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unikut's Cultural Paradise

official drafts

UCB [The Blend] (2010, ucbmusic.com)

tunikut 2011. 1. 11. 09:49


 

01. News Report

02. Innercity Crisis (featuring Young Chris & Freeway)

03. Put Your Weave (Sweatin Out Weaves) (featuring Wale)

04. Dianna (featuring Wale & Colin Munroe)

05. I Love It

06. 100Men (featuring Bun B & Peeps)

07. Wassaname

08. Let It Loose Go Go Remix (featuring Lloyd)

09. Party Party Party

10. Pockets In My Headphones

11. "For Those That Didn't Know Who's Song This Is, Now U Know" (Sexy Lady) (Bonus Track)

 

  

  고고뮤직(Go-Go music)이라는 게 있죠. 근데 이게 잘 알지 못하면 굉장히 헷갈리는 용어인데요 우리한테는 70년대 청년들의 밤문화를 지배하던 '클럽 뮤직'으로 대부분 많이 알려져 있습니다. '고고장'이라는 말 들어보셨죠? ("고고70"이라는 제목의 영화도 나왔죠.) 하지만 대부분의 우리가 알고 있는 이 고고 음악이라는 건 60년대 뉴욕의 Whiskey A Go-Go라는 클럽 이름에서 따왔다고 하는, 당시의 청년문화를 지배하던 록큰롤-클럽음악들을 통틀어 일컫는 말 같습니다. CCR이나 Tom Jones 등의 흥겨운 록큰롤 음악들.. 지금 듣자면 흔히 '구닥다리'라는 오명을 쓸 수도 있을 법한 음악들 말입니다.

 

  하지만 진짜 '장르'로서의 고고뮤직은 이것과는 전혀 다릅니다. 역시 기원은 60년대인데요 미국 워싱턴 DC를 근거로 발전한, 아니 단순히 본거지라고 하기보단 "워싱턴 DC의 지역색이 만들어낸 음악"이라고 할 정도로 국지화가 된 음악으로 흑인음악(!)의 한 서브장르라고 하네요. Chuck Brown이라는 분이 이 장르의 효시자로 불리워지고 있죠. 저도 가보지는 못했지만 유투브 등의 매체에서 검색해보면 워싱턴 DC의 다운타운에 삼삼오오 모여 흥겹게 퍼커션과 드럼통을 두들기는 무리들을 볼 수 있는데요 이게 바로 워싱턴 DC에서만 볼 수 있다는 현지의 '고고 문화'라고 하는 것 같습니다. 

 

  근데 여전히 이 음악은 우리처럼 힙합을 위주로 듣는 청자들에겐 낯설기만 했죠. 하지만 최근에 우리같은 힙합 청자들에게 이 고고뮤직을 소개하고 퍼뜨리고자 하신 분이 있습니다. , 다들 잘 아시는 Wale입니다. 워싱턴 DC 출신이죠. Wale는 데뷔 앨범 발매 전에 믹스테잎 수록곡들인 "Dig Dug"이나 "Breakdown" 등에서 노골적으로 고고비트를 수용했고 데뷔작 수록곡인 "Pretty Girls"에서도 마찬가지로 고고의 요소가 느껴지는 음악을 들고 나왔습니다. Wale의 이름을 널리 알리게 한 The Roots의 싱글 "Rising Up"도 대대적으로 고고비트를 차용한 곡이죠.

 

  저도 Wale를 통해서 고고뮤직을 알게 됐지만 이 음악을 가만히 들어보면 (funk의 하위장르라고는 하나) 우리가 흔히 듣는 funk/soul 계열의 음악보다는 그 박자면에서 확실히 '힙합'과 통하는 부분이 많은 장르임에는 틀림 없는 것 같습니다. 일단 비트 자체가 랩하기 딱 좋은 브레익비트를 바탕으로 하고 있다는 거죠. 하지만 이 고고비트를 특징화하는 것은 '폴리리듬'이라는 겁니다. 마치 아프리칸 뮤직처럼, 스틱을 들고 "투구두타가다 투구두타가다" 드럼통을 두들기는 듯한 바로 그 리듬. 이게 고고뮤직의 가장 큰 특성이죠. 한번 들어보면 잊혀지지 않는 비트라고 할 수 있겠네요.

 

  사설이 길었는데 오늘 소개하는 앨범은 지난 12 21, 발매된지 얼마안된, UCB라는 밴드의 공식 데뷔 믹스테잎입니다. UCB가 누구냐구요? , 바로 워싱턴 DC 출신의 고고밴드인데 Wale stage-tour band로 더 잘 알려져 있죠. 밴드구성은 정확히 나와있는 자료가 없지만 아마도 자체적으로 랩퍼를 두고 있는 듯 하며 드러머, 퍼커셔니스트, 기타, 그리고 혼주자 등이 있는 것 같습니다. 개인적으로 Wale의 팬인지라 이 믹스테잎 발매 소식을 듣고 큰 관심을 가진 앨범인데요, 굉장히 멋진 음악이 담겨져 있음에도 다소 묻힌 것 같아 이렇게 포스팅을 해봅니다. 일단 다소 낯설기도 하고 잊혀져간 장르이기도 한 '고고뮤직'을 전면적으로 들고 씬에 데뷔한 밴드라는 점에서도 상당히 유니크하면서 예상대로 네 곡에서 랩을 한 Wale의 참여와 Young Chris, Freeway, Bun B, Lloyd 등과 같은 스타급 엠씨들의 지원 사격을 통해 꽤 맛깔스런 퀄리티를 보여준 작품이라 할 수 있겠습니다.

 

  이 앨범의 특징은 전통적인 고고 비트를 기본으로 깔고 있으면서도 현재의 트렌드를 적당히 반영하고 있다는 것인데요, 고고의 아버지인 Chuck Brown의 음악과 같이 트래디셔널한 소울 보컬보다는 대신에 엠씨들의 랩과 어반풍의 여성 보컬을 곁들여 현재의 흑인음악 리스너들의 구미에 맞도록 퓨젼된 형태의 음악을 들려준다는 겁니다. 앨범의 문을 여는 "Innercity Crisis"부터 (Wale의 믹스테잎 "Back To The Feature"에 수록되기도 했던) "Sweatin Out Weaves"로 이어지는 앨범의 초반부가 힙합팬들의 환영을 받을만한 트랙들이라면 "Dianna"(개인적 베스트 트랙인데 도입부 여성 보컬 멜로디가 임정희 "Music Is My Life" 후렴부 보컬 멜로디와 똑같네요) George Michael의 영원한 명곡 "Careless Whisper"의 색스 소리와 코러스 부분을 기막히게 샘플링한 "100Men", 그리고 록적인 기타음이 가미된 "I Love It"이나 트렌디한 전자음을 수용한 "Wassaname" 등의 트랙들은 고고비트의 폴리리듬과 어울려 게스트 여성 보컬들이 달콤한 노래를 들려주기 때문에 알앤비팬들의 마음을 녹일 만한 것들입니다. Wale의 데뷔 앨범 수록곡 (Neptunes 원곡 프로듀싱의) "Let It Loose"를 고고 스타일로 재해석한 "Let It Loose Go Go Remix"에서는 원곡의 Pharrell 대신 Lloyd가 특유의 여성스런 감미로운 보컬과 랩을 들려줍니다. 물론 Wale의 랩도 함께요. (전 이 곡에서의 이런 베이스라인 너무 너무 좋습니다.) 한편 이런 '게스트빨' 말고 UCB라는 밴드의 제대로된 음악을 느껴보고 싶다면 앨범의 마지막 세 곡을 추천합니다. 그야말로 신나는 고고비트의 잼향연이 여러분을 기다리고 있으니 말이죠.

 

  워싱턴 DC를 대표하는 길거리 음악 '고고뮤직'이 궁금하시다거나 Wale의 팬이시라면, 아니 그렇지 않더라도 흑인음악을 사랑하는 청자들이라면 분명히 이 믹스테잎도 좋아할 거라는 확신을 가져봅니다. , 이제 얼른 다운받으러 가시죠. ^^

 

 

 

 

* Originally posted on: http://hiphople.com/reviews/3123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