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unikut's Cultural Paradise

official drafts

Celph Titled & Buckwild [Nineteen Ninety Now] (2010, No Sleep)

tunikut 2010. 11. 24. 17:13

흐음.. 오늘도 응급실이 어째 한산하네.. 심심한데 음악이나 들어야겠다. 요새 뭐가 좋더라.. 그래 이거!

 

'In the night I hear 'em talk, The coldest story ever told, Somewhere far...'

 

우당퉁탕! 삐요 삐요 삐요 삐요 삐요 삐요 삐요 삐요 삐요 삐요 삐요 삐요 삐요... 빨리요! 사람 죽어요!! 

 

Code blue, Code blue, Dr. West, please come to the emergency room. Dr. West, Please come to the emergency room. 30대 남자로 추정되며 신원 확인 불가. mental deep drousy, BP 70/40, PR 130, Body temperature normal, SpO2 95%, self-breathing. BST 140. 머리 및 어깨 왼쪽 다리에 둔상. 복부에 multiple stab wounds 확인됨. intubation 준비해주시고 피 빨리! cross-matching 나갔나? 빨리 가서 push 좀 해! 마취과 연락하고. GS NS 연락됐나? OP lab? Brain CT만 빨리 확인하고 수술방 arrange해 시간 없어!

 

회복실: 어젯밤.. 전 할렘 125번가를 걷고 있었어요. T-Pain "Bartender"를 들으면서 말이죠. 근데 갑자기 남자 세 명이 저를 애워쌌어요. 흑인 둘하고 백인 하나.. 자신들은 90년대에서 타임머신을 타고 왔다고 말하더니 난데 없이 흑인 한 놈이 SP-1200을 가지고 제 머리와 어깨와 왼쪽 다리를 막 두들기기 시작했어요. 그러더니 또 다른 흑인 한 놈은 턴테이블과 LP판을 가지고 제 배에다가 막 긁어댔죠. 그리고 마지막 백인놈은 사정없이 제 귀에다 대고 무슨 말을 지껄이기 시작했어요. 그 다음부터는 기억이 안나요..

 

단서 확보: 사건 현장에 "Nineteen Ninety Now"라 이름 적인 CD 발견됨. 용의자 추적 시작.

 

수사 일지: 용의자 프로필 확인됨. Buckwild. 뉴욕 브롱스 출신. 힙합 프로듀서. D.I.T.C.의 멤버. 90년대 중후반을 걸쳐 수많은 힙합 클래식을 프로듀스함. 대표작. O.C. "Time's Up", Big L. "Put It on". 묵직한 베이스와 스네어 드럼을 동시에 찍어버리는 방법으로 수차례 둔상을 가한 혐의 있음. Mista Sinista. 뉴욕 출신. 턴테이블리스트. The X-Ecutioners의 멤버. 90년대 턴테이블리즘의 상징적인 그룹. 한 차례 한국 방문. 현란한 스크래칭 테크닉으로 상대방의 복부에 수차례 자상을 가한 혐의 있음. Celph Titled. 플로리다 탐파 출신. 엠씨 겸 프로듀서. 절친 Apathy와 함께 Demigodz Army Of The Pharaohs 멤버. 하드코어 배틀 엠씨. 상대방을 조롱하는 펀치라인과 복합적인 라이밍으로 상대방에게 수차례 언어 폭력을 가한 혐의 있음. 자료 해석 요청해 CD 내용 확인 바람.

 



 

01. The Deal Maker

02. Out To Lunch (featuring Treach of Naughty By Nature)

03. Eraserheads (featuring Vinne Paz of Jedi Mind Tricks)

04. Fuckmaster Sex

05. Swashbuckling (featuring Apathy, Ryu & Esoteric)

06. I Cound Write A Rhyme

07. Hardcore Data

08. Mad Ammo (featuring F.T. & R.A. The Rugged Man)

09. Tingin'

10. There Will Be Blood (featuring Sadat X, Grand Puba, A.G., O.C. &  Diamond D)

11. Miss Those Days

12. Step Correctly

13. Wack Juice

14. Styles Ain't Raw (featuring Apathy & Chino XL)

15. Where I Are

16. Time Travels on (featuring Majik Most & Dutchmassive)

 

 

자료 해석 일지 (by tunikut): (귀찮은 듯이) 움냐.. .. 해석까지야.. . concept 앨범이라고 부르긴 힘들 것 같지만 상당히 conceptual한 내용을 담은 앨범 같습니다. 앨범 전체를 관통하는 이미지는 가사면에서나 게스트 진용에서나, 90년대에 대한 향수거든요. 이 앨범은 엠씨로서의 Celph Titled가 발표한 공식적인 '1' 앨범이라고 할 수 있겠는데요, 요새 왜 그런 거 많자나요? Skyzoo & Illmind, KRS-One & Tru Master, David Banner & 9th Wonder. 뭐 마치 짝짓기라도 하듯이 '나 누구누구랑 했다' 뭐 이런 분위기인데, 그 동안 4장 짜리 컴필레이션 씨디와 프로젝트 및 그룹 활동만 해오던 Celph Titled가 공식적으로 씬에 데뷔하는 이 앨범에선 정말이지 '대어' 정도가 아니라 'god'과 짝을 이뤘어요. 바로 Buckwild. 뭐 사실 이쪽 바닥에선 이 형님 모르면 간첩이죠. 이 형님 스타일에 대해선 제가 예전에 쓴 글이 하나 있어요. 그 자료는 조오기 밑에 보시면 있구요. Nah Mean?

 

일단 CD를 플레이어에 넣고 플레이 하는 순간! 90년대에 (특히 동부쪽) 힙합을 듣고 즐겼던 사람들이라면 아마 벅와일드의 첫 스네어음을 듣는 순간! 이미 돌아버리실 거라고 저는 확신합니다. 긴장감 넘치는 베이스.. ---. 곧바로 Celph Titled의 독백이 시작됩니다. 그러다 갑자기! 빠방방~ 혼 섹션이 울리면서! "..!" 베이스와 드럼을 확 찍어버리네요. 이어 당당하게 자신의 컴백을 선언하는 Celph Titled 특유의 호탕하면서 마초적인 라이밍 1절이 끝나면 이젠 Mista Sinista의 스크래칭이 이어집니다. 아 뭐 말 다했죠. 이건 말이예요, 그저 '골든 에라의 재현' 정도 차원에서 끝나는 앨범이 아닌 것 같습니다. 제 요점은 그 '퀄리티'라는 거죠. 보여줄 거면 '제대로' 보여준다는 거예요. 전 그런 의미에서 그닥 회자되고 있지는 않지만 앨범 전체에서 시종일관 엠씨들의 아카펠라를 이용해 스크래칭을 들려주는 Mista Sinista의 참여는 무척 의미가 크다고 봅니다. 물론 요즘에도 '90년대식'의 비트를 쓰는 앨범들은 많지만 프리모 스타일의 스크래칭이 첨가된 '90년대 작법'이 완벽하게 살아 숨쉬는 앨범들은 흔치 않다는 얘기죠. 그러니까 제 말은, 이 앨범은 말이죠, 90년대 중반에 이 형태 그대로 발매됐더라도 클래식 앨범으로 회자될 만한 퀄리티라는 거예요. 사실, 말이 나왔으니 말인데 90년대 당시에 앨범들이 그 '당시'에는 앨범의 가치를 못느낀 경우가 많아요. 사실 "All Eyez on Me"도 당시엔 저희들은 '에이 저거 팝적이자나.. 너무 커머셜해..' 그랬어요. Meth & Red "Black Out!" '기대를 많이 했는데 뭐 내용은 그저 평범..' 이랬거든요. 오히려 그 당시 진짜 '' Mobb Deep "The Infamous" onyx "Bacdafucup", Kool G Rap "4,5,6"이었죠. 들으면서 바로 쌌으니까요. 제 말의 요점은, "Nineteen Ninety Now"라는 앨범은 바로 이 후자쪽, 들으면서 바로 싸는 앨범에 가깝다는 겁니다.  

 

자 약간만 더 구체화해봅시다. 앨범의 일등공신은 두말할 것 없이 Buckwild입니다. 94-96년의 기간 동안 그는 과연 무엇이었을까요? 아니 지난번 "Rare Studio Masters"에서 공개한 것도 모자라서 그가 당시에 작업한 데이터베이스에 접근해 비트를 골랐다는 앨범의 배경에 비춰봤을 때 어떻게 이런 비트들을 공개 안하고 있었나.. 그런 의구심이 정말 들어요. 분명 CelphBuckwild에게 한 마디 했을 겁니다. 아니 형 이런 괴물들을 공개 안하고 어쩔 셈이었냐고. 장담하건대, 벅와일드의 '베이스 운용'은 당대 최고입니다. "Swashbuckling"을 들어보시면 압니다. 같은 비트 속에서 4명의 엠씨들이 바뀔 때마다 베이스가 바뀝니다. 특히 Ryu 파트에선 세상에. 난데없이 Bebop 베이스가 나오는데 정말 두손두발 다 들었습니다. 앨범의 초반부는 그야말로 Buckwild 특유의 뒤통수 퍽퍽 맞는 듯한 묵직하고 헤비한 비트에 Celph Titled, Apathy, Vinne Paz, 그리고 Esoteric '하드코어'라면 일가견이 있는 엠씨들의 컴플렉스한 라이밍과 펀치라인, 그리고 틈새틈새를 조져놓는 Mista Sinista의 스크래칭이 뒤범벅된 일대 향연이라고 보시면 됩니다. 게스트로 참여한 R.A. The Rugged Man의 미친 플로우가 일품인 첫 싱글 "Mad Ammo"를 지나 "There Will Be Blood"에 이르면 이 앨범의 모토에 맞게 90년대 힙합의 정수 Brand Nubian (Sadat X, Grand Puba) D.I.T.C. (A.G., O.C., Diamond D) 형님들을 소환해, James Brown의 목소리와 Go-Go를 버무린 Buckwild의 비트와 함께 앨범은 최고조를 향해 치달으며 제목부터 느낌이 팍 오는, 이 앨범에서 가장 감성적인 트랙 "Miss Those Days"에서 클라이막스를 이룹니다. "그 시절로 되돌아갈 수만 있다면 백만달러라도 내겠어!"라는 Celph Titled의 가사에서 느껴지는 그 절실함과 "Seems like yesterday.. Miss those days"의 반복되는 여성 보컬 후렴구가 어우러져 청자의 마음을 뭉클하게 만듭니다. 이어지는 "Step Correctly" laid-back한 느낌의 키보드음에 Celph Titled 특유의 야비한 톤과 하드코어적인 가사가 언발란스하게 진행되는 곡으로 개인적으로 베스트 트랙입니다. , 여기까지 듣고 최고조에 이르렀다고 후반부에 깔린 곡들을 무시하진 맙시다. 만일 당신이 '가장 전형적인' 벅와일드 스타일의 비트를 경험해보고 싶다면 후반부에 포진된 "Wack Juice" "Styles Ain't Raw"를 놓치면 안될 것입니다.

 

끝으로 Celph Titled에 대해 잠시만 언급을 좀 할께요. 물론 그의 플로우는 약간 단순합니다. 듣다보면 톤이 다 비슷비슷하지요. 하지만 일단 개인적으로는 그의 목소리가.. 같은 남자인 제가 정말 제일 갖고 싶고 부러워하는 굵고 묵직한 톤 (그러니까 록으로 치면 필립 안젤모톤)입니다. 진짜 신이 주신 '남자다운' 목소리라고 생각해요. 그건 그렇고 비록 Celph Titled가 추구하는 스타일이 '하드코어 배틀 엠씨'라고는 하지만 제 생각에 이 앨범이 '하드코어 힙합 앨범'이라는 생각이 들지 않는 이유는 그의 가사입니다. 물론 이 친구가 마음 먹고 제대로 한판 떠보자고 하면, 특히 "Out To Lunch" 같은 곡에서처럼 가사 전체가 완전 복합 라임에 미친 펀치라인들이 난무합니다만, 의외로 서정적이고 감성적인 면모도 보여서 "I Could Write A Rhyme"에서는 어릴적부터 시작해 힙합을 시작한 계기, Equilibrium Demigodz의 결성, Vinne Paz로부터 AOTP 가입하란 얘기 들었을 때의 그 짜릿한 순간 등등을 진솔하게 얘기합니다. 또 앨범의 끝곡 "Time Travels on"은 다소 오그라들 정도로 의외로 "시간을 소중히 여기고 가족 사랑하고 엄마 사랑하고 열심히 살아라"라는 '교화'적인 메세지를 던지기도 하네요. 그러다보니 Celph Titled가 여태껏 발표했던 결과물들이 '하드코어 힙합'에 집중했다는 느낌이라면 본 앨범은 Buckwild라는 '싸부'의 도움을 받아 '골든 에라'의 자양분을 먹고 자란 그 자신의 '데뷔 앨범'을 의도했다는 느낌입니다.

 

 

'아니, 자료 해석하랬더니 이 새끼 지 감상이나 늘어놔 왜. 짤라버릴까 확.'

 

용의자 수사 하루 전: 반장님, 반장님! 큰일 났어요! 조금 전에 사건 당일 현장이 포착된 CC TV 자료가 확인됐습니다! 근데.. 근데 뭐? 한번 보세요. 보시면.. 여기, 피해자가 음악을 들으면서 자기 몸에다 자해를 하고 있잖아요! 저기 보시면, 턴테이블하고.. SP-1200하고.. 그리고 입으로는 계속 랩 같은 걸 중얼 거리고 있네요.. 근데 눈이.. 풀려있고 표정은 굉장히 행복해보이는데..

 

", 이 친구도 90년대부터 힙합을 들었나 보구만.."

 

 

.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 오리지널리 포스티드 온: http://hiphople.com/reviews/995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