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unikut's Cultural Paradis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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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송희일 [탈주] (2010)

tunikut 2012. 9. 30. 20:34

 

나의 취향은 약간 독특하다. 뭇남성들이 사랑하는 여자 연예인들 대부분에게 매력을 잘 못느끼기 때문이다. 대표적인 예로,

한가인, 윤아, 손예진, 김희선, 김태희, 전지현. 전혀다. 전.혀. 그렇다고 내 취향이 이상한 건 아니다. 반대로, 고소영, 고현정,

유이, 전지윤 (포미닛), 문채원 등이 내 취향이니 이제 날 이상하게 안보아도 좋다. 그렇지만, 소위 '내 취향'에 있어서 상기

열거한 여자 연예인을 바를 수 있는 대표녀가 있었으니 그녀가 바로 소유진이다. (원래 진짜 '내 스타일'은 밖으로 표현을 잘

안하는 법. 내 주위 사람 중에 내가 소유진팬이라는 사실을 아는 사람은 단 한명도 없다.)

 

어찌됐건. 이 영화를 고른 이유는 당연히 '소유진'이라는 오직 단 하나의 이유였고 영화를 보고 난 지금도 그 이유 때문에

이 영화를 선택한 것을 잘한 짓이라고 생각하고 있다. 나는 '의외성'을 되게 좀 중요시하면서 살짝 즐기는 그런 게 있는데 왜

당연히 할 줄 알았는데 안하고, 당연히 안올 줄 알았는데 오고.. 뭐 그런 거. 내가 소유진씨의 팬이라고는 하지만 그녀에 대한

대중의 어떤 정형화된 고정된 이미지는 나에게 역시 유효하다. 그 왜 그런 이미지 있지 않나. 나는 태어나서 단 한번도 강남에서

거주해본 적이 없지만 어릴 때부터 강남에서 주로 거주한 여자아이들의 특유의 말투. 약간 비음 살짝에, 어떻게 describe

하기 어려운, 앳되면서 살짝 개념없이 얘기하는 것 같으면서도 왠지 나를 가지고 노는 것 같기도 하고, 아빠한테 귀여움 받고

용돈도 많이 받고.. 내 앞에서는 굉장히 친절하고 뒤에서 뒷담화까고. 속물이면서 마음 여리고.. 어떤 공통적으로 정형화된

말투와 이미지가 있다. (물론 당연히 '강남'에만 그런 여성들이 있는 건 아니다. 나에게 정형화된 이미지가 그렇다는 거지.)

그 여성들은 어린 시절부터 나에게는 동경 대상이었다. 예쁘고, 돈많고, 공부도 좀 하고, 되게 도도하면서 나같은 건 거들떠도

안볼 것 같은 바로 그! 그 이미지의 여성. 나에게 있어 그 이미지를 대표하는 연예인이 바로 소유진씨이다. 그냥 그렇게.

나에게 있어서는 딱 '그런 여성'으로서의 이미지이고, 따라서 소유진씨가 tunikut을 마주하게 된다면 당연히 tunikut은 소유진씨

가 거들떠보지 않는 상대가 된다. 이 설정으로서, 이 심리 상태로서, 그녀는 존재한다.

 

그런 그녀가. '의외'의 모습을 보인다. 제대로 '속담배'를 피우면서 흙밭에서 나뒹군다. 그것도 나를 위해서. 너무나 괴롭고

죽고싶고 다 팽개쳐버리고 도망쳐버리고 싶은 좆같은 현실에서. 다 죽여버리고 나도 죽고 싶은 이 지옥같은 현실에서, 죽을

각오를 하고 도망쳐나온 나를 지켜주었던 그 여성이, 바로 '그' 소유진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