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unikut's Cultural Paradis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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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vid Lynch [Twin Peaks: Fire Walk With Me] (1992)

tunikut 2013. 12. 28. 02:41


사실 아주 옛날에 '비디오'로 빌려서 봤었는데, 그 때는 TV 시리즈도 안보고 별 사전 지식 없이 감독 이름만 보고 집어들었던 거라 내용도 하나도 이해가 안되고, 캐릭터도 모두 생소하면서 이유없이 졸라게 무섭고 졸라 야했던 걸로만 기억이 난다. 아마 보다가 중간에 끄고 나중에 좀 이어서 보고 뭐 그랬던 걸로 기억. 근데 몇년 전에 TV 시리즈 전 에피소드를 매일밤마다 조금씩 꽤나 열심히 봤고, 드디어 이 극장판 화이어 워크 위드 미를 revisit할 수 있도록 준비를 딱 갖춘 후에 오늘 이걸 봤는데! 와....... 정말.. 정말 정말.. 숨죽이고 재밌게 봤다. 린치 감독님 영화는 꽤나 봐왔지만, 그 동안 본 린치 감독 영화들 중 제일 재미있게 본 듯 하다. 


일단, 옛날에 봤을 땐 뭔소린지 뭔내용인지 하나도 이해가 안됐는데, TV판을 다 본 상태에서 보면 '의외로' 꽤나 친절하게, 린치 감독이 "응, 그러니까, 이렇게 이렇게 돼서, 그게 이렇게 이렇게 상황이 흘러갔던 거야. 그렇게 해서 로라 파머가 죽게 된 거지."라고 조곤조곤 얘기해주는 것 같아서 하여튼 되게 재미있었다. 즉, TV 시리즈의 프리퀄 스토리이며, 로라 파머가 죽기 직전까지의 상황을 다룬 거라고 보면 된다. TV판에서 많이 접하지 못했던 셰릴 리의 연기가 가장 깊은 인상을 주는 건 당연하고, '의외로' 이 극장판은 TV판보다는 '쉽다.' 그러니까 이상하고 몽환적인 장면도 역시 TV판이 더 많이 나왔다는 소리. 


안노 히데아키가 자기가 제일 지랄하고 싶은 걸 에반게리온 TV+극장판에 지랄해낸 거라면, 내 생각에 이 트윈 픽스 TV+극장판 역시 데이빗 린치가 제일 지랄하고 싶은 걸 제대로 지랄해보인 것 같다. 나도 진짜 제일 지랄해보고 싶은 걸 한번 제대로 지랄해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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