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unikut's Cultural Paradise

official drafts

Ghostface Killah [Apollo Kids] (2010, Def Jam)

tunikut 2011. 2. 17. 10:33


 

01. Purified Thoughts (featuring GZA & Killah Priest)

02. Superstar (featuring Busta Rhymes)

03. Black Tequila (featuring Cappadonna & Trife)

04. Drama (featuring Joell Ortiz & The Game)

05. 2getha Baby

06. Starkology

07. In Tha Park (featuring Black Thought)

08. How You Like Me Baby

09. Handcuffin' Them Hoes (featuring Jim Jones)

10. Street Bullies (featuring Sheek Louch, Wiggs & Sun God)

11. Ghetto (featuring Raekwon, Cappadonna & U-God)

12. Troublemakers (featuring Raekwon, Method Man & Redman)

 

  

  "? Chris Penn이 랩을 하네?" 엔터 더 우탱을 듣고났을 때 나를 가장 흥분케 한건 RZA의 비트도, ODB의 여흥구도 아니었고 크림도 아니고 에미티에초티매엔도 아니었다. 하이톤의 짹짹대는 랩을 하는 사람이 제일 마음에 와닿았는데 그 이유는 영화 "저수지의 개들"에 나오는 나이스 가이 에디역을 맡은 크리스 펜이라는 배우의 목소리와 똑같았기 때문이다. (크리스 펜은 숀 펜의 동생으로서 약물 과용으로 사망했다. 조폭 간지 제대로 나던 배우였음) 그렇게 고스트페이스 킬라는 나에게 다가왔고 즉시 구입한 "Ironman"과 역시 나오자마자 구입한 "Supreme Clientele"을 듣고 오르가즘을 맛봤다. (여담이지만 나는 그의 목소리톤을 굉장히 귀엽다고 생각한다.)

 

  고스트페이스 킬라는 마초맨이다. 누가 의심하겠나? 길거리에서 약팔고 총싸움하면서 여자 많이 좋아한다. 딱 그 캐릭터. 근데 말이다. 고스트페이스 킬라를 좋아하는 팬들이 그에게 여전한 지지를 보내는 이유는 그렇게 정형화된 이미지를 가지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청자들이 절대 식상하지 않게 느끼도록 한다는 거다. 어떻게? 내놓는 앨범마다 자신의 고유의, 그가 아니면 보일 수 없는 특유의 '곤조'를 유지하면서 다양한 프로듀서들을 그때그때 기용했다 바꿨다 하며 앨범의 색깔을 살짝살짝 다르게 하면서 일정 수준 이상의 퀄리티를 계속 유지하기 때문이다. 사운드면에서나 이미지면에서나 100% 퓨어 언더그라운드와 완전 메인스트림 블링블링이 동시에 가능한, MF DOOM Sean C. & LV 라인과 동시에 작업이 가능한 엠씨는 흔치 않다.

 

  예를 드는 차원에서 잠깐 복습해 볼까? "Ironman" "Supreme Clientele" RZA가 주도한 우탱 사운드였다. 하지만 "The Pretty Toney Album"을 거치며 우탱 사운드를 벗어나 메인스트림과 언더그라운드가 공존하는 다양성을 보여줬고 Fish 시리즈에 와서 완연한 언더그라운드의 면모를 비췄다. (물론 "Back Like That"이라는 훌륭한 팝송도 포함하면서 말이다.) "Ghostdini: Wizard Of Poetry In Emerald City"에선 뚜렷한 R&B 컨셉을 선보이며 그가 계속해서 탈바꿈을 하며 새로움에 목말라있는 '아티스트'라는 걸 증명해 보여온 거다.

 

  이제 그의 통산 아홉번째 스튜디오 앨범인 "Apollo Kids"를 들어보자. 항상 그의 앨범이 그랬듯이 이번에도 역시 처음 세곡에서 조지면서 들어간다. 다만, 이전의 그가 "야 다 덤비면 다 죽인다"식으로 문을 열었다면 이번엔 개념 엠씨들인 GZA Killah Priest를 초빙해 자조적이고 철학적인 메세지를 담은 "Purified Thoughts"로 시작한다. '.. 고페킬 성숙했네' 이런 느낌을 가질 것이라 본다. 이번 앨범의 전체적인 색깔? 내지는 컨셉을 한마디로 정리하면 '빈티지 소울삘'을 제대로 내고 있다는 것인데 이 역시 그동안 고스트페이스 킬라의 앨범들에서 볼 수 없었던 새로운 색깔을 담았다고 할 수 있을 것 같다. 아아, 물론 '소울 샘플'에 대한 그의 애정은 이전작들에서도 자주 비춰졌지만 이렇게 앨범 통째로 '빈티지 소울 국물'을 제대로 우려낸 작품은 없었다는 말이다.

 

  그 국물을 우려낸 메인 셰프는 캐나다 출신의 Frank Dukes라는 프로듀서다. 이번 앨범을 듣다보면 아주 노골적으로 옛소울 보컬 샘플을 통째로 따와서 떡하니 코러스에 위치시킨 다음 엠씨들의 랩과 주고받기 식으로 짜여진 곡들이 아주 많다. ("Purified Thoughts", "Superstar", "2getha Baby", "In Tha Park", "Ghetto") 이 다섯 곡 중 두 곡을 만든 사람이 Frank Dukes인데 그 스타일을 한마디로 표현해보자면 '비트감 있는 Madlib’이라고 할까? "아니 그 동안 소울 샘플 얹은 곡들이 수도 없이 많은데 왜 호들갑이야?" 그럴지 모른다. , 하지만 다르다. 마치 '빈티지 종결자' Madlib의 방법론처럼, 올드 레코드에서 그대로 따온 것같은, 그 매끄럽지 못한 질감의 드럼과 소울 샘플이 노골적으로 사용되고 있다는 점에 주목하기 바란다. Frank Dukes는 그 방법론을 살리면서 맛깔나는 드럼 비트를 덧입혀 청자의 귀를 엔조이하게 만든다. ("Black Tequila"가 내가 지금 말한 것에 대한 대표적인 예다.)

 

  앨범의 베스트 트랙은 단연 "In Tha Park". 최고다. 어떻게 이런 곡이 있나 싶을 정도로. 역시 Frank Dukes의 곡으로 올드한 느낌의 소울 보컬에 사이키델릭한 기타 샘플, 거기에 상승감 있는 드럼을 입혀 상당히 하드코어하면서도 동시에 소울풀한 멋진 곡이 나왔다. 노다웃 Black Thought과 배틀식으로 한 벌스식 나눠가진 형태인데 80년대 힙합 태동기의 추억을 담은 가사 또한 거부할 수 없는 매력을 풍긴다. 또한 업템포의 훵키한 드럼에 역시 노골적인 소울 보컬을 코러스로 잡은 "Superstar"도 상당히 좋고, 이에 이어지는 "Black Tequila"도 뷰티풀하다. Scram Jones raw하면서 minimal한 느낌의 독특한 비트가 매력적인 "Starkology" '랩퍼도 발성 연습을 해야 하나?'라는 논제에 대한 토론을 유발할 법한, 초창기 시절과 비교해 전혀 녹슬지 않은 고스트페이스 킬라의 랩이 장난 없는 멋진 곡으로 아니 도대체 "Poisonous Darts"를 부르는 고페킬하고 "Starkology"를 부르는 고페킬하고 목소리톤이 뭐가 달라! 하는 감탄을 자아낸다.

 

  한편 Sean C. & LV의 살짝 laidback한 비트에 Joell Ortiz The Game이 참여해 삶의 개같은 단상에 대해 말해주는 "Drama"는 빈티지 샘플과 파워 드럼으로 조지는 곡들 사이에서 완급 조절을 해주는 좋은 곡이다. Pete Rock이 프로듀스한 "How You Like Me Baby"는 처음 들을 땐 '피트 롹 지난번 OB4CL2에서도 그러더니 또 그러네'의 반응을 이끌어낼 법한 경박해보이는 스네어 소리에 별로라고 생각했는데 반복해서 들으니 드럼을 압도하는 육중한 베이스가 은근 맘에 들어 이 역시 'Pete Rock 변태 과도기중'이라는 사실을 깨닫게 한다. 하지만 스타일 바꾼 고페킬의 랩은 병맛이다. 앨범의 끝에 자리 잡은 "Troublemakers"는 약간 보너스 트랙적인 느낌이 강한데 Jake one이 프로듀스한 곡으로 Raekwon, Method Man, Redman이 참여해 '전형적인 우탱 사운드'를 선보인다. 앨범 전체의 색깔과는 살짝 거리감이 느껴지는 곡으로 내 생각엔 "Wu Massacre" 앨범에 원래 실릴 예정이었던 곡은 아닌가 싶기도.

 

  요약 정리. 이번 앨범은 외국 매체에선 '우탱 사운드로의 귀환'이라고 광고를 하는데 내 생각엔 그건 절대 아니올시다고 지난 앨범에서처럼 Tone Starks 형이 또 한번 '빈티지 소울'이라는 특정 화두를 놓고 앨범의 색깔을 잡은 유니크한 앨범이다. 러닝 타임이 약간 짧다는 단점이 있지만 뚜렷한 컨셉과 색깔을 담고 있고 몸을 가만있지 못하게 하는 킬링 트랙들이 다수 포진돼 있으며 여전히 녹슬지 않은 그의 랩이 활개를 치는, "Another Fuckin Beautiful Ghostface Killah Shit"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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