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unikut's Cultural Paradise

official drafts

Raekwon [Shaolin Vs. Wu-Tang] (2011, Ice H2O/EMI)

tunikut 2011. 3. 17. 02:43



01. Shaolin Vs. Wu-Tang

02. Every Soldier In The Hood (featuring Method Man)

03. Silver Rings (featuring Ghostface Killah)

04. Chop Chop Ninja (featuring Inspectah Deck & Estelle)

05. Butter Knives

06. Snake Pond

07. Crane Style (featuring Busta Rhymes)

08. Rock 'N Roll (featuring Ghostface Killah, Jim Jones & Kobe)

09. Rich & Black (featuring Nas)

10. From The Hills (featuring Method Man & Raheem DeVaughn)

11. Last Trip To Scotland (featuring Lloyd Banks)

12. Ferry Boat Killaz

13. Dart School

14. Molasses (featuring Rick Ross & Ghostface Killah)

15. The Scroll

16. Masters Of Our Fate (featuring Black Thought)

17. Wu Chant (Outro)

 

Rating: ★★★★★

  

 

  나는 Ghostface Killah [Fishscale]보다 [More Fish]를 더 좋아한다. (. 이거 Raekwon 리뷰야!) ? , 그렇구나. 그럼 다시.

 

  이 앨범은 Raekwon 5번째 스튜디오 앨범이다. 위에서도 보다시피 난 이 앨범에 만점을 줬다. 한마디로 아쉬운 게 없단 얘기다. 그리고 나는 이 앨범을, 많은 팬들의 사랑을 받았던 전작 [Only Built 4 Cuban Linx... Pt. II (이하 OB4CL2)] 보다 더 좋게 들었다. 왜 그럴까? ...? Homogeneity라는 단어가 있다. '균질성'이라는 뜻. '클래식' 혹은 '명반'을 판단하는 기준에는 여러가지가 있겠지만 난 이 '균질성'을 굉장히 중요시 생각한다. 아무리 훌륭한 곡들이 모여있어도 그게 너무 잡동사니식이거나 뭔가 통일감이 없으면 '섭섭'하다. 그러니까 하나의 concept를 놓고 (그게 메세지든 사운드든) 청자의 귀를 확 집중시키는 어떤 마력! 난 그걸 매우 사랑한다. 나는 tunikut이다. 허튼 소리 하지 않는다! 저기 위에 내가 Ghostface Killah [More Fish]를 더욱 좋아한다고 쓴 것도 나의 인지 기능이 떨어져서가 아니라 같은 맥락에서 말한 거다. 완성도가 매우 높고 곡들의 퀄리티도 준수하지만 다양한 프로듀서들을 통해 다양한 사운드를 선물 세트식으로 넣었던 [Fishscale]이나 [OB4CL2]는 나에게는 다소 '섭섭'했다.

 

  이 앨범은 자켓에서도 벌써 느껴지듯이 Raekwon '작정'하고 만든 우탱 사운드다. .. 어떻게 보면 일종의 '컨셉' 앨범이라고 보는 것도 정신 건강에 좋을 듯 싶다. 내가 이 앨범을 한번 딱 돌리고 곧바로 든 생각은 '우와 이거 [Enter The Wu-Tang]보다 더 Wu-Tang스러운데'였다. 그러니까 Raekwon 입장에서 ", 자꾸 니네 우탱우탱 타령하는데 내가 '진짜'를 보여줄께!" <- 바로 이 태도로 만든 거다. 근데 여기서 여러분들이 꼭 알아할 아주 중요한 사항이 있다. 밑줄 긋기 바란다. 이 앨범은 Raekwon '즐기듯이' 만든 앨범이다. 바로 여기에서! [OB4CL2]와의 차이가 또 나타난다. [OB4CL2]는 그의 음악적 커리어를 되살리기 위한 치열한 고민과 스트레스가 빚어낸 결과물이었다. 듣다보면 그런 게 느껴진다 막. 근데 이 앨범. 이제 어느 정도 자신의 입지를 올린 Raekwon이 이 앨범을 만들면서는 아주 여유롭게 즐겨버렸다. 어떻게 아냐구? 듣다보면 느껴진다 막. 바로 이 점이 내가 이 앨범을 [OB4CL2]보다 높게 평가하는 두번째 이유다. (첫번째 이유는 뭐라고?)

 

  여기서 나의 'AA 이론'이 또 나온다. (음악이든 미술이든 영화든) 어떤 아티스트의, 그로 하여금 많은 팬들의 사랑을 받도록 만든 원동력이 된 개성을 A라고 정의하자. 그 아티스트가 차기 작품에서 만약에 B를 들고 나오면 대부분의 팬들은 실망을 한다. (물론 아닌 경우도 있다.) 그리고 똑같은 A를 들고 나오면 반반으로 나뉜다. "역시!" 혹은 "식상해!" 둘 중 하나다. 그런데 만약에 그 아티스트가 A를 극대화시킨 AA를 들고 나오면 어떻게 될까? 여러분들의 상상에 맡긴다. 개인적으로는 그런 식의 AA를 매우 환영한다. 그리고 오늘 얘기하는 이 앨범이 바로 Raekwon AA. 나는 이 앨범에서 진짜 '대놓고' 표방하는 우탱 사운드를 '과거 영광 우려먹기'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그것보다는 오히려 그 과거의 느낌을 작가주의적 감수성을 통해 예술적으로 한 단계 끌어올린 결과물이라 생각한다. 그게 내가 이 앨범에 만점을 주게 된 두번째 이유다. (첫번째는 뭐였다구?)

 

  이 앨범이 이런 형태로 나오게 된 것에는 역사적 배경도 물론 있다. 때를 거슬러 올라가 2007년에 발표된 Wu-Tang Clan의 다섯번째 작품 [8 Diagrams]는 우탱스러움이 많이 거세된 사운드를 들려줬었고 RZA의 이런 앨범 기획에 Raekwon Ghostface Killah 등의 여타 멤버들은 약간의 불편함이 있었다고 한다. 그래서 이들의 의견을 통해 다음 Wu-Tang Clan의 앨범 타이틀은 [Shaolin Vs. Wu-Tang]으로 하자고 잠정적으로 결정하고 절대적인 우탱 사운드를 다시금 들려주기로 예정했었다고 한다. 근데 이 프로젝트가 시간이 흘러 흘러.. 어째저째해서 Wu-Tang Clan의 새 앨범이 아닌 Raekwon의 솔로 앨범으로 탈바꿈하게 됐다는 것.

 

  이제 앨범을 들어보자. "! ! ! ! ! !" 그렇다. 그렇게 시작한다. 그리고 이 "췩챙풕탁푹딱"은 앨범 전체에 걸쳐 등장한다. 이게 싫은가? 나는 좋다. 타이틀곡인 <Shaolin Vs. Wu-Tang> <Butter Knives>에선 곡이 진행되는 내내 등장하고 심지어 <Chop Chop Ninja>는 이것을 비트로 승화시켜버렸다. (아이디어 진짜 신선하다) 여하튼 오프닝곡 <Shaolin Vs. Wu-Tang>은 전작의 오프닝 킬링 트랙 <House Of Flying Daggers>에서 우리를 모두 쳐죽였던 "밀어붙이는" 사운드를 Scram Jones가 훌륭히 이어받았고 Raekwon 역시 그에 상응하듯 밀어붙이는 듯한 묵직한 플로우의 랩을 선보인다. 앨범이 전형적인 우탱 사운드를 표방하고 있다고는 하지만 [Enter The Wu-Tang]에서처럼 업템포로 퍽퍽 쑤셔대는 스타일이라기보단, 최근의 'bpm 느리게 하기' 트렌드에 맞춰 마치 전작의 <Surgical Gloves> 같은 곡에서 느껴지는, 비장하면서 조여드는 느낌의 raw하면서 세련된 비트들이 많다.

 

  첫 네 곡에서 열심히 퍽퍽거리며 청자의 귀를 달아올려 놓고 나면 이어지는 <Snake Pond> <Crane Style>은 마치 싸움을 마친 장군님이 저택의 연못가에 앉아 청주를 마시며 연못 안에서 노니는 붕어들을 바라보는 듯한 이미지를 자아내는 laidback한 느낌의 동양적 샘플을 차용한 곡들이다. 바로 이런 점이 이 앨범이 '예술적'이라는 증거다. '우탱' 사운드를 사운드뿐만이 아닌, 어떤 '서사적 기법'으로까지 승화시켰다는 점 말이다. 특히 아프리칸 리듬에 동양 피리 샘플을 하이브리드 시킨 <Crane Style>은 다시금 Scram Jones의 아이디어에 탄복하게 만든다. Scram Jones의 능력을 더 체크해보고 싶다면 <Last Trip To Scotland>에서의 비밥 재즈의 기법을 차용한 베이스 플레이도 주목하자.

 

  <Rock 'N Roll>이라는 곡에 대해 얘기하지 않을 수 없겠다. 우리가 다 알다시피 Ghostface killah의 이번 신보에 수록됐던 <In Tha Park>는 미친 곡이었다. Raekwon Ghost에게 ", 너만 미친 거 만드냐? 나도 할 수 있어."라고 하고 만든 곡이 바로 이 곡 <Rock 'N Roll>이다. 90년대에 한참 주가를 올렸던 록밴드들에 대한 존경을 담은 이 곡에서의 DJ Khalil, 끝까지 단물을 흡입해서 쪽쪽 빨아들이는 듯한 성인 남성 취향의 묘한 효과음을 차용해 꽤 더티한 느낌을 줬는데 '우탱 사운드가 현재의 트렌드와 만나 어떤 진화를 할까'에 대한 답안을 제시하는 멋진 곡이라 할 수 있겠다. 단연 베스트 트랙이다. (근데 자꾸 들으면 좀 질리는 감은 있음)

 

  개인적으로 가장 궁금했던 곡은 <From The Hills>였는데 그 이유는 프로듀서가 Kenny Dope여서다. Kenny Dope이 누군가. 힙합씬에서는 그의 이름이 덜 친근하지만 하우스씬으로 가면, 힙합으로 치자면 Pete Rock 정도로 친근한 이름이며 그 정도의 레젼드급 위치다. Louie Vega와 함께 하우스 듀오 Masters At Work를 이끌고 있는 'king of house'인 그의 비트가 래퀀의 목소리와 어떻게 어울리나 무척 궁금했는데 아무래도 'Wu스러움'에 너무 부담을 가졌던지 이도저도 아닌 평이한 비트가 탄생해버렸다. 한편 1집의 <Verbal Intercourse> 이후로 다시 한번 Nas와 주고 받는 멋진 lyrical play를 펼친 <Rich & Black> Nas의 목소리만으로도 너무 너무 반가운 트랙이지만 Sean C의 비트 역시 'Wu스러움'에 대한 부담 탓인지 다소 평이해져버린 단점이 있다. (하지만 Nas의 타이트한 랩으로 구제받는다.)

 

  이제 그만 하자. 얘기가 너무 길어졌다. 정리하자. Raekwon의 커리어에서 [OB4CL2]의 역할은 무척 컸다. 거의 듣보잡 수준으로까지 전락할 뻔했던 그를 '주류' 혹은 '대세'까지는 아니어도, 작금의 힙합씬에서 적지 않은 '영향력'을 발휘하는 위치로 끌어올려준, Kanye Justin으로 하여금 그를 소환하도록 만들게 된, 효자 앨범임에는 틀림없다. (아마도 나중에 그의 이력상에서도 본 앨범보다 더욱 중요한 위치를 차지할 것이다.) 그리고 그렇게 자신의 입지를 굳히게 된 그가 가장 멋지게, 가장 자신있게 보여줄 수 있는 앨범을 당당하게 들고 나온 앨범이 바로 이 [Shaolin Vs. Wu-Tang]이라는 앨범이다.

 

  끝으로, 한가지 우려는, 이제 Raekwon이 들려줄 수 있는 '우탱 사운드'는 여기까지다. 그는 여기서 어떤 '정점'을 찍었다. , 그리고 다음은? 여기서부터 이제 우리도, Raekwon 본인도 아마도 다시 치열한 고민과 마주하게 될 것이다. .. 하지만 걱정하지 않는다. 그는 잘 해낼 거다. 현명하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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