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unikut's Cultural Paradis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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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erry Gilliam [Time Bandits] (1981)

tunikut 2011. 1. 4. 10:55

 

인턴 때였던 것 같은데 우리 학교 근처에 **영상이라는 비디오 대여점이 있었다. 아는 사람들은 알만한 꽤 유명한 곳

이라는데 난 그런 건 몰랐고 아무튼 '레어 비디오'들이 많다길래 가서 둘러보다가 "사차원의 난쟁이 ET"가 있길래

오와 이게 왠떡이냐 하면서 빌려볼려고 주인 아저씨한테 그 비디오를 꺼내 가지고 갔다. 근데 진짜 웃겼던 게 여기는

비디오를 빌려보려면 회원가입을 해야되는데 가입비가 무려 '만원'이란다. 그러니까 적립금 뭐 이런 개념이 아니고

순수 '가입비'로만 '만원'이다. 난 너무 황당했지만 그래도 앞으로 레어비디오들을 빌려볼 수 있겠다 싶어 눈물을

머금고 만원을 냈다. 그 다음 대여료를 물렀더니 대여료는 3천원이란다. 그래서 이걸 빌리겠다고 하며 3천원을 냈더니

그다음 날라온 주인장의 대사가 아주 가관이다.

 

"이 영화는 연극영화론 전공하는 학생들이 공부하는 목적으로 보는 영화기 때문에 대여료를 더 내야 돼. 7천원"

 

헉! 세상에 그럼 내가 이 영화 한편을 빌려보기 위해서 17,000원이나 내야 한단 말인가. "아니 뭐 이런.." 순간 발끈

했지만 진정하고 그럼 그냥 아무것도 안빌려보겠다라고 하고 가입비 만원 도로 돌려받고 나왔다. 진짜 세상에 돈독이

올라도 어떻게 저럴 수 있나. 씩씩거리며 돌아왔다. 근데 얼마전 케이블 티비를 보는데 이 주인장 아저씨가 인터뷰를

하더라. 무슨 '아직도 소중히 vhs를 관리하며 대여해주는 뭐 그런 전문적인 비디오 가게..' 뭐 이런 식으로 그 곳을

미화하며 그 아저씨 인터뷰에서도 "힘 닿는 데까지 열심히 이 일을 해야죠. 허허허" 그러면서 인자한 웃음을 지으며

'장인'과 같은 식으로 조명하는 걸 보고 기가 막히고 코가 막혀서 슈도에페드린 한통을 먹었다. 젠장.

 

영화 얘기 쓰려다 갑자기 옛날 생각 나서 또 포스팅 하나를 잡담으로 채워버렸군. 아무튼 그런 사연이 있는 이 영화를

어제 구해서 봤는데 역시나 기대했던 대로다. 도대체 왜 요즘의 테리 길리엄은 이 당시의 이런 간지를 못내는지 모르

겠다. "타이드랜드"는 거의 쓰레기같은 영화였고 "파르나서스 박사의 상상극장"도 매우 매우 실망스러웠다. 아무튼..

"브라질"을 감독하던 바로 그 시기 테리 길리엄 감독 특유의 색깔이 고스란히 드러난 영화다. (내 생각에 현존하는 영화

감독 중에서 "똘끼"로 치면 절대 뒤지지 않을 감독이 그라고 생각하는데.. 옛날에 데이빗 레터맨쇼에 나온 그의 행동들

을 보고 난 이게 제리 스프링거쇼인 줄 착각할 정도였다. 개인적으로 그의 똘끼가 최고조에 달한 작품이 "라스베가스의

공포와 혐오"라고 생각) 스토리는 뭐 간단단순하지만 역시나 "브라질"에서처럼 맨 마지막 한컷에서 꽝하고 주는 충격

은 여전히 (배드 엔딩이지만) 반가웠고, 배가 갑자기 거인의 모자로 바뀌는 장면도 인상적이지만 뭐니뭐니해도 최고는

테리 길리엄 특유의 그 어둡고 텅빈 우주같은 공간에 걸려있던 철창 감옥씬. 거기서 탈출하는 장면도 그렇고. 진짜

끝내줬다. 그리고 막판에 나온 하나님도 나오자마자 "이것좀 치워!" "여기도 좀 치우고" 이러는 게 왜 그렇게 웃기던지..

 

테리 길리엄 감독이 돈키호테 프로젝트를 준비중이다가 취소됐다는데.. 음.. 물론 그의 주된 관심사가 '동화적 상상'

이라는 건 인정하지만 너무 요사이는 너무 한 장르로만 몰고가는 것 같아 아쉽다. 사실 "12 몽키즈"나 "브라질"같이

'동화적' 느낌보다는 'SF적'인 스타일에 더욱 끌렸던 터라.. 더도말고 "12 몽키즈" 같은 거 딱 한번만 더 안될지.. 쩝.

 

아무튼 난 '연극영화론을 전공하는 학생'은 아니지만 보면서 '공부 잘했다' (나 뒤끝 장난 아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