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unikut's Cultural Paradise

official drafts

DJ Spooky That Subliminal Kid [Riddim Warfare] (1998, Outpost)

tunikut 2011. 1. 21. 10:11



01. Pandemonium

02. Synchronic Disjecta

03. Object Unknown

04. It's Nice Not To Lose Your Mind

05. Dialectical Transformation I (A Parallax View)

06. Post-Human Sophistry

07. Quilombo Ex Optico

08. Rekonstruction

09. Scientifik

10. A Conversation

11. Peace In Zaire

12. Dialectical Transformation II (Du Nouveau Monde)

13. Degree Zero

14. Roman Planetaire

15. Bass Digitalis

16. Polyphony Of one

17. Riddim Warfare

18. The Nerd

19. Dialectical Transformation III (Soylent Green)

20. Theme Of The Drunken Sailor

21. Twilight Fugue

 

 

  덥(Dub)에 많은 부분을 빚지고 있습니다. 비단 DJ Spooky 뿐 아니라 오늘날 '흔드는 음악'을 하는 상당수의 뮤지션들도 그럴 거구요. Illbient. Ill + Ambient를 합성해서 만든 용어인데 그 의미는 ill ambient라는 겁니다. ambient에서 느껴지는 이미지처럼 뭔가 휑~하면서 감성적이면서 동시에 차가운 전자음, 그런데 거기 ill (ya'll know illmatic by nas.)이라는 의미가 붙어 뭔가 약간 '힙합 간지'가 붙는다는 뭐 대충 그런 의미로 넘어갑시다. 어쨌든 뭐 이렇든 저렇든 Dub이 많은 영향을 준 음악이라는 건 사실인 것 같아요.

 

  DJ Spooky의 공식 두번째 스튜디오 앨범입니다. Akira로 대표되는 일본 아방-미래-컬트 아니메 분위기 아시죠. 텅빈 공항에 모노톤의 기계적인 여자 안내 목소리만 울리는 빈 공간에 갑자기 쮸이이이익 그러면서 굉음이 울리고 폭발이 일어나고 세상이 멸망하고.. 그런 분위기. 영국의 앰비언트 테크노 듀오 FSOL이 앨범 "Dead Cities"에서 울궈먹은 그 분위기. Spooky도 그 분위기 참 좋아하는 것 같아요. 그런 분위기에 힙합 비트를 쒸워보니 우리는 이를 Spooky 스타일의 Illbient라고 불렀습니다. 데뷔작 "Songs Of A Dead Dreamer" illbient를 정의한, 다소 미니멀한 접근을 한 작품이라면 이 앨범에서는 완전한 '맥시멀리즘'을 보여주네요.

 

  엠비언트 테크노를 비롯한 IDM 계열 및 드럼 앤 베이스, 언더그라운드 힙합, 일렉트로-재즈, 인디-노이즈락 등등을 모두 좋아하는 사람이 있다면 이 앨범은 정말 쌍수를 들고 환영할 만한 앨범입니다. "내가 그거 다 보여주께" 이 앨범에서 Spooky는 자신있게 말하고 있죠. "너 진짜 자꾸 그럴꺼야! 빨리 일어나 밥먹어!"라고 엉덩이를 짝짝 때리며 재촉하는 듯한 신경질적인 초강력 하드-드럼앤베이스 "Polyphony Of one"을 들어보세요. 얼른 일어나 밥먹고 싶어집니다. "Post-Human Sophistry"의 드럼앤베이스도 뭐 이에 뒤지지는 않습니다만. 이에 질새라 "Riddim Warfare"에서는 아예 드럼앤베이스 비트에다 '힙합' 엠씨 Kool Keith를 소환해다가 랩을 시켜버리네요. 이 사정 안봐주는 비트에 랩하느라 고생했을 Kool Keith를 생각하면 눈물이 앞을 가립니다.

 

  한편 Spooky는 자신의 음악적 역량을 가지고 여러 creative한 아티스트들과 콜라보하는 걸 즐기죠. (윌리엄 파커나 매튜 쉽 같은 후리아방재즈 계열부터 무려 Slayer의 드러머 Dave Lombardo까지.) 제 생각에 이 앨범은 Spooky의 수많은 디스코그래피들 중 가장 '힙합'적인 냄새를 많이 풍기는 앨범입니다. 앨범의 상당수의 트랙들에서 뉴욕 언더그라운드 엠씨들이 랩을 들려주고 있기 때문이죠. 우탱 클랜을 좋아하신다구요? 그렇다면 동양적인 현악 (such as 거문고)과 피리 소리를 대대적으로 차용한 다운템포 트랙 "Degree Zero"에서의 Killah Priest의 목소리가 반갑겠네요. 당신이 뉴욕 언더힙합 쫌 들으셨다구요? 그럼 "Rekonstruction"에서의 Prince Po Pharoahe Monch의 랩에 쌍수를 들고 환영하지 않을 수 없을 것입니다. 하지이~! 이 앨범에서 가장 큰 역할을 하는 엠씨들은 바로 Kool Keith Sir Menelik입니다. 이 두 분이 뭐하는 분들이냐구요? 뉴욕 언더그라운드 힙합씬에서 요새 제일 못나가는 분들입니다. (한 때는 최고였지요.) 우리에겐 Dr. Octagon 프로젝트와 Rawkus 컴필레이션 등으로 알려진 분들이죠. 개인적으로 Sir Menelik은 가장 좋아하는 힙합 뮤지션 베스트5에 들 정도인 사람이라서 제가 이 앨범을 더 아끼는 게 아닌가 싶습니다만.. 암튼 이 앨범에서 이 콤비의 활약상은 대단합니다. "Scientifik"에서는 신경질적으로 두들기는 Spooky의 다소 panic하고 obsessive한 비트에 Sir Menelik의 특유의! 정말 특유의 '그냥 말하는 것 같은' 속사포랩을 즐기실 수 있습니다. 앨범 내 가장 대중적인 트랙이자 싱글 컷트되기도 했던 "Object Unknown"을 과연 거부할 만한 사람이 있을까요? 몸을 방방 뜨게 만드는 훵키한 업템포 브레익비트에 Kool Keith Sir Menelik이 올드스쿨 스타일의 말놀음랩을 주고 받는데 제 생각엔 이런 곡이 진짜 몸에좋고맛도좋은 힙합입니다. (곡이 너무 대중적이라 Spooky, 변절하다. 뭐 이런 평은 없었나 두렵습니다.)

 

  한편 Spooky는 여기서 만족하지 않습니다. 자신의 프로덕션만으로 성에 안찼는지 세션들을 기용합니다. "Quilombo Ex Optico"라는 곡을 주목합시다. 월드뮤직? (예 이 표현 맘에 안드신 거 압니다. 하지만 달리 뭐 어떻게..)을 연상시키는, 드럼과 퍼커션이 한대 어우러진 폴리리듬에 앨범 전체의 테마에 부합하는 '세계 멸망 사운드'가 어우러집니다. 게다가 중간중간 기타줄에 유리로 박박 긁는 듯한 전위적인 사운드도 가미해서 곡 자체가 아예 즉흥 후리로 가버리죠. "A Conversation"에서는 DJ Ambassador Jr.를 소환, 턴테이블과 믹서를 가지고 둘이서 improvising을 하네요. 참 기가 막히게 씨끄럽고 noisy합니다. 전 무슨 기계 뿌숴지는 줄 알았어요. "Roman Planetaire"라는 곡에서는 드디어 당신이 듣고 싶었던 재즈가 나옵니다. 앗싸, 베이스와 드럼이 그럴싸한 스윙 리듬을 만드는데 마치 David Lynch 영화 주인공들이 여기에 맞춰서 스윙 댄스라도 춰야 할 것 같군요. 어두컴컴한 방에서 습기찬 빨간 커튼을 치고 말이죠.

 

  앨범이 종반부에 다다르면 또 하나의 선물이 기다리고 있죠. 바로 바로 Thurston Moore입니다. "Dialectical Transformation III (Soylent Green)"에서는 이 위대한 익스페리멘탈 기타리스트가 노이즈 잔뜩 먹인 fuzzy한 기타로 Spooky dirty한 비트 위를 도배하며 청자를 다시금 강간하네요. 여기까지가 '마지막 지랄'입니다. 그러고나면 이제 슬슬 앨범 문닫을 준비를 하면서 "Theme Of The Drunken Sailor"에서는 곡명에서도 느껴지듯이 한가로운 바다를 항해하는 듯한 차분하고 친근한 덥 리듬에 일렉트로 재즈 트럼펫터 Ben Neill의 아른한 뮤트 트럼펫 연주가 곁들여지고 마지막곡 "Twilight Fugue"에서 일본의 전위 아티스트 Mariko Mori의 몽환적인 보컬이 Spooky Ambience와 어울리며 앨범은 작별 인사를 합니다. 

 

  여기까지 읽으시면 "뭐야 이거! 무슨 잡탕밥이냐! 그래서 이건 어떤 앨범인데!" 그러실지도 모르겠네요. 아아, 잠시만요. 곡들에 담긴 여러개의 element들을 좀 풀어서 말하다보니 앨범이 막 이 스타일 저 스타일 뒤죽박죽인 것 같이 보였는데요. 아녜요. 그런 여러개의 요소들을 적절하게 사용하고 적절한 위치에 잘 배치시켰다는 것 뿐이지 앨범 전체를 지배하는 건 당연히 Spooky가 주도하는 그의 '세계 멸망 프로덕션'입니다. 그렇다고 비관적이고 암울한 사운드가 아니고.. 아 거참, 들어보시면 아실텐데 말로 쓸려니까. 그러니까, 그 왜 아.. 거 참. 그러니까 당신이 어린 아이인데 텅빈 공항 활주로에 서있어요. 근데 멀리서 비행기 한 대가 지나가다가 꽝 하고 폭발해요. 그리고 옆 건물이 일제히 폭발하면서 세계는 어둠으로 바뀌죠. 그런 세기말적이고 황량한 분위기를 Spooky가 주도하고 여기에 게스트들의 힘을 빌어 양념을 쳐 버무린 작품이 오늘 소개한 "Riddim Warfare"라는 앨범이었습니다.

 

 

 

* Originally posted on: http://blog.naver.com/blogmiller/11010129584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