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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scar Peterson [Perfect Peterson: The Best Of The Pablo And Telarc ..]

tunikut 2010. 12. 9. 10:09

Oscar Peterson [Perfect Peterson: The Best Of The Pablo And Telarc Recordings] (2007, Concord)

 

  2007 12월 말 추웠던 어느 저녁, 어느 때처럼 즐거운 마음으로 제 블로그에 Oscar Peterson의 곡을 하나 포스팅했었습니다. 그리고 잠시 뒤 제 포스팅에 달렸던 청천벽력같은 댓글 하나는 바로 그의 타계를 알리는 내용이었죠. 2007년 12월 23. 크리스마스를 이틀 앞둔 날이었습니다. 솔직히 저는 오스카 피터슨이라는 뮤지션을 너무 늦게 알게 됐고 이제 막 그의 음악의 '위대함'에 탄복하던 시기여서 그의 공연을 언제 볼 수 있을까, 우리나라엔 안오실까.. 뭐 이렇게 철없는 십대팬같은 생각만 하고 있었을 때였기 때문에 그의 사망 소식은 무척이나 안타까웠습니다. 그리고 3년이 지나 이제 오는 12 23일이면 그의 3주기가 되네요. 재즈 역사에서 소위 말하는 '음악성과 대중성을 모두 갖춘' 뮤지션이라고 말하기에 주저함이 없을 오스카 피터슨의 앨범 한장을 들고 나왔습니다.




 

Disc 1 (Pablo)

 

01. Tenderly

02. How High The Moon

03. Nuages

04. Blues Etude

05. Caravan

06. I'm Getting Sentimental Over You

07. Summertime

08. If I Were A Bell

09. (Back Home Again In) Indiana

10. I'm Confessin' (That I Love You)

11. Nigerian Marketplace

12. on The Trail

 

Disc 2 (Telarc)

 

01. Honeysuckle Rose

02. Kelly's Blues

03. Wheatland

04. In A Mellow Tone

05. Tin Tin Deo

06. Nighttime

07. Reunion Blues

08. Satin Doll

09. Ja-Da

10. Morning In Newfoundland

 

 

  예 먼저 이 앨범은 타이틀에서도 알 수 있듯 컴필레이션입니다. 하지만! 단언컨대 절대로 그저그런 베스트 모음집은 절대 아니라는 거예요. 앨범은 그가 Pablo Telarc 두 레이블에서 활동할 당시의 베스트 레코딩들을 선별한 것인데 그렇다면 그 시기가 피터슨의 바이오그래피에서 어떤 시기인가를 먼저 알아야겠죠. 일단 우리가 잘 알다시피 오스카 피터슨은 '트리오' 연주로 유명합니다. 그리고 보통 '피아노-베이스-드럼'으로 구성되는 흔한 포맷과 달리 그의 트리오는 '피아노-베이스-기타'의 형태를 갖춘 것으로 유명했죠. (물론 그 역시 전형적인 트리오 형태로 연주한 적도 있긴 합니다.) 이 소위 말하는 'Oscar Peterson Trio'는 두 번의 전성기를 가졌었는데요 그 첫번째는 바로 1950년대, Oscar Peterson-Ray Brown-Herb Ellis로 구성된 전설의 트리오로서 Verve 레코드에 소속돼 아직까지도 국내에서도 "오스카 피터슨!" 하면 바로 떠오르는 앨범들인 "We Get Requests" "Night Train" 같은 앨범, 그리고 Louis Armstrong Lester Young과의 콜라보 앨범들을 발표했던 시기입니다. 그리고 두번째 황금기는 바로 1970년대! Oscar Peterson-Niels Henning Ørsted Pedersen-Joe Pass로 구성된 트리오로서 바로 이 시기가 Pablo 레이블에서 활동했던 시기라고 할 수 있겠죠. 그리고 그 이후 1980년대부터 2000년대까지 그가 마지막으로 몸담았던 레이블이 바로 Telarc입니다. , 결과적으로 오늘 소개하는 이 앨범은 트리오의 두번째 중흥기인 1970년대부터 타계하기 전까지 그가 발표한 작품들 중 가장 brilliant했던 곡들을 모아 놓은 컴필레이션이라고 할 수 있겠죠. 이 앨범이 더욱 소중하게 보이는 이유는 앨범의 부클렛에 그 시기 동안 Pablo Telarc에서 발표된 그의 '대표작(!)'들을 앨범 커버와 함께 나열을 하고 어느 앨범에서 어느 곡을 선택했는지와 각각의 앨범의 레코딩 연도나 장소, 연주자들 정보, 앨범의 카탈로그 넘버까지 상당히 바지런하게 정리되어 있다는 점, 그리고 음악 평론가 James Isaacs가 쓴 장문의 라이너 노트 역시 무척 유익하다는 점 등입니다. 또 무엇보다 흔히 베스트 앨범이라고 하면 '리더'로서의 곡들 위주로 선곡하기 마련인데 여기서는 Dizzy Gillespie Stephane Grappelli, Count Basie 등과 같은 다른 거장들과의 '콜라보작'에서도 좋은 곡들을 골랐다는 점에서도 상당히 새심하게 선곡했음을 알 수 있죠. 또 이 앨범이 타이틀처럼 'Perfect Peterson'이라고 할 수 있는 이유는 그의 초창기 레전더리 트리오와 함께 했던 시기의 대표곡 "Tenderly" (그의 거의 최초의 '히트곡'으로 불리우는 곡입니다.) "How High The Moon"을 빼놓지 않고 수록했다는 겁니다. 2000년작으로 그의 공식적인 마지막 스튜디오 녹음 앨범이자 마지막 혼을 발휘한 조국 캐나다를 위한 조곡집 "Trail Of Dreams: A Canadian Suite"에서도 잊지 않고 한 곡을 선곡했죠. , "Tenderly"부터 "Trail Of Dreams"까지. 그야말로 "perfect"한 오스카 피터슨 모음집 아닐까요?

 

  자 그럼 오스카 피터슨의 음악 스타일이란? 한마디로 'overwhelming! 압도적'이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워낙에 오랜 기간 동안 (혼 주자 없이) 피아노 트리오 혹은 쿼텟의 리더로 활동을 해오신지라 그야말로 '유려하고 화려한' 피아노 연주를 들려주죠. 쉽게 말해 같이 연주하는 뮤지션들을 피아노로 '발라'버린다고나 할까요? 그는 음악적 스승이었던 Art Tatum의 영향을 가장 많이 받았다고 합니다. 아까도 잠시 언급했지만 드러머를 기용하지 않고도 그의 곡들은 무척이나 활기차고 스윙감이 넘칩니다. 꽤 놀랍죠. 물론 베이스가 리듬 섹션으로 작용하고 있으나 더더욱 큰 역할을 하는 건 그의 '왼손'입니다. 오른손으로 정말 화려하기 그지없는 솔로를 하면서도 그의 왼손은 동시에 약동적인 리듬을 만들기 위해 분주하다는 거죠. (이 부분에 대해 Bud Powell과 비교하는 관점도 있습니다.) 초창기에 상쾌하고 약동하는 느낌의 스윙곡들을 많이 들려줬다면 70-80년대를 거치면서 더더욱 컨템포러리해지고 심지어는 훵키해지기까지 합니다. "Nigerian Marketplace" 들어보세요. 그냥 'funk'.

 

  그럼 수록곡들을 brief하게 살펴봅시다. 앨범의 오프닝인 "Tenderly" "How High The Moon"은 말씀 드렸듯이 초창기 연주로 아직은 그닥 화려하진 않지만 특유의 생동감 넘치고 활기찬 피아노 연주를 들을 수 있습니다. 개인적으로 Stephane Grappeli와 함께 한 "Skol" 앨범에서 선곡을 했다는 점이 참 마음에 드는데 그라펠리의 오랜 동료였던 집시 스윙 기타의 전설 쟝고 라인하르트의 곡인 "Nuages"에서는 그라펠리의 인상적인 바이올린 솔로와 피터슨의 레이드백한 연주가 멜랑콜리한 무드감을 조성합니다. 이어지는 "Blues Etude"는 후반기 트리오가 가장 물이 올랐던 시기에 발표한 1973년 걸작 "The Trio" 수록곡으로 Joe Pass와 피터슨의 광풍과 같은 살인적인 '속주 스윙'을 만끽할 수 있으며 Dizzy Gillespie와의 협연작 "Oscar Peterson & Dizzy Gillespie"에서 선곡한 "Caravan"에서는 그동안 피터슨이 왜 혼주자를 기용안했는지를 여실히 실감나게 하는 길레스피의 뮤트트럼펫 속주가 피터슨을 압도합니다. 피터슨은 이에 질새라 역시 광풍 피아노로 화답하네요. 그러면 길레스피는 뮤트기를 떼버리고 거기다대고 빠라바라바라 기냥 질러버립니다. (명곡!) Joe Pass의 은은한 기타 연주가 인상적인 블루지한 스윙 넘버 "I'm Getting Sentimental Over You"가 지나 "If I Were A Bell"에서는 Dizzy Gillespie, Clark Terry와 어우러져 한바탕 스윙 잼세션을 마치고 나면 본 앨범에만 수록된 미발표곡이자 좀처럼 듣기 힘든 피터슨의 '솔로' 피아노곡 "(Back Home Again) In indiana"가 나오는데 정말 완벽하게 따로 노는 왼손 콤핑과 오른손 솔로의 기가 막힌 속주에 혀를 내두르게 됩니다. 그러고 나면 이제 나의 영웅 Count Basie와의 협연 "I'm Confessin'"이 나오며 이 둘의 조합이 언제나 그랬듯 피터슨의 통통 튀는 솔로와 베이시의 찰랑거리는 솔로를 주고 받으며 기품있는 블루스 연주를 들려줍니다. 그리고는 Niels Pedersen의 인상적인 베이스 인트로 "Nigerian Marketplace"가 뒤를 잇습니다. 정말이지 명곡들의 끝없는 릴레이에 청자는 숨통이 막힐 정도지요. 그리고 숨쉬라고 다시 경쾌한 on The Trail"로 신나게 끝납니다.

 

  자, 두번째 cd는 이제 Telarc으로 갑시다. 피터슨의 후기-말기 연주들이 담겨있네요. 여기서 주목할 만한 점은 바로 전설의 1기 트리오 멤버들인 Ray Brown Herb Ellis와의 재결합입니다. 피터슨 역사상 가장 빛나는 시기였던 이 1기 트리오 멤버 그대로 1990년 뉴욕 Blue Note에서 협연한 어깨가 저절로 들썩이는 "Honeysuckle Rose", "Reunion Blues", "Kelly's Blues"의 농익을 대로 익은 대가들의 블루스-스윙 연주는 절대로 놓치지 말아야할 포인트가 아닐까 생각합니다. 또 한가지는 이제 연륜이 깊이 든 피터슨 후기의 '감성적'인 연주들 역시 체크해봐야 할 것인데, 국내에서 흔히 그의 대표곡으로 가장 잘 알려져 있는 "You Look Good To Me"에서의, 서정적인 인트로에서 스윙으로 바뀌고 다시 서정적으로 마무리하는, 전형적인 피터슨식의 발라드곡들을 여기 수록된 "Wheatland", "Nighttime"과 같은 넘버들에서 다시금 만끽할 수 있답니다. ("Nighttime"은 정말 강추!) 또 이 시기 피터슨은 보다 확장된 스펙트럼을 들려주기도 하는데 대표적으로 바로 '흑인 음악'적인 그루브를 도입했다는 건데요, 소울 재즈 트럼펫터 Roy Hargrove와 협연한 "Tin Tin Deo"를 들어보세요. 정말 소울풀하고 훵키하네요. 1993년에 피터슨은 심각한 뇌졸중을 앓고 왼손 마비가 오게 됩니다. 이후로 몇년간 거의 왼손을 쓰지 못했다고 하는데요, 그런 상황에서 1995년 캐나다 라이브 실황인 "In A Mellow Tone"을 들어보시면 화려한 오른손 테크닉이 왼손의 부재를 보상하고 있는 걸 느낄 수 있죠. 특이한 점은 피터슨이 오른손으로 솔로 연주를 할때 기타와 혼 주자들이 피터슨의 왼손 콤핑을 대신 해준다는 점입니다. 왠지 가슴이 좀 뭉클해지기도 하네요. , "Ja-Da"라는 곡도 주목할 만합니다. 이 곡에서 드럼을 연주한 분이 누구게요? 바로 Karriem Riggins입니다. 일반 재즈 청자들은 갸우뚱 하실 분도 계시지만 벌써부터 언더그라운드 힙합팬들의 탄성이 들리네요. , 바로 생전 J Dilla의 절친이면서 재즈 드러머인 동시에 힙합 프로듀서이기도 한 바로 그 사람입니다. 왼손 마비를 거의 회복한 듯한 피터슨의 변함없는 통통 튀는 연주와 (혹자는 그랬다죠. "한손의 피터슨이 왠만한 두손 피아니스트들보다 낫다".) Riggins의 생기 발랄한 드럼 연주에 바이브의 히어로 Milt Jackson의 비브라폰 솔로가 빛을 발하며 살짝 컨템포러리적인 느낌도 연출합니다. (이 시기는 후반기 Oscar Peterson-Ray Brown-Milt Jackson The Very Tall Band 프로젝트 활동 시기죠.) .. 그리고 앨범의 대미를 장식하는 "Morning In Newfoundland". 이 곡은 그의 공식적인 '마지막' 스튜디오 앨범이면서 동시에 조국인 캐나다를 향한 조곡으로 필름 스코어 작곡가 Michel Legrand의 오케스트라와 협연한 앨범인 "Trail Of Dreams"에서 선곡한 곡인데요, 아름다운 스트링 선율에 왠지 쓸쓸하고 스산한 느낌을 주는 그의 피아노 멜로디가 울프 바케니우스의 기타와 주고 받으면서 듣는 이의 마음을 촉촉하게 적시는 무척 아름다운 곡입니다. 앨범의 마지막으로 더할 나위 없는 선곡이죠. 앨범은 그가 타계하기 전에 발매된 것인데도 왠지 그의 죽음을 애도하는 듯한 느낌이 많이 드는 곡입니다. 곡의 마지막 그의 피아노 연주가 끝나는 순간, 맑은 하늘에 The End라는 글씨가 보이는 것 같네요.

 

  연주를 마치고 땀범벅이 된 얼굴을 닦으며 호쾌하게 웃는 그의 모습이 너무나 그립습니다. 7살부터 피아노 연주를 시작해 한 평생을 오로지 '피아노'에만 혼을 쏟으신 진정한 거장, 고 오스카 피터슨의 명복을 이 자리를 빌어 다시 한번 기원합니다.

 

  REST IN PEACE. OSCAR PETERSON (1925-2007).

 

 

 

* Originally posted on: http://blog.naver.com/blogmiller/11009834513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