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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ublic Enemy [It Takes A Nation Of Millions To Hold Us Back] (1988)

tunikut 2011. 4. 11. 11:20



Public Enemy [It Takes A Nation Of Millions To Hold Us Back] (1988, Def Jam)

 

 

01. Countdown To Armageddon
02. Bring The Noise
03. Don't Believe The Hype
04. Cold Lampin' With Flavor
05. Terminator X To The Edge Of Panic
06. Mind Terrorist
07. Louder Than A Bomb
08. Caught, Can We Get A Witness?
09. Show 'Em Whatcha Got
10. She Watch Channel Zero?!
11. Night Of The Living Baseheads
12. Black Steel In The Hour Of Chaos
13. Security Of The First World
14. Rebel Without A Pause
15. Prophets Of Rage
16. Party For Your Right To Fight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의 영화 "인셉션"을 좋아할 것이다. 그래 우리 다들 좋아했다. 왜냐면 영화가 시작부터 끝날 때까지 주의를 확 집중시키는, 무언가 우리의 마음을 뒤흔들며 한 곳으로 끌어당기는 강력한 힘이 있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만일 힙합을 좋아하는 당신이 이런 느낌을 단 한장의 힙합 앨범에서 찾고자 한다면, 주저없이 Public Enemy의 [It Takes A Nation Of Millions To Hold Us Back]을 추천한다. 그럼 시작해볼까?

 

  세상은 너무 뭉글뭉글해졌다. 요즘 세상이 말이다. 옛날을 느껴본 old man으로서 넋두리를 해본다면 말이다. 그만큼 세상이 살기 편해져서일까. 그만큼 모든 혜택을 쉽게 누릴 수 있어서일까. 하지만 지금의 이 세상은 과거에는 노골적으로 드러나던 모든 부조리들이 '합리화'라는 메카닉을 거쳐 정제화되고 조직화되어 은닉된 세상이다. 속으로 꿈틀거리는 부조리한 생각들을 겉으로 표출하지 '않는' 세상일 뿐이다. 그게 다르다. 정말 분노가 없는가. 정말 모든 것이 만족스러운가. 정말 타인들이 당신에게 관심이 많고 모든 세상은 평등하다고 생각하는가. 하지만 슬프게도, 당신이 생각하는 것만큼 세상은 당신에게 관심이 없다. 그리고 여전히 세상은 불평등하다.

 

  그래, 일어나자. 이렇게 당하고만 살 수는 없다. 우리가 왜 똑같은 권리를 누릴 수 없나. 어째서 우리는 차별을 받아야 하고 어째서 불합리한 대접을 받아야 하고 어째서 높은 나랏님께서 엘리베이터를 타시기 위해 이쪽으로 오시는 동안 아기를 업고 추운 날씨에 엘리베이터 탑승을 저지당해야 하냔 말이다.

 

  자, 이제 다들 조금 준비가 됐나? 됐다면 이제 Public Enemy의 [It Takes A Nation Of Millions To Hold Us Back]을 들어보자.

 

  나는 이 앨범에 담긴 선동적 메세지, 흑인 인권에 대한 내용은 다루지 않을 것이다. 이 앨범에 대한 다른 리뷰들이나 이들에 대한 다른 기사들에서 이 부분에 대한 건 아마도 자세히 다뤘고 또 다루리라 본다. 그리고 이 부분에 대해선 이미 저 위에서 여러분들을 내가 약간 선동했기 때문에 당신의 수축기 혈압이 5 mmHg 이상 상승했다면 그 자체로 이 앨범에 담긴 메세지는 일단 공감을 한 거다. 난 조금 다른 측면에서 이 앨범의 '위대함'을 말하고 싶다.

 

  일단 쉽게 말해 이 앨범은 '미쳤다.' 이들 역시 전작 [Yo! Bum Rush The Show]에 비해 '빠른 템포'의 곡들 위주로 앨범을 기획했다고 하듯이 이 앨범을 듣고 있으면 가만히 앉아 있기가 불가능하다. 이 앨범만큼 청자의 교감 신경을 강렬하게 자극하는 힙합 앨범이 또 있을까 싶을 정도로. 이 앨범을 장악하고 있는 사운드는 들어보지 않은 사람은 상상도 할 수 없을 만큼 '압도적'이다. 부디 이 앨범을 헤드폰을 착용하고 볼륨을 높인 다음 들어보길 바란다. 아니, 그럴 시간이 없다면 일단 <Rebel Without A Pause>와 <Night Of The Living Baseheads> 이 두 곡만이라도 꼭 그렇게 들어보길 권한다. 앨범 전체 프로덕션을 맡은 프로덕션 팀 The Bomb Squad의, 요새 같으면 상상도 할 수 없는 수많은 샘플 운용을 통해 환각적이고 귀를 자극하는, (혹자는 누가 옆에서 계속 유리창을 송곳으로 긁거나 계속 귓가에 맴도는 모기 소리에 비유하기도 한다) noisy한 사운드이펙트들은 무척 괴롭지만 업템포의 훵키한 비트들과 맞물려 거부할 수 없는 바운스를 선사한다. 한편 디제이 Terminator X의 손은 또 어떤가. 이에 질새라 안그래도 사람 뿅가게 만드는, 싸이키델릭하게 반복해서 돌아가는 효과음이 너무 괴로운데 그것도 모자라 그 사이사이 사정 안봐주고 잔인하게 턴테이블 난도질을 한다. 자, 이제 상상이 가나? 이 앨범의 사운드가 얼마나 씨끄럽고 괴로운지를. (아, 물론 이건 즐거운 괴로움이다.) 그리고 이 '혼란' 속에서 Flavor Flav은 듣는 이를 조롱하듯 야비한 톤으로 바람을 잡고 여기에 대마왕 Chuck D가 과격하고 선동적인 랩을 통해 청자의 귀를 퍽퍽 치듯이 난타를 가한다. 실제로 그들은 소음을 가져오자(<Bring The Noise>)고 하며 폭탄보다 시끄럽다(<Louder Than A Bomb>)고 말하고 있다. 자, 이 모든 요소들이 약속이나 한듯 완벽하게 맞물려 돌아가며 앨범 한장에 컴팩트하게 집중해 버린다.

 

  이들의 샘플 운용은 초창기 힙합, 아니 힙합의 원류를 그대로 보여준다. 힙합이라는 '음악'이 디제이 컬쳐에서 발생했다는 사실은 이제 다들 잘 아는 사실이다. 온갖 고전 vinyl들의 소리들을 섞어 그 이런저런 복합된 소리들이 모아져 하나의 사운드를 형성한다는 팩트, 그것 말이다. 이 앨범을 들어보면 James Brown, The Bar-Kays, Queen, Run-DMC, Kurtis Blow, Kool & The Gang 등등 수많은 목소리들이 들린다. 그것들이 일정하게 배열돼 그 자체로 또 바운스를 만든다. 초창기 힙합 음악이 어떻게 발생했는지, 어떤 식의 소리를 냈는지에 대해 궁금하다면 그 또한 이 앨범이 좋은 레퍼런스가 될 것이다.

 

  자, 마지막으로 Chuck D의 가사에 대해 잠시 얘기를 해보자. 보통 그의 '메세지'에 너무 집중이 되다보니 근본적인 그의 'lyricism'을 간과하는 경우가 있다. 하지만 이 앨범에서 그는 단순과격식의 선동만을 하지는 않는다. 때로는 기발한 스토리텔링을 통해, 때로는 요즘 들어도 절대 촌스럽지 않은 펀치라인들을 통해 메세지를 효과적으로 전달한다. 절대 '어렵게' 가사를 쓰지 않는다는 것 또한 마음에 든다. 현학적인 표현이나 뜻을 알 수 없는 메타포보다는 보다 구체적이고 직접적이지만 그게 '뭐 이렇게 단순무식지랄이야' 이런 느낌을 주는 게 아니라 청자의 고개를 끄덕끄덕거리게 만드는, 즉 공감할 수 있도록 가사를 쓴다는 거다. <Black Steel In The Hour Of Chaos>에서의, 감옥에서 탈출하는 과정을 마치 영화를 보는 듯하게 생생하게 재현한 스토리텔링을 보라. 더욱더 놀라운 것은 그 가운데 총을 뽑아들 수밖에 없는 주인공의 심리를 청자로 하여금 무려 '감정이입'으로 은근하게 느낄 수 있게끔 전달한다는 거다. 이건 단순한 가사쓰기 능력이 아니다. 또 "They say that I sample, but they should sample this my bit bull 그들은 내가 샘플을 한대, 하지만 내 독한 성격이나 샘플해가라 그래" (<Caught, Can We Get A Witness?>)이나 "If you don't think I'm a brother then check the chromosomes 만약 내가 형제가 아니라고 생각되면, 염색체를 확인해봐" (<Prophets Of Rage>) 같은 재기발랄한 펀치라인들 역시 간과해선 안될 요소다.

 

  이렇듯 이 시각에서 봐도, 저 시각에서 봐도 이 앨범은 '완벽'하다. 혹자는 이 앨범을 통해 이들의 선동적이고 정치적인 메세지에 공감할 것이고, 혹자는 압도적인 비트와 사운드에 가볍게 몸을 맡길 것이다. 물론 둘다를 동시에 느낀다면 이 앨범에 대한 가장 모범적인 청자임에 틀림없을 것이다. 뭐 어떻게든 좋다. 시대가 바뀌고 강산이 바뀌어도, 이 앨범은 우리에게 언제나 이렇게 말하고 있으니까. 

 

  "우릴 저지하려면 인구 수만명의 나라가 필요할 것이다."

 

 

* 가사해석에 도움을 주신 DanceD님께 감사를 드립니다.

 

 

** Originally posted on: http://www.hiphople.com/7715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