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unikut's Cultural Paradise

official drafts

Miles Davis [On The Corner] (1972, Columbia)

tunikut 2012. 12. 18. 12:22

 


01. on The Corner/New York Girl/Thinkin’ one Thing And Doin’ Another/Vote For Miles

02. Black Satin

03. one And one

04. Helen Butte/Mr. Freedom X

 

  

  도대체 Sly Stone이라는 인물은 얼마나 위대한 인물인가. 재즈사에서 거론되는 대표적인 문제작이자, 그 아티스트의 팬층부터 장르 매니아들에게 절대적인 지지를 받고 있는 앨범인 Herbie Hancock [Head Hunters]와 오늘 포스팅하고 있는 Miles Davis [On The Corner]가 모두 Sly Stone의 영향을 받아, 아니, Herbie Hancock Miles Davis가 모두 Sly Stone을 리스펙해서, 그처럼 sound like하고 싶어서 만든 앨범들이니 말이다. 음악이라는 것은 참 웃긴데, 우리가 70년대의 훵크-소울 음악을 들어보면 상당히 빈티지스럽고 옛그러운 따사로움을 느낀다. 하지만 동시대의 재즈 음악은 거의 아방가르드-프리-노이즈 수준까지 올라가기 때문에 지금 들어보면 동시대의 음악이라도 하나는 아주 옛스러운 반면 다른 하나는 지금 들어도 너무 모던하다는 거다. 웃기지 않은가. 근데 더 웃긴 건 70년대 초라는 당시의 시대적 상황에서 들려준 Herbie Hancock Miles Davis의 그토록 모던했던 사운드가 가장 빈티지스러웠던 Sly Stone의 음악에 영향을 받아, 그렇게 닮고 싶어서 만들어진 음악들이라는 것이 말이다. 참으로 파라독식하다.

 

  이러한 파라독식컬함은 이 앨범의 표지에서부터 나타난다. Miles Davis, 이 앨범을 젊은 친구들에게 어필하고 싶어서 만들었다고 한다. 그래서 제목도 길모퉁이에서이고, 표지도 우스꽝스러우며 앨범 속지도 키치하다. 근데 이 앨범이 막상 공개되고 난 뒤에 사람들은 이걸 두고 이건 뭐임?”식의 반응을 보였다고 하고, 잘보일려고 만들었다가 괜히 욕만 얻어먹은 꼴이 됐다는 후문이다. 

 

  Miles Davis funk를 하고싶었다. 근데 음악은 그보다 더 앞서버렸던 게 문제였다. 처음 이 앨범을 들을 때는 난 Miles는 트럼펫 연주를 이 앨범에서 전혀 안한 줄 알았다. 그냥 conductor/arranger만 한건가. 아무리 들어도 트럼펫 소리가 들리지 않았기 때문이다. 기타 소린줄 알았다. 그래서 우와 John McLaughlin 또 오방 달리네이랬다. 하지만 왠걸. 앨범의 첫곡의 첫소절부터 그의 트럼펫 소리를 들을 수 있다는 걸 간과했다는 거다. 플레이 버튼을 누르면 굉장히 신경질적인 노이즈 전자음이 삐릭삐릭거리면서 귀를 자극하는데 이게 바로 Miles가 연주하는 소위 ‘electric trumpet/wah wah’라는 거. 일렉트릭 기타의 와와 페달을 트럼펫에 연결시켜 연주한다는 뜻이겠지. 시끄러운 노이즈-재즈록의 장을 한판 늘어놓고 나면, 두번째 트랙부터 드디어 올 것이 온다. 만일 지금 이 글을 읽고 계신 당신이 재즈는 거의 들어본 적이 없지만, 대신 왕년에 Muzik이나 MixMag 같은 잡지들을 좀 디벼본 사람이라면, 단번에 2번곡 “Black Satin”의 시작부터 끝까지, Talvin Singh-The Future Sound Of London (FSOL)-Photek-Ken Ishii를 떠올릴 수 있을 것이다. 타블라를 이용한 퍼커션으로 시작해서 나타나는 미드 템포의 드럼앤베이스, FSOL [Lifeforms]에서 들려줬던 개울음소리 샘플, Ken Ishii“Extra”의 말미에 반복적으로 세뇌시켰던 미니멀한 건반음.. 그 모든 것의 레퍼런스가 여기에 있다고 한다면 너무 망언이 될까. 이어지는 곡들 모두에서도 Miles는 같은 패턴의 리듬을 계속 사용하는데, 아무리 생각해도 너무 귀엽다. 이 루프가 아마도 Miles가 생각한 funk였던 것 같다. 근데 참 재미있는 건 똑같이 Sly Stone에게 영감을 받아 만든 Herbie Hancock“Chameleon”이 비교적 funk의 전형에 가까운 리듬을 들려준다면 Miles retrospect는 또 달랐던지 싶다. “아니, 마일즈형! 훵크 들려준다면서 왜 드럼앤베이스를! ㅎㅎ뭐 이런 느낌이랄까. 또한 중간중간 무정형으로 찢어지듯 등장하는 노이즈 역시도, 그의 식견이 얼마나 앞서갔던 것인지를 잘 보여준다.

 

  혹자는 Miles Davis를 두고 실력보다는 트렌드에 민감했던 인물이라고 저평가하기도 한다. 나는 묻고 싶다. 어떤 뮤지션이 연주만 잘하면그게 진정한 뮤지션인가? 창의력 없이 연주만 졸라 잘하면? 마찬가지로 어떤 화가가 예술가로서의 창의력은 별론데 그림만 졸라게 잘 그린다면? 그게 제일 중요한 건가? Miles가 트렌드에 민감했던 것은 맞다. 하지만 그 트렌드를 자신의 스타일에 받아들여 화학 실험을 해서 결과물을 도출시켜 세상에 새로운 파라다임을 제시한 인물은 음악 역사상 마일즈 데이비스밖에 없었다고 감히 말하고 싶다.

 

  그는 오늘날 현재, 조금 쿨하고 모던한음악을 좋아한다는 젊은이들의 취향 모두에 자리하고 있다. 재즈 힙합? 노이즈 뮤직? 아방가르드록? 앰비언트? 드럼앤베이스? 미니멀리즘? 그리고,, 그야말로 재즈? 이 모두에는 마일즈 데이비스가 있다. Dig It?

 

 

  * Originally posted on: http://blog.naver.com/blogmiller/1101544427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