만한 프로덕션에 애퍼씨, 셀프 타이틀드(Celph Titled), 그리고 에소테릭(Esoteric)과 같은 주축 스타 엠씨들의 기여도가 낮았던 3집은 다소간의 아쉬움이 있었다. 하지만 이런 점들에 대한 피드백을 고려한 듯, 이번 앨범의 큰 특징 중에 하나는 대다수의 곡들에서 주축 멤버들의 목소리를 진득하니 들을 수 있다는 점이다. (기타 멤버들을 무시하는 것은 절대 아니니 오해 없기 바란다.)

 

팬들의 피드백이 어느 정도 반영된 것 같다는 느낌은 시작부터 강렬하게 다가온다. 평작에 가까웠던 3집에서도 많은 이들로부터 킬러 트랙임을 인정 받았던 "Spaz Out"에 대한 피드백을 이들도 간파했을까. 그 곡에서와 같이 '흑폭풍' 휘몰아치는 듯한 살벌한 비트를 가진 "Curse Of The Pharaohs", 앨범은 문을 열자마자 마스크를 쓰기도 전에 청자의 안면에 흑폭풍 먼지를 선사한다. 다시 한번 말한다. 우린 AOTP 앨범을 약간은 마조히즘적인 자세로 들어야 하기 때문에 이 흑폭풍 먼지가 반가워야 된다. 근데 고맙게도 이 시작부터 강렬하게 다가온 흑폭풍은 중반부의 "Ninkyo Dantai (Yakuza)"나 끝곡 "Sumerians"에서도 여전히 불어닥친다. 아마도 앨범 자켓에 사막에서 방독면을 쓰고 앉아 있는 사람은 이 사실을 이미 알고 있었던 것 같다.

 

주지했듯이 이들은 음악 자체가 기복이 별로 없는 스타일이기 때문에 어찌 보면 '맨날 다 똑같다'고 느껴질 수 있는 허점이 있겠으나, 예의 느릿느릿하면서 스타일리쉬한 비트를 들려주는 밴더슬라이스(Vanderslice)가 프로듀스한 "Broken Safeties"나 앨범 끝자락에 위치한 "7th Ghost"에서의 오컬트(occult)스러운 느낌은 앨범의 다양성에 기여하고 있다. 특히 스월른 멤버스(Swollen Members) 등과 주로 작업했던 폴 나이스(Paul Nice)가 선사한 "Luxor Temple"에서의 스트레이트한 4/4 비트 드럼은 기존의 AOTP 음악에서 듣기 어려웠던 신선함을 준다. 데미가즈(Demigodz) 최근 앨범에서 그랬듯이 프로듀서로서의 애퍼씨는 하드코어 힙합이라는 테두리 내에서 다양한 실험을 보여주는데 그가 프로듀스한 "Headless Ritual"에서의, '소울 샘플' '신디사이저 전자음'이라는 언발란스함이 주는 묘한 시너지는 주목할 만하다.

 

이런 다양성도 있겠으나 역시 AOTP 올드팬들을 위한 '맨날 다 똑같은'(나쁜 뜻이 아님) 사운드도 물론 있다. 이번 신작의 아트웍을 보고 혹시나 "기존 AOTP 특유의 '고대 이집트 전사적' 느낌이 없어졌으면 어떡하지?"라고 걱정이 된다면 "The Demon's Blade" "Digital War"를 듣고 다시 판단하기 바란다. AOTP가 늘 그래왔듯이 프로듀서진은 이번에도 거의 죄다 갈렸지만 그 중에 익숙한 이름이 하나 있는 게 비니 패즈(Vinnie Paz) 사단의 씨-랜스(C-Lance). 그가 만든 "See You In Hell"하고, 요새 언더그라운드에서 가장 핫한 프로듀서 중에 하나인 스투 뱅어스(Stu Bangas)가 프로듀스한 앨범의 첫 싱글 "God Particle"은 반드시 체크해보자. 기존의 AOTP 특유의 색깔을 그대로 유지하면서 최근의 트렌드에 맞는 살짝 느린 비트에 스타일리쉬함을 더한 도프한 트랙들이니 말이다. 가히 AOTP가 나아갈 방향을 지침해주는 비트들이 아닐까 싶다.

 

AOTP는 팬들을 실망시킨 적이 별로 없었고, 이번에도 그렇다. 또 앞으로도 그럴 거라 믿는다. 팬들은 그들에게 많은 걸 바라지 않는다. 대한민국의 삼촌팬들에겐 나인 뮤지스가 있고, 대한민국의 중년 여성팬들에겐 유아인이 있듯이, 우리 하드코어 힙합팬들에겐 AOTP가 있다그렇게 각자의 욕구에 대한 '목마름'을 채워주는 역할로서 그들은 충분하다. 아니, 고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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