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unikut's Cultural Paradise

official drafts

Drake [Thank Me Later] (2010, Cash Money)

tunikut 2010. 12. 6. 16:01

 

 

01. Fireworks (featuring Alicia Keys)

02. Karaoke

03. The Resistance

04. Over

05. Show Me A Good Time

06. Up All Night (featuring Nicki Minaj)

07. Fancy (featuring T.I. & Swizz Beatz)

08. Shut It Down (featuring The-Dream)

09. Unforgettable (featuring Young Jeezy)

10. Light Up (featuring Jay-Z)

11. Miss Me (featuring Lil Wayne)

12. Cece's Interlude

13. Find Your Love

14. Thank Me Now 

 

 

  이 앨범을 처음 들은 사람들의 표정은 이랬습니다. '_' ... 뭔가 어떤 중앙의 그 느낌. 뭔가 애매~~~~~~, 아주 애매~~~~~~~한 그런 느낌 말입니다. 개그맨 효종씨의 대사를 빌자면 지하철에 앉아 있는데 앞에 선 어떤 분이 아줌마인지 할머니인지 애매~~~~~~~~~, 얼굴은 할머닌데 머리는 까만, 그래서 양보를 해야될지 말아야될지 그 애매~~~~~~~~한 그 느낌. 그게 바로 Drake의 정식 데뷔 앨범에 대한 리스너들의 '첫인상'이었습니다. 뭔가 '실망스럽다'고 하기에도 그렇고, 그렇다고 '역시 기대한 대로군!'이라고 하기에도 그렇고.. 그래서인지는 모르겠는데 국내 힙합 커뮤니티들을 돌아다녀도 이 앨범에 대한 리뷰는 전무하더라구요. 저도 첨에 나오자마자 이 앨범을 사서 들었는데 지금까지 그 애매~~~~~~~~~~~~~한 느낌을 가지고 있다가 오늘 작정하고 펜을 들었습니다.

 

  흔히 Drake를 폄하하는 사람들은 '운이 좋았다', '실력이 없다', '위지와 칸예 목소리를 적당히 배꼈다' 뭐 이런 식의 얘기들을 합니다. "도대체 드레이크의 매력이 뭐냐!" 이렇게 물어보면 딱 잘라 대답하기도 좀 그런.. 뭐 저도 그런 느낌이 좀 있었죠. 사실 그의 초창기 믹스테잎들인 "Room For Improvement" "Comeback Season" 보다는 "So Far Gone" 이후의 음악들과 싱글들로 유명해졌기 때문에 '적당히 트렌드를 잘 만난 행운아'처럼 보였던 것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근데 초기 믹스테잎에 실린 음악들은 사실 좀 다릅니다. 캐나다 컬리지-언더그라운드의 flava가 느껴지는 그런 게 있죠. J Dilla, 9th Wonder의 곡에 랩을 하기도 하고 Slum Village에 대한 애정을 표현하기도 했었죠.) 아무튼 하지만 드레이크의 공식 데뷔작인 이 앨범을 한번, 찬찬히, 너무 몰아서 말고, 일주일에 한두번 정도씩 한 4-6주간만 들어봅시다. 그리고나서 '드레이크'라는 뮤지션의 음악이 어떤가를 한번 곰곰히 음미를 해보면 어느 순간 눈이 확 뜨이면서 "오호라!" 이런 느낌이 올 겁니다. 바로 드레이크 음악의 '진정성'이라는 거죠. 

 

  "내가 아니면 절대 들려줄 수 없는 앨범을 만들테다."

 

  전 50% 정도는 확신합니다. '트렌드에 올라탄 이미테이터'라는 악평을 분명히 그 역시 인식했을 터. 데뷔 앨범을 통해 ', 드레이크 스타일은 이런 거야'라고 당당하게 show & prove할 수 있는 음악을 기획했을 것이라는 걸요. 이 앨범에서 유일하게 튀는, 그야말로 진정한 '싱글' "Over" 같은 킬링 트랙으로 대다수를 채울 수도 있었을 겁니다. 그러면 반응은 훨씬 더 좋았을 수 있었겠죠. 하지만 제 생각에 이 앨범은 진정 '드레이크식의 언더그라운드'라고 생각합니다. 대중성을 고려했다기 보단 자신의 '아티스트적 개성'에 촛점을 더 두었다는 의미에서 말이죠. 이 앨범 전에 그의 이름을 널리 알린 싱글로 "Successful", "Best I Ever Had", 그리고 "Forever"가 있었죠. 뒤에 두 곡들은 한두번 들으면 느낌이 확 오는 킬링 트랙들이지만 "Successful" 같은 경우는 상당히 특이한 곡입니다. 묘한 공허감이 전체를 아우르는 느낌. 바로 Noah "40" Shebib의 프로듀싱 스타일로 대표되는 곡이죠. 여기서 이 앨범에 대한 요점이 잡힙니다. 바로 이 앨범은 Boi 1-Da 스타일의 앨범이 아니라 40 스타일의 앨범이라는 것이죠.

 

  앨범 자켓을 잠시 바라봅시다. 드레이크 표정에서부터 하얀 여백이 '공허함'을 주죠. 하지만 또 어떤가요? 묘하게 '전자적'이죠. 전 이 자켓이 이 앨범의 성격을 그대로 함축하고 있다고 생각 하는데요, 바로 '전자적 공허함'이라고 단마디로 표현할 수 있을 것 같아요. 오프닝 트랙 "Fireworks"부터 "Karaoke", "The Resistance"까지 앨범은 ', 한번 달려볼까'라고 기대한 청자들을 초반부서부터 약간 맥빠지게 만듭니다. (그러다가 이제 "Over" 인트로의 현악음이 울리는 순간 "자아 가자!" 이렇게 외치게 되죠.) 하지만 이렇게 텅빈, 왠지 쓸쓸하고 공허한 사운드는 드레이크의 '스웨거' 가사들과 어우러져 묘한 파라독스를 형성합니다. 쓸쓸하고 공허한 사운드와 스웨거 넘치는 가사의 결합? 거기서 나오는 화학반응은 뭘까요? 그 역설이 자아내는 이미지는 결국 '나는 이렇게 잘났고 성공했지만, 한편으로 공허해, 부질 없는 것 같애. 난 술잔을 들고 그저 불꽃놀이만을 바라볼 뿐이야. 저 밑에는 사람들의 북적거리는 소리가 들리지만' 뭐 바로 이런 심상 아닐까요? 이 감수성은 여느 엠씨들의 앨범에서 느낄 수 없었던, 'Drake만의, Drake식의 스웨거'라고 저는 감히 표현해봅니다. 그리고 이러한 감수성은 점차 고조되다가 앨범의 중심부에 자리잡은 "Shut It Down" "Unforgettable"에서 그 절정을 이룹니다. 이 두 곡을 가슴으로 느끼면서 들어보세요. 눈물 납니다.

 

  적잖이 욕을 먹기도 한 "Find Your Love" 같은 경우도 그래요. 이 곡을 '대중성만 고려한 몰개성 팝송'이라고 평을 하는 분들도 있는데요 저는 반대로 생각합니다. 오히려 대중성을 고려 않하고 자기가 진짜 하고 싶은 걸 하려고 했기 때문에 탄생한 곡이라고 생각해요. 솔직히 그는 뛰어난 보컬리스트는 아닙니다. 보컬톤도 왠지 Craig David 이미테이션 하는 듯한 느낌도 들죠. 그치만 여러 인터뷰에서 밝혔듯 그는 알앤비를 너무 사랑하기 때문에 이런 곡을 싫지 않을 수 없었을 거라는 생각이 듭니다. Drake 입장에서 보자면 '가장 대중적인 팝송'이 아니라 '가장 실험적인 곡'이라고도 할 수 있겠죠. 이 곡이 끝나면 갑자기 "큐끄땍미나~"를 외치며 앨범은 끝이 나네요. (팀보의 프로듀싱은 약간 실망스러웠습니다.)

 

  물론 그렇다고 이 앨범이 너무 Drake 위주의 아티스트적 개성에만 몰두한 앨범은 아닙니다. 킬링 트랙 "Over"서부터 Nicki Minaj와의 콜라보 "Up All Night"이나 Lil Wayne과의 콜라보 "Miss Me"에서 우린 여전히 '영머니식'의 그루브에 몸을 맡길 수 있으며 내친 김에 덤으로 Swizz Beatz 스타일의 개성을 잘 살린 "Fancy"도 무척 흥겹습니다.

 

  물론 저도 "Best I Ever Had"는 너무 좋아서 가사를 외워 막 따라부르기도 하고 "Forever"도 얼마나 많이 들었는지 모릅니다. 그리고 "So Far Gone Mixtape"이 얼마나 '맛있는' 앨범이었는지도 잘 알아요. 하지만, 절대 가볍게 만들지 않은, Drake 스스로 자신만의 작가주의적 아이덴티티를 살리려 노력한 흔적이 정말 많이 많이 느껴지는 이 앨범 한 장을 통해 Drake라는 뮤지션을 다시 돌아보게 됐고 그를 이제는 아무런 거리낌없이 '훼이버릿 아티스트 목록'에 올릴 수 있게 됐다는 점에서 전 그에게 지금 바로 "Thank You Now!"라고 외칠 것 같습니다. , 그러고보니 제가 저 말을 외친 게 지금이니까, 이 앨범이 발매되고 근 반년만에 외치게 됐으니 이 앨범의 타이틀이 적중한 셈이네요.

 

 

 

* Originally posted on: http://hiphople.com/reviews/1314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