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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lejandro González Iñárritu [Biutiful] (2010)

tunikut 2013. 10. 10. 00:25

 

적어도 나한테는 알레한드로 곤잘레즈 이냐리뚜라는 인물은 영화감독이라기 보다는 어떤 철학자같은 느낌인데, 그 이유는 [아모레스 페로스]부터 시작해서 지금까지 줄곧 그의 연출작들은 모두 일관되는 하나의 코드를 끈질기게 유지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렇게 한결같기도 참 쉽지 않다. 즉 뭐냐면 지독한 harsh life struggle들이 있고 그 안에서 고뇌하고 허덕이는 인간 군상들, 그리도 그 각각의 (다양한 인종의) 군상들은 모두 제각기 다른 사연들을 모두 가지고 있기 때문에 모두 누구 하나 미워할 수는 없다는 것.. (그래서 이냐리뚜 감독의 영화 안에는 '절대악역'이 없다.) 물론 이 영화 [비우티풀]의 테마는, 전작 [바벨]까지 끈질기게 유지되던 그 일관된 테마를 탈피하고는 있지만 그 밑바탕에 깔려있는 감독의 코드는 여전하다.

 

하비에르 바르뎀! [노인을 위한 나라는 없다]에서 처음 봤던 그는 정말로.. 역대 영화사상 '최고 후덜덜 싸이코패스 킬러' 순위 안에 꼽을 수 있을 정도로 살벌한 악역 연기를 보여줬는데, 이 영화에선 언제 그랬냐는 듯이 완전 진득한 소울 연기를 보여준다. 나 역시 두 딸을 키우는 아버지가 되어보니, 이 영화를 보고 찡해질 수 없다면 이상한 것이고, 후반부에 딸 안나가 '날 떠나지 말아요'라고 던지는 한마디가 주던 울림이 어찌나 크던지.. 끝내 또 살짝 울컥했다. '시한부 인생'이라는 어쩌면 지독히도 진부할 수 있는 소재를 감독은 다른 식으로 풀어냈는데 이 전의 모든 시한부 영화들이 '아름답게 삶을 정리하는' 주인공을 보여줬다면 잔인하게도 감독은 시한부 삶의 끝순간까지도, 아름답게 끝내고 싶지만 그렇지 못한, 허덕이는 주인공을 보여준다. 그런데도 천연덕스럽게 감독은 관객에게 '비우티풀?'이라는 헛웃음 짓게하는 역설을 던지면서, 결국 자신보다 훨씬 젊어보이는 젊은 시절의 아버지와 조우하는 최고의 엔딩씬으로 관객들에게 짙은 여운을 남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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