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unikut's Cultural Paradis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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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ndrzej Zulawski [Possession] (1981)

tunikut 2013. 5. 21. 22:15

 

 

(스포일러 있어요)

 

이 문제작을 이제서야 봤다. 이런 영화를 이제서야 본다는 것은 참 행운이다. 세상에는 아직도 이렇게 숨은 보물같은 영화가 천지라는 뜻이니 말이다. 이 영화를 알게 된 건 아주 우연. 유투브에서 Crystal Castles의 음악들을 듣다가 누군가 이 영화의 그 유명한 지하도씬과 짜깁기한 뮤직비디오를 보고, 강한 충격과 울림을 느껴서다. (영화도 채 아직 보지 않은 상태에서 그 씬 하나만으로도 며칠밤을 잠못 이뤘다.)

 

이 영화.. 아.. 진짜. 이 강한 이 막 솟아오르는 이 느낌을 어떻게 글로 표현할지 모르겠다. 혹자는 이 영화가 무척 난해하다고 하지만 절대 난해한 영화가 아니며, 데이빗 린치나 알레한드로 조도로프스키에 비하면 매우 탄탄한 플롯과 '스토리', 그리고 분명한 '메세지'를 가지고 있기 때문에 보고 나서 무슨 내용인지는 아주 충분히 이해가는 영화다. 불친절해서 그렇지.

 

일단 영화가 상당히 충격적이다. 내가 여지껏 살면서 본 영화 중에 이 영화처럼 '충격적'이었던 게 또 있었나 싶을 정도로.. '충격'면에서는 최고였다. 이자벨 아자니의 이 영화에서의 연기야 뭐 워낙 잘 알려진 터라 구태여 얘길 않하겠지만 (정말 영화사에 길이남을, 두고두고 마치 '교본'처럼 남을 연기라고 생각), 카메라를 클로즈업하여 관객을 정면으로 응시하거나 노려보는 장면은 아무리 생각해도 그 어떤 공포 영화의 장면보다도 후덜덜하며, 지하도씬과 함께 더불어 유명한 '발레 교습'씬이 줬던 몇분 동안의 숨막히는 서스펜스도 압권이다. 이자벨 아자니가 그 괴물과 함께 살던 그 허름한 집 내부 공간이 주던 공포감도 장난 아니다. 그 축축한 바닥의 지하도는 또 어떤가. 정말 장면장면 배경배경 하나하나 이루 말할 수 없을 정도로 최고다. 이 영화에서의 이자벨 아자니! 말이 필요없다. 정말 아름다우면서도 정말로 무섭다.  

 

설렁설렁 툭툭 끊기면서 난해하게 흘러가는 것처럼 보였지만 내가 이 영화에 최고점을 주고 싶은 이유는, 끝까지 보고 나면 그 분명한 메세지와 퍼즐 조각이 딱딱 맞아들어가면서.. 감독이 주고자하는 메세지가 너무 뚜렷하게 느껴지기 때문이다. 녹색눈을 가진 서로의 도플갱어가 주는 의미, 마지막 계단에서 서로 죽어가면서 오리지날 인물들은 뒤늦게 사랑을 확인하여 입을 맞추지만 이와 반대로 영화의 엔딩에서 녹색눈을 가진 두 도플갱어의 만남이라든지.. 너무나 기막히게 딱딱 퍼즐 조각이 맞춰지지 않나? 그러면서 동시에 마침내 아들의 자살과 함께 완전체를 갖춘 '악마'의 탄생, 그 악마가 그 학교 선생님 현관 앞에서 사악한 몸짓을 하던 끝장면은 두고두고 잊혀지지 않는 최고의 엔딩 중 하나였다. (아, 이 영화는 오프닝도 짱이다.)

 

최고다! 물론 매우 어둡고 매우 무섭고 매우 충격적이고 매우 찝찝한 영화지만.. 최고다! '최고'라는 말을 몇번이고 되풀이하고 싶다. 정말 최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