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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기덕 [해안선] (2002)

tunikut 2013. 9. 21. 22:19

 

데이빗 린치 감독이 에일리언의 새 시리즈를 맡아서 한다면 어떨까에 준하는 언발란스함과 호기심을 자극한 것은 장동건이 김기덕 감독의 영화에 출연했다는 것을 접한 나의 구미였고, 본다 본다 그러다가 지난번에 [피에타] 개봉에 맞춰 부랴부랴 감독의 작품들을 챙겨봤더니 이제 또 [뫼비우스] 개봉에 준해 또 부랴부랴 챙겨보고 있다. 근데 얼마 전 본 [피에타]에 약간의 새침한 실망감을 느낀 내가 [피에타]에 비하면 개천대받는 [해안선]을 보고, 마지막 엔딩 크레딧이 나오는 순간 케이팝스타2에서 신지훈의 끝마무리를 바라보던 박진영의 흐뭇한 아빠미소를 짓게 되었다. 'tunkut은 김기적 감독을 보고 아빠미소를 짓는다.'

 

오히려 전반적으로 깔린 미만성 어색 설정 연기들은 안나오면 섭섭할 정도로 감독의 트레이드 마크지 싶지만, 적어도 이 영화에서의 장동건-박지아-유해진의 초강력필살연기들 하나만으로도 이 영화는 충분한 값어치가 있다. 만일 [악어]의 엔딩씬 같이 brain의 gyri 사이사이를 irrigation하는 것 같은 신선한 쇼킹 장면을 보고싶다면 박지아씨가 하혈을 하며 수족관 안에 주저앉는 장면을 관람하면 된다. 말도 안되는 상황에서 말도 안되는 최악의 구원 (감독의 영원한 테마!)을 경험하고자 한다면 박지아씨가 장동건씨를 연민어린 시선으로 바라보며 피해자가 가해자를 동정하는 모습을 관람하면 된다. 좆같은 시스템에 대해 분노하고 싶다면 장동건씨가 귀신 웃음을 지으면서 군대를 응징하는 장면을 관람하면 된다. A로 인해 B가 C에게 피해를 입혔고, 가해자인 B는 피해자인 C의 연민을 받아 최종적으로 A를 응징하지만, 결국 B와 C는 파국적 결말을 갖는다. A는 유지되고. [실제상황]에서 주진모씨의 불특정다수의 비웃음을 향한 최후의 지랄을 또 느껴보고 싶다면, 영화의 엔딩씬에서 각잡힌 멋진 총검술로 '명동 한복판의 응징'을 관람하면 된다.

 

어디 MR인 여자를 겁탈해서 임신시켜 놓고, 급하니까 불법 시술로 septic abortion을 만들어놓고, 하복부 정중앙에 뚜렷한 임신선이 있는데 어디 열감기라고 산부인과 진료도 거부하고 해열제만 놔달라 그러고, 환자는 그렇게 뭣도 모르고 사경을 해매고 있는데 뒤에서 수군수군거려? 난 그때 악마를 보았다. 정말로. 개씨발년놈것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