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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vil Dead Series

tunikut 2011. 12. 10. 17:36

호러영화를 좋아한다는 어떤 형한테 이렇게 말한다. "형, 나도 이블 데드 팬 됐어요." 나도 형인데 나한테 형이면 완전 아저씨지.

그 아저씨, 아니 형이 이블데드 보자고 그랬을 때 무섭다고 싫다고 집에 갔는데 "여곡성"을 거뜬히 재낀 내가 밤 열두시 정각에

배개를 감싸안고 이블 데드를 보게 됐다. "프레디 대 제이슨"을 보고난 후 "프레디 대 제이슨 대 애쉬"가 나올지도 모른다는 소문

을 보고, '아니 프레이랑 제이슨은 당연히 알지만 애쉬는 누구? 무슨 드래곤 애쉬야;;' 이렇게 무식을 폭로하다가 좀 찾아보니

프레디, 제이슨 못지않은 초매력 호러캐릭터라는 걸 알게 됐고, 아.. 가만가만.. 그러고 보니 어렸을 때 "이블 데드"라는 게임에서

주인공이 한손에 체인쏘우, 한손에 총들고 다니면서 괴물들 막 잔인하게 쳐죽이던 그 게임의 주인공이 애쉬였구나.. 까지 생각

이 도달했을 때 당장이라도 이블데드를 보지 않으면 가슴이 터져버릴 것 같은 충동을 느껴 여차저차해서 영화를 구해서 보게 됐다.

 

  

Sam Raimi [The Evil Dead] (1981) 

뭐랄까.. 무섭기...는 한데 사실 무섭다....기 보다는 어떻게 보면 좀 웃기기....도 하고 좀 어이없기...도 하고 뭐

그런 지금 시점에서 보기엔 좀 복잡한 심정이 느껴지는 영화다. 하지만 다 떠나서 영화 자체의 설정이나 조악한 화질

(내가 원래 그런 거 좋아한다고 했음 예전에), 시리즈의 beginning! 등등의 여러 요소들이 참 충분히 매력적이고

좋다. 하룻밤 사이에 일어나는 상황이라는 설정도 당시 영화치고는 참 신선하고 (요새도 이런 설정 신선하지 않음?)

실소를 머금케 만드는 특수 효과나 어이없게 설정된 잔인한 장면들이 지금 보면 우뢰매와 뭐가 달라라고 하지만

뭐 그래서 난 더 좋았다. 코엔 형제가 involve한 카메라웍이나 음향 효과 등등은 충분히 후덜덜 공포스러웠다.

애쉬 캐릭터의 시작. 이 어이없지만 무서운 정통 오컬트-슬래셔 호러무비에도 내가 빵터진 장면이 하나 있었는데

그건 바로 맨 끝에 애쉬가 자기를 들어올린 귀신 눈을 양 손가락으로 찔러버리는 장면. 난 저 장면이 왜 그렇게 웃기

던지 킥킥키..

 

 

Sam Raimi [Evil Dead 2: Dead By Dawn] (1987) 

많은 이들이 전편보다 이걸 더 높게 쳐주는데 나 역시 그렇다. 딱 한마디로 이 영화를 정의한다면 바로 그 단어!

"똘끼". 영화가 너무 똘스러워서 그 '극단의 똘끼'가 너무 신선했다는 거다. (똘끼도 신선한 게 있고 진부한 게 있음)

영화는 어떻게 보면.. 전편의 여러 장면들을 스스로 패러디하면서 그걸 완전 개코메디로 바꿔버렸다고 할 수

있겠는데, 영화를 보는 느낌이라기 보다는 마치 한편의 모노드라마 연극 무대를 보는 듯한 느낌이 더 컸다는 것.

주인공 브루스 캠벨의 원맨쇼 연기는 짐 캐리 연기의 원조가 누구인지를 깨닫게 해주고 있으며 (아니나 다를까

미 아이셀프 앤 아이린에서 짐 캐리가 자기 손을 잡고 자기랑 싸우는 장면이 바로 이 영화를 패러디한 것이라고

한다) 비로소 현재까지 우리에게 각인된 "애쉬 캐릭터"의 시작, 즉 잘린 오른손에 전기톱을 장착하고 왼손으로

총을 든,을 알리는 후반부 무장 장면은 어렸을 때 코만도에서 슈왈제네거의 무장 장면 이후로 나에게 카타르시스

를 안겨주기에 부족함이 없었다. 이 영화는 한 순간 한 순간도 놓쳐서는 안될 정도로 영화 전체가 완전 "똘"이라

는 한 단어에 충실하고 있으며 그 중에서도 가장 압권은 집 안에 사슴 박제상부터 모든 가구들이 막 박장대소

할 때 애쉬도 같이 따라 웃으면서 모션도 같이 막 하고 그 장면! ㅋㅋ 그 밖에도 기억에 남는 장면들을 말하라면

스압을 유발할 것 같아서 이만 쓰겠다. 우리가 사는 지구에 이런 영화가 있었다는 것 자체로 우리는 행복하다.

 

 

Sam Raimi [Army Of Darkness] (1993) 

 

 

자, 이 영화에 대해서는 논란의 여지가 참 많다. 일단 전편의 끝장면을 그대로 받아서 영화가 진행되는데 뭐 다들

아시겠지만 영화가 너무 궤도를 벗어나서 막 냅다 멀리 가버렸다. 영화를 보면서 느낀 건 참 '아쉽다'는 거였는데

"1편-공포, 2편-코메디, 3편-환타지"로 같은 감독에 같은 주인공에 같은 스토리를 가지고 장르를 탈바꿈해나간 이

기상천회한 프로젝트가 너무 너무 너무 좋은 건 사실인데, 그 기막힌 이야기를 가지고 만든 3편에는 '아쉬운' 구석

이 많다는 것. 영화의 전반-중반부까지는 너무 좋았다. 그 처음에 지하 함정에 갇혔을 때 막 당하고 있다가 던져준

전기톱을 장착하고 짜잔! 하면서 괴물을 통쾌하게 처치해버리는 장면이나 중반부에 전편의 코드들을 그대로 살려

난쟁이 애쉬 군단과의 어이없는 사투 장면들은 나 역시 빵빵 터지면서 봤는데 문제는, 후반부의 정말이지 너무나

진부한 전투씬 때문에 실망해버렸다는 것. (솔직히 종반부에서 난 졸기까지 했다.) 일단 애쉬의 '상징'인 전기톱을

제거하고 무슨 아이언맨처럼 강철손을 장착한 것부터 맘에 안들었는데 후반부 전투씬에서도 그냥 너무 진부한 방법

으로 괴물 군단과 싸우는 걸 보고 솔직히 좀 그랬다. 만약 이랬으면 어땠을까. 괴물 군단의 수를 조금 줄이고 막판

전투씬에서 진짜 '애쉬'가 '애쉬'답게 오른팔에 전기톱, 왼손에 총을 들고 잔인하게 괴물들을 토막내주고 특유의

'피물감'을 빵빵 터뜨려줬더라면 그나마 '이블 데드'라는 영화의 오리지널 코드를 살릴 수 있지 않았을까 하는..

 

 

프레디 vs 제이슨 vs 애쉬 directed by Sam Raimi는 헛소문일 가능성이 많은 것 같고.. 내 분명한 생각이지만 이

시리즈는 아직 확실하게 미완성이다. 왜냐면, 게임이나 각종 패러디 카툰 등등에서 나오는 '애쉬 캐릭터'는 아직

완성이 안됐다고 보기 때문이다. 무슨 소리냐고? 잘들어봐. 1편에서 애쉬는 계속 공포에 떨고 당하다가 가까스로

(이때는 전기톱도 안썼다) 괴물들을 처치하고 도망나오는 사람이었다. 2편에서도 영화 내내 공포에 떨고 당하다가

막판에 '도저히 안되겠다 싶어서 (김원효톤으로)' 손을 잘라버리고 전기톱을 장착하고 총을 들었다. 하지만 애쉬

는 자기가 그러면서도 자기 자신의 아이덴티티를 확실히 정립하지 못한채 소용돌이에 빨려들어가 아더왕 feel의

세계에서 이상하게 뭐가 뭔지 이상한 경험을 하고 돌아왔다. 결국 집으로 돌아가기 위해 괴물 군단을 처치했다

는 애매한 역할이었다. 그것도 여기서 애쉬는 '전기톱과 총'을 확실하게 사용한 것도 아니었다. 자, 그러면 3편의

끝장면을 다시 한번 상기시켜보자. S-마트에 출몰한 귀신을 보고 당당하게 자신을 소개한다. "My names Ash. Let's go!"

하면서 통쾌하게 귀신을 총으로 쏴버린다. 이게 진짜 시리즈의 시작아닌가? 이제서야 말로 애쉬가 자기 자신의 정체성

을 확립하고 자기가 해야할 일이 뭔지를 파악하고 이제 진짜 본격적으로 괴물 소탕에 나서보겠다는 어떤 포부를

밝힌 대목 아니냔 말이다. 충분히 "레지던트 이블" 못지않은 멋진 시리즈가 될 수 있는 가능성을 보였지만 결국

우리는 그 이후의 이야기를 보지 못한 채 18년이 흘러버렸다. 이건 아니다. 팬들을 위해서라도 다시 나와야 한다.

샘 레이미 감독도 인터뷰에서 이블 데드 4의 가능성에 대해 말을 한 적이 있다고 하는데.. 그리고 4편은 1,2편 처럼

인디 정신에 입각해서 만들 거라는 얘기도 했는데. 음, 암튼 내 생각은 굳이 인디가 아니더라도, 그리고 프레디 대

제이슨 대 애쉬 형태로 나오든 봉만이 대 애쉬 형태로 나오든 뭐 어떻든 일단 '나와주기만' 해도 좋겠다는 생각이다.

어차피 이 시리즈가 '작품성'을 논하는 영화라기 보다는 '재미'에 초점을 맞춘 거기 때문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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