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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lejandro Jodorowsky [El Topo] (1971)

tunikut 2012. 10. 21. 23:41

 

일단은. 약간은. 하도 호들갑들이라서 너무 기대를 많이 한 느낌이 없지는 않지만 그래도 역시 명불허전인 영화임에는

분명하다. 기괴한 영상 빼고는 사실 스토리만 봐서는 난해할 게 하나 없는 영화. 오히려 너무 계몽적이고 너무 정직하고

어떻게 보면 헐리우드적이라고도 할 수 있는 스토리이기 때문에 막 진짜 무지하게 난해함을 기대한다면 오산이다.

역시나 지난번 "판도와 리스"에서도 느꼈지만 이 감독님 영화의 압권은 역시 '영상'. 정말로 딱 꿈속에서 본 것 같은 그

기괴한 배경들은 너무 너무 맘에 든다. 그 약간 편안하면서도 불길한 느낌.

 

freaky함 속에서 심오함이 느껴지는 이 분의 스타일을 이제는 알 것 같기도 하다. 마치 지저분한 차림의 한쪽다리를 저는

난쟁이 앵벌이가 다가와 내 귀에다 대고 "보이는 것이 다가 아니다." 이런 철학적이고 심오한 가르침을 주는 느낌이랄까.

아니. 이 분의 영화는 그보다 더하다. 마치, 그 앵벌이가 나에게 다가와, 엑! 이러고 인사하고 툭 치고 어설프게 걸어

가다가 자빠지고, 다시 일어나서 나 한번 쳐다보고 또 따른 사람한테 가서 엑! 이러고 또 인사하고 다시 나한테 다가와

힐끗 쳐다보고 그냥 멀찍이 가는데 알고 보니 그 사람의 움직임과 행동 반경 속에 내가 찾고자하는 지도와 방향에 대한

힌트가 나와있다는 뭐 그런 설정? 굉장히 바보같고 과도하게 어설프고 의도적으로 미숙한 처리 속에서 느껴지는 왠지

모르겠는 조롱, 유머, 철학, 은유, 그리고 종말적으로 다가오는 회개와 참회와 구원과 순교의 종교적 메세지.

 

뭐 이런 게 아닐까 싶다. 영화가 참 의롭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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