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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ichael Haneke [La Pianiste] (2001)

tunikut 2013. 12. 19. 01:36


하네케 감독 영화들은 대부분 내가 무척이나 쌍수를 들고 좋아하는 편인데, 그 중에서도 제일 재미있게 본 영화지 싶고, 어떻게 보면 불편하기 그지없는 하네케 감독의 영화들 중 그나마 덜 어렵고, 덜 불편(?)했던 영화지 싶다. 아아 오해하지 말라. 이 영화? 충분히 불편하고 엽기적이다. 


하네케 감독의 영화를 볼 때마다 난 이상하리만치 그 씨니컬하기 그지없게 생긴 하네케 할아버지가 날카로운 눈빛으로 날 바라보고 있는 것만 같은 느낌이 든다. '하네케의 눈!' 뭐 이런 식의 다큐멘터리랄까. 인간 본성의 추악함을 정말 사악하고 매정하리만치 차갑게 표현하는 하네케 감독의 영화치고는 이 영화는 뭐랄까.. 좀 이색적이었다. 이 영화는 인간 본성의 추악함을 얘기하는 게 아니고, '나약함'에 대해 말하고 있는 것 같았다. 신의 연기를 보여준 이자벨 위페르의 '완전히 돈' 싸이코 캐릭터에 초점을 맞추는 이들이 대부분일 수 있겠지만, 영화를 끝까지 보면서도 난 내내 여자 주인공에게 어떤 연민같은 게 느껴졌다. 우리도 살면서 가슴이 찢어질 듯이 아플 때면 왠지 칼로 자기 가슴을 찌르고 싶은 그런 광경을 상상할 때 있지 않나. 이 영화의 엔딩씬은 왜 미카엘 하네케 감독이 천재인지를 다시금 증명해준다. 건물 밖을 빠져나가는 이자벨 위페르를 뒤로 감독 특유의 롱테이크로 비쳐준 건물 앞 밤풍경은 좀처럼 잊혀지기 어렵다. 이상한 단절된 길거리의 풍경이 주던 묘한 여운이 압권인 멋진 엔딩이다. 저 포스터씬이 굉장히 유명한데 영화를 다 보면 알겠지만 저 장면이 그나마 영화 속에서 두 주인공이 정말로 '정상적'으로 사랑을 나누는 유일한 장면이다. 그래서 저 장면은 왠지 모르게 더욱 마음을 아프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