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unikut's Cultural Paradise

official drafts

Madonna [Erotica] (1992, Sire)

tunikut 2011. 2. 22. 16:51



01. Erotica

02. Fever

03. Bye Bye Baby

04. Deeper And Deeper

05. Where Life Begins

06. Bad Girl

07. Waiting

08. Thief Of Hearts

09. Words

10. Rain

11. Why's It So Hard

12. In This Life

13. Did You Do It?

14. Secret Garden

  

 

  변태. 왠 깡마른 남자가 반나체로 혀를 낼름거리면서 엉덩이를 흔든다고 생각해보라. 당신 앞에서. (저런 변태.) 그 그루브를 느껴보라. (?) 변태적 그루브를. (What?) 그게 90년대 초반에 미국 댄스뮤직씬의 대세였다. 내가 보기엔 말이다. 왜냐면 이 당시의 댄스뮤직, 좀 구체적으로 말하면 이 당시의 메인스트림 댄스뮤직의 음악적 기반은 막 태동하기 시작한 '하우스'였는데 이 하우스 음악이라는 게 원래 상당히 '바빌론적 평등, homogeneity'에 그 사상적 기반을 두고 있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동성애' 코드가 따라붙을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싫든 좋든 말이다. 그러다보니 이 초창기의 하우스와 맞물린 메인스트림 댄스 뮤직의 비트들은 죄다 너무 '흐느적'거렸다. 그 이유는 스네어를 길게 잡아 끄는 효과를 줬기 때문. 그러다보니 이 음악을 지금에 와서 들어보면 죄다 '깡마른 남자가 반나체로 혀를 낼름거리면서 엉덩이를 흔드는' 느낌을 주게 된 거다. 이걸 가장 잘 느낄 수 있는 앨범을 추천한다면? C+C Music Factory "Gonna Make You Sweat"과 난 주저없이 Madonna의 다섯번째 스튜디오 앨범인 "Erotica"를 꼽겠다. (존재말 안쓰니 이렇게 편한 걸 왜 내가 여태..)

 

  지금까지 마돈나는 직접 밝혔 듯이 '같은 걸' 한번도 하지 않았다. 앨범마다 스타일을 바꿨다는 얘기. 물론 기본 베이스는 '댄스팝'이다. 때론 록적이기도 했고 때론 알앤비스러웠다. 때론 테크노스럽기도 했고 때론 힙합스러웠다. , 당신은 수많은 댄스뮤직 (혹자는 '일렉트로니카'라고도 부른다)의 하위 장르들 중에서 어떤 스타일을 가장 좋아하는가? 하우스? 나도 그렇다. 이 앨범 "Erotica"는 그녀의 적지않은 디스코그래피 중에서 유일하게 대놓고 '하우스'를 표방한 음반이다. 물론 당연하게도 개인적으로는 그녀의 앨범들 중 최고로 좋아하는 앨범이기도 하다.

 

  아, 그리고 또 하나. 이 앨범은 어쩌면 지금 우리가 '마돈나'하면 떠오르는 어떤 정형화된 이미지를 자리매김해준 앨범이기도 하다. 어떻게 보면 마돈나의 커리어는 이 앨범 이전과 이후로 구분할 수 있을 정도로 당시 이 앨범이 가져다준 임팩트나 센세이션은 대단했다. 그녀가 집필한 책 "Sex"의 발간과 맞물려 발매된 이 앨범은 그렇게 'Sex'라는 키워드로, 그리고 오로지 그 빌어먹을 'Sex'라는 키워드로'' 세인들에게 알려졌다. 그러다보니 이 앨범이 가진 '음악적 가치'는 상당부분 재평가 받질 못했다. Shep Pettibone이 아직까지 온전하게 댄스뮤직/하우스씬에서 그 이름을 떨치고 있지 못한 이유가 그런 걸까?

 

  Shep Pettibone? 아 말 잘 꺼냈다. 물론 이 앨범은 마돈나가 직접 써내려간 노골적인 가사들과 이미지들로 대부분을 채우고 있다. 유난히 특유의 퇴폐적인 저음의 나레이션들이 많은 것도 한몫을 한다. 내가 이 앨범을 마돈나의 앨범들 중 가장 좋아한다고 하면 혹시 나를 변태로 볼지 모르겠다. 뭐 그렇게 봐도 좋다. 하지만 그것보다 더 중요한 건 이 앨범이 품고 있는 '사운드'. 오랜 파트너였던 Patrick Leonard 대신에 그녀가 이 앨범을 위해 작업한 파트너는 바로 Shep Pettibone이라는 인물이었고 그는 이 앨범에서 가공할만한 하우스 내공을 내뿜으며 앨범을 충분히 퇴폐적이고 변태적이고 흐느적거리고 더럽게 만드는데 성공한다.

 

  앨범을 플레이해보자. 지지직거리는 LP음을 시작으로 당신의 귓방망이를 후려치는, 느끼하고 퇴폐함의 극치를 보여주는 듯한 브레익비트가 등장한다. 바로 앨범의 타이틀곡인 "Erotica". 퇴폐의 끝을 보여주는 마돈나의 저음 나레이션과 랩인지 노랜지 애매한 보컬을 번갈아가며 꽤나 독특한 변태 그루브를 창출한다. 곧바로 "Fever", "Bye Bye Baby"로 이어지는 하우스 콤보를 지나고 나면 정말이지 역사상 최고의 하우스 트랙들 중 하나로 기록될 명곡 "Deeper And Deeper"가 등장하는데 이 곡에서의, 정말 '타이트함'이라는 낱말의 존재 이유를 제대로 알려주는 Shep Pettibone의 명품 비트는 왠만한 하우스 트랙들에게 굴욕을 맛보게 하기에 충분하다. 그에 뒤질세라 "Waiting" "Words"로 계속 이어지는 '흐느적 비트'들은 청자의 몸을 가만두지 않고 당장에라도 웃통 벗고 혀를 낼름거리며 엉덩이를 흔들고싶게 만든다. 옆에선 마돈나가 담배를 꼬나물고 뭐라뭐라 계속 읊조리고 있다. 헉헉..

 

  자, 그리고 이 숨가쁜 변태 그루브 코스를 잘 견디고 나면, 수고했다는 듯이, "Rain"이 나온다. "Rain".. "I'll Remember"와 더불어 내가 생각하는 마돈나 최고의 발라드이며 마돈나가 여지껏 발표한 곡들 중 베스트 5 안에 꼽을 정도의 명곡이다. 나는 마돈나의 '저음'을 매우 사랑한다. 그런 그녀만의 독특한 저음 보컬의 매력이 잔뜩 담긴 곡으로 여지껏 숨가쁘게 몸을 흔든 당신이 정말로 웃통 벗고 뛰쳐나가려는 순간, 이 곡을 통해 당신의 심장을 calm down시키면서 노래 제목처럼 땀으로 흠쩍 젖은 당신의 웃통을 빗소리와 함께 wash away 해주는 앨범의 하일라이트라고 할 수 있겠다.

 

  어쩌면 난 이 시기의 마돈나를 제일 좋아하는 것 같다. 블론드 숏커트를 한 마돈나. 범접하기 어려운 퇴폐적 포스를 풍기던, 그리고 그런 와중에도 "Rain" "I'll Remember"라는, 마돈나의 발라드곡들 중 내가 가장 좋아하는 저 두 곡을 들려주기도 했던, 바로 이 시기의 마돈나 말이다. 어떤 느낌이랄까. 정말 난잡하고 더럽지만 지위도 있고 품위도 있기 때문에 왠지 모르게 범접하기 어려운 그 카리스마랄까? 그러면서도 가끔씩 심금을 울리는 발라드를 들려주기도 하는 그런 여성? 쉬운 것 같은데 어렵고 어려울 것 같은데 쉬운 그런 여성? 그런 마돈나. 다시 보고 싶다.

 

 

 

* Originally posted on: http://blog.naver.com/blogmiller/1101035266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