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wo thumbs up! 아니 두 발가락 업! 그것도 모자라? 명작! 걸작! 마스터피스! 클래식! 뭐 어떤 찬사의 수식어를 갖다붙여도 하등
의 문제가 없다. 의심할 여지 없는, 동서양을 막론하고 내가 본 최고의 공포영화였다. 역시나 기대했던 대로.. 왜 이 영화가 '컬트'
화 됐는지 알 것 같았다. 표면적으로는 김기영 감독님의 "하녀"를 연상시키지만 설정만 같을 뿐 "하녀"가 무기력한 남성에 초점을
두고 있다면 이 영화는 한 여성의 심리적 망상에 초점을 두고 있기 때문에 접근 방식은 전혀 다르다.
영화는 후반 20여분에 이르러 본격적인 '공포'를 보여주는데, 환한 대낮에 숲속에서 갑자기 귀신이 쫓아오는 게 얼마나 무서운지
이미 "살아있는 시체들의 밤"의 오프닝씬에서 느꼈듯이 이 영화 역시 당시로서는 파격적으로 대낮에 귀신을 등장시키는데 그 화면
도 이상한 망원경 같은 화면에 웃고 있는 하얀 귀신 얼굴을 갑자기 클로즈업시켜버려 이 영화를 다 보고 화장실도 못가게 만들더니,
후반 10여분에 이르러 김영애씨 앞에 그 문제의 목각인형이 끼긱끼긱거리면서 다가오는 씬에서는 솔직히 저게 뭐냐 우뢰매야?
그런 느낌에 피식 웃었는데 갑자기 그 문제의 목각인형이 죽은 하녀의 귀신으로 바뀌면서부터 극단의 공포를 선사하는데 이 영화
가 웃긴 게 뭐냐면 아니 세상에 요새 아무리 무서운 공포영화라도 ("REC"도 그랬는데) 긴장과 이완을 적절히 분배시켜 관객들을
조금은 쉬게 만들어주는 반면 이 영화는 마치 관객을 강간하듯이 막판 10분 동안 내내 귀신이 쫓아오는데 진짜 깨고 싶지만 깨어지지
않는 악몽이 계속되는 느낌이랄까, 작동 오류로 10분 동안 계속 달리는 바이킹을 탄 기분이랄까. 아주 컨티뉴어스하게 귀신이 쫓아
오는데 진짜 미치는 줄 알았다는 거고 막판 3-4분 남겨놓고 깜깜하고 조용한 집에서 파란 조명을 받으며 칼 한자루 손에 들고 집안을
해매는 김영애씨 씬은 "양들의 침묵"이나 "REC"나 "28주 후"의 라스트씬이 부럽지 않을 정도로 극도의 텐션을 준다는 것. 그리고..
이윽고 이어지는 너무너무너무너무너무나 유명하고 악명높은 환상의 엔딩컷! 일단 딱 보면 머리속에 꽝 도장찍혀서 절대 잊혀지지
않는 그로테스크의 극치를 보여준 엔딩컷이 나온다. (난 조금 아까운 게 이 엔딩컷을 예전에 인터넷 돌아다니다 미리 봐버려서
충격이 반감됐지만 그래도 역시 곱씹어봐도봐도 충격적이다.) 이 영화를 보고 난 다시금 깨달았다. 역시 영화에 있어 '엔딩씬'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p.s. 이 귀한 영화를 볼 수 있게끔 도와주신 ssabari님(ssabari.tistory.com)님께 다시금 감사를 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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