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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상수 [잘알지도 못하면서] (2009)

tunikut 2012. 10. 25. 11:14

 

엄지원과 고현정은 모두 내가 매우 좋아하는 몇안되는 여배우들 중 둘이지만 엄지원을 한 5배 정도 더 좋아해서 엄지원씨가 나온

포스터로 포스팅을 하게 됐다. 원래는 내가 요새 "26년"이 영화로 나온다는 소식을 듣고 존경하는 강풀 작가님의 "26년" 웹툰을

모두 보고 나서 광주민주화운동에 관심이 생겨서 "화려한 휴가"를 보려고 어제 밤 늦게 노래방에서 쥐디의 "Crayon"을 부르고

회식 후 밤 112시 넘어서 귀가했는데도 영화가 무척 땡겨 굳이 안자고 양파링하고 나초하고 마운틴듀 먹으면서 "화려한 휴가"를

플레이했는데 아니 세상에 배경은 광주인데 어째서 등장인물들이 전라도 사투리를 안쓰고 표준말을 구사하느냐에 대한 분노가

치밀어 올라 전혀 현장감, 현실감이 떨어져서 꺼버리고 다시 영화를 고르다가 보게 된 게 바로 이 영화 "잘알지도 못하면서"다.

 

원래 술이 한잔 들어간 상태에서 새벽 1시에 영화를 틀면 십중팔구 보다가 자게 마련인데 세상에 이 영화는 어떻게 그 상태의 나를

그렇게 멀쩡하게 끝까지 전혀 지루함없이 붙잡아두었는지 실로 대단하다. 영화 보는 내내 약 5-6분 간격으로 키득키득거리면서

봤는데 사실 홍감독님의 영화에 어느 정도 익숙하지 않은 사람이라면 분명 졸았을 상태인데도 그렇게 새벽 3시가 되도록 또렷또렷

한 정신으로 영화를 볼 수 있었다는 것은 내가 이미 이분 영화에 완전히 적응을 했으며 더 나아가 나 역시도 어떤 네티즌의 표현

대로 이분 스타일에 세뇌 당해서 이걸 즐기는 경지에 이르렀다는 걸 입증하는 셈이다. 

 

내가 여태껏 본 홍상수 감독님의 영화는 "생활의 발견", "여자는 남자의 미래다", "극장전", "하하하"가 다다. 그 중에 이번에 본

"잘알지도 못하면서"가 제일 좋았다. 뭐 홍감독님의 영화에서 심오한 메세지를 기대하는 건 아니고 보고 나면 대충 어떤 말씀을

하고 싶었는지는 감이 오게 마련. 이 영화는 제목 그대론데, 많은 이들이 회자하듯 영화의 엔딩이 정말 좋았다. 고현정씨의

촌철살인의 대사, "나에 대해서 뭘안다고 그래요? 잘알지도 못하면서. 딱 아는 만큼만 안다고 해요.." 그러면서 "사람 마음 잡기가..

쉽지가 않죠?"  이 대사 진짜 죽였다. 

 

아무튼 여러모로 재미도 있고 등장인물들의 상황이나 대사 하나하나가 여타 홍상수 감독님 영화에서보다 더더욱 리얼하고 더더욱

디테일했던 것 같은 느낌이다. 특히 내가 제일 좋아하는 여배우 탑 5중 하나인 엄지원씨의 술취해서 속 울렁울렁거리면서 말하는

연기 진짜 압권이었다. 배우들도 많이 나왔는데 다 평소 호감이 있던 배우들이어서 좋았다.

 

홍상수 감독님 영화는 참 '이상하게 특이하면서 편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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