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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ndrzej Zulawski [L'Amour Braque] (1985)

tunikut 2013. 10. 4. 00:23


가뜩이나 [포제션] 보고 나서 이 감독의 다른 영화들에 궁금함이 꽤 많았었는데 모님의 추천 댓글을 보고 이 영화에 관심이 있었던 중 역시나 쿡티비의 내공의 대가로 이 영화를 볼 수 있게 된 것에 감사한다. 메가티비 시절부터 열심히 이걸 구독해서 본 보람이 참 크다. 


대부분의 인터넷 블로거들의 평점은 이 영화에 '졸작'이라는 것이 중론이지만, 개인적으로는 전혀 동의할 수 없는 부분이며, 지난번 [포제션]에서도 그랬지만 감독이 표현하고자 하는 메세지를 과장된 행동과 싸이코 드라마 같은 기법으로 보여준다고 해서 졸작이라면 할 말 다했다. 진료실에서 진료를 보고 진료실 문을 닫고 나가버리면 대부분의 환자들이 '근데 의사가 방에서 나한테 무슨 말을 했었지?' 하고 잊어버리는 게 대다수라고 하는데, 그럴 바에야 의사가 좀 우스꽝 스럽거나 과장된 말투와 행동, 몸짓으로 환자에게 메세지를 강력하게 각인시켜 준다면 그 환자의 예후에 훨씬 더 도움이 될 것 아니겠나? 나같은 경우는 비뇨기과 의사지만 실제로 환자가 잘 이해못하는 경우엔 집에서 어떻게 해야 되는지 내 scrotum을 부여 잡고 (물론 보여주는 건 아니지만) 이렇게 이렇게 해보라고 하면 환자가 나의 우스꽝스런 몸짓에 웃더라도 분명히 내 행동을 보고 집에 가서 어떻게 해야되는지 강력하게 각인이 되었을 거다. 그게 쥴랍스키 감독 영화의 미친 사이코 같은 과장된 행동들이 주는 의미다. Dig it?


다 필요없다. 다 집어치우더라도 엔딩 직전 5분 정도의 컷에서 10000% 만족해버렸다. 기차 안의 환상 속에서 면사포를 쓴 (죽도록 매력적인) 소피 마르소의 한마디. "나랑 같이 갈까?" 그리고 폭삭 늙어버린 주인공이 멍하게 앉아 있는 모습. 이윽고 울리는 싸이키델릭한 스코어. 그리고 크레딧과 함께 귓가를 울리는 소피 마르소의 절박하게 느껴지는 탁한 보이스. "날 데려가줘. 네가 원하는 곳으로." 


최고다. [포제션]을 보고서도 연신 '최고다'를 외쳤지만 이번에도 또 그런다. "최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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