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unikut's Cultural Paradise

official drafts

Derrick May [Innovator] (1998, Transmat/Fragile)

tunikut 2010. 11. 29. 09:44

 


Disc 1

 

01. String Of the Strings Of Life

02. Another Kaos Beyond Kaos

03. Freestyle

04. A Rest/Beyond Kaos

05. The Dance

06. Spaced Out

07. Daymares, It Is What It Is

08. Some More Spaced Out

09. Beyond The Dance - The Cult Mix

10. Feel Surrreal Ends The Feel Surreal

11. R-Theme

12. Emanon Begins

13. Sinister

14. The End

 

Disc 2

 

01. To Be Or Not To Be

02. Icon (Montage Mix)

03. Phantom

04. Kaotic Harmony

05. Phantom Lurks

06. Salsa Life

07. Nude Photo

08. The Beginning

09. A Relic Long Ago

10. Drama

11. Emanon Ends

12. Winter on The Blvd

13. Strings Of Life

14. Dreams Of Dreamers

15. Wiggin - Juan's Mix

 

 

  오늘은 테크노 얘길 좀 해봅시다. 미국 미시간주의 디트로이트라는 도시는 은근히 음악팬들 사이에선 유명한 도시인데요, 힙합씬에선 당연히 고 J Dilla Slum Village의 고향인 동시에 Eminem의 출신 지역으로 잘 알려져 있고 재즈씬에선 Milt Jackson이나 Tommy Flanagan 등의 명인들을 배출해낸 도시입니다. 하지만 디트로이트라는 지역을 음악적으로 가장 유명하게 만든 건 아예 장르명에 지역 이름을 붙여버린 "디트로이트 테크노"라는 장르인데요, 이 장르는 동시대의 "시카고 하우스"와 더불어 현재의 일렉트로닉 댄스 뮤직이 있도록 만든 양대 기둥과 같은 음악입니다. (재즈의 시작이 뉴올리언스이고 댄스 뮤직의 시작이 시카고와 디트로이트라는 점을 감안해보면 미국이 유럽한테 음악을 얼마나 잘 빼았기는지 알 수 있죠. 물론 댄스 뮤직의 배경에는 시카고와 디트로이트 뿐만 아니라 그 전에 유럽, 특히 독일이 있었긴 하지만 말입니다.)

 

  하우스가 70년대말 디스코로부터 자연스럽게 진화한 장르라면 테크노는 시카고 하우스의 영향을 받아 '연구'해낸 결과에 가깝습니다. 시카고 하우스의 태동에 Ron Hardy-Frankie Knuckles-Larry Levan이 있었다면, 디트로이트 테크노의 태동에는 Belleville 고등학교 동창들인 Juan Atkins-Derrick May-Kevin Saunderson이 있었다고 할 수 있겠는데요, 이들 셋은 Kraftwerk funk/soul의 영향을 동시에 받았고, 시카고 하우스의 방법론을 빌어 그것들을 화학반응시키려는 연구를 시행하게 되죠. 그렇게 해서 생긴 장르가 바로 '디트로이트 테크노', 오늘날 우리가 흔히 말하는 '테크노'라는 음악 장르의 시작이었습니다. ("테크노"라는 단어는 Juan Atkins가 앨빈 토플러의 저서에서 인용해 최초로 음악에 그 단어를 사용했다고 하죠.) 사실 초창기 시카고 하우스와 디트로이트 테크노는 모두 같은 장비를 사용해서 만들었다고 합니다. 또 이 두 장르 사이에 clear-cut한 구분도 명확치 않았구요. 클럽의 DJ들은 이 두 스타일 모두를 적절하게 믹스시켜 플레이했다고 하죠. 비트의 질감면에선 이 두 스타일 모두 현재의 댄스 뮤직들과는 달리 그다지 강하지 않고, 타닥 탁타닥 거리는 느낌으로 대체로 좀 가볍습니다. 하지만 이런 비트 위에 보다 인간적이고 소울풀한 보컬 샘플들을 즐겨 사용한 하우스에 비해 신디사이저의 전자음과 시퀀싱된 기계음, 로보틱한 음성 등 보다 비인간적이고 산업적이고 미래적인 스타일을 추구했다는 점에서 테크노는 하우스와 달랐다고 할 수 있을 거예요. 80년대 미국 언더그라운드 댄스 뮤직씬의 모습은 이랬습니다.

 

  자, Derrick May는 주지했다시피 디트로이트 테크노의 선구자 3인방 중 한명입니다. Juan Atkins가 이들 셋중 가장 리더격이며 가장 선구자적인 면모를 보였고, Kevin Saunderson은 하우스의 영향을 상대적으로 많이 받아 보다 대중적인 노선을 추구했다면, Derrick May는 그야말로 디트로이트 테크노의 정기(正氣)를 마음껏 뿜어낸, 디트로이트 테크노를 가장 대표하는 인물이라고 (개인적으로는) 생각합니다. 마치 Atkins가 유비, Saunderson이 장비라면 May는 관우라고나 할까요? 혹자는 그를 두고 "테크노계의 마일스 데이비스"라는 칭호를 붙이기도 합니다. 80년대 후반과 90년대 초반에 걸쳐서 그가 Mayday Rythim Is Rythim 이라는 alias로 발표한 일련의 주옥같은 싱글들은 모두 현재까지 디트로이트 테크노의 클래식 싱글들로 인정받고 있기 때문이죠. 그리고 오늘 제가 들고 나온 이 두장짜리 씨디는, 그가 cd 형태로 발표한 유일한 '앨범'인데요, 위에서 말한 80년대 중후반부터 90년대 초반에 걸쳐서 그가 발표한 주옥같은 29개의 싱글들을 집대성 해놓은 컴필레이션입니다. 따라서 이 앨범은 단순한 '댄스 뮤직 컴필레이션' 그 이상의 가치가 있다고 생각해요.

 

  먼저 수록곡들 중 가장 먼저 눈에 띄는 것은 "Strings OF Life"라는 곡입니다. Derrick May 최고의 히트 싱글이자 마치 Marshall Jefferson "Move Your Body"가 초기 시카고 하우스의 anthem으로 불리우는 것과 같이, 이 곡 역시 디트로이트 테크노의 anthem이라고 해도 무방한데요, 마치 아무나 붙잡고 Herbie Hancock "Rock It"을 들려주면 "어 어디서 들어본 멜로디군" 이런 반응이 나오는 것처럼 이 곡의 인트로 역시 들어보시면 CF 등에서 쓰였을 법한, '어디서 들어본 듯한' 멜로디라고 느낄 수 있으실 겁니다. 건반음만을 사용해서 리듬감 내지는 그루브감을 만들어낸 감각은 가히 천재적이라고 할 수 있으며 이윽고 터져나오는 질주하는 듯한 비트와 장엄한 현악 샘플의 조합은 들을 때마다 감탄을 자아냅니다. 또 그의 이름을 최초로 널리 알린, 87년에 발표한 그의 최초의 히트 싱글인 "Nude Photo" 역시 앨범내 베스트 트랙 중 하나로서 여성의 웃음소리 샘플이 점차 고조되는 듯한 신스음과 어우러져 곡제목처럼 섹시한 분위기를 연출합니다. 한편 주로 우퍼를 울리는 둔탁한 베이스음과 업템포 정박을 사용하는 Juan Atkins의 스타일과는 달리 그는 자잘한 폴리리듬을 이용해 미드템포 그루브감을 만드는데 탁월한 감각을 보여주는데요 "To Be Or Not To Be", "Icon (Montage Mix)", "Beyond The Dance" 등의 트랙들에서 이런 면모들을 느낄 수 있습니다. "The Dance" "Daymares, It Is What It Is"와 같은 곡들을 들어보면 어떻게 전자음이 주가 돼서 리듬을 만들고 비트는 보조적인 역할만을 할 수 있는지 깨달음을 얻을 수 있죠. 또 그는 마치 재즈에서 improvising을 하듯이 신디사이저 전자음을 이용해 솔로 연주를 하는 듯한 면모들도 보여주는데 강력한 업템포 그루브로 시작해서 전자음을 사용해 멜로디를 전개하는 "R-Theme"이나 가볍게 터치되는 비트만 걸어놓고 전자음으로 솔로잉을 하는 듯한 "Kaotic Harmony", 그리고 '데릭 메이식의 발라드'라고 할 수 있을 법한, 신스 전자음으로 은은한 연주를 하는 것 같은 "Winter on The Blvd" 등의 트랙들이 그렇습니다. 또 살사 스타일을 차용해서 플로어용의 업템포 그루브를 선사하는 "Freestyle"이나 "Salsa Life" 등의 트랙들도 놓쳐서는 안될 트랙들이겠습니다.

 

  이렇듯 주옥같은 작품들을 쏟아냈던 그이지만, 여전히 활발한 작품 활동을 하고 있는 Juan Atkins Kevin Saunderson에 비해 90년대 중반 이후로는 거의 독자적인 프로덕션을 발표하지는 않고 주로 리믹스 작업과 대부분 전세계를 돌아다니며 DJ로서의 활동만을 하고 계시는데요 (우리나라도 한번 다녀가셨음) 'DJ만 많고 뮤지션은 없는' 작금의 일렉트로닉 댄스 뮤직씬에서, 선배로서 좀더 활발한 싱글/앨범 작업을 좀더 해주셨으면 하는 게 개인적인 바램입니다. The Spirit of the Machine! 오늘은 테크노에 대해 잠시 얘길 해봤습니다.

 

 

 

* Originally posted on: http://blog.naver.com/blogmiller/11009739020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