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unikut's Cultural Paradis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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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ean-Pierre Jeunet [A Very Long Engagement] (2004)

tunikut 2011. 1. 10. 15:09

 

작가주의적 성향의 감독들이 초창기에 컬트팬들을 이끌다가 점차적으로 대중들에게 널리 알려지는, 소위 '대중화'가

되면서 '거장'으로 자리매김하는 메카니즘은 '작품성' 있는 영화들을 감독하면서 소위 '시상식-훼이버릿 무비'를 통해

이루어지는 예가 왕왕 있는 것 같다. 그게 대니 보일 감독에게는 "슬럼독 밀리어네어"가 될 것이고 데이빗 핀쳐에게는

"벤자민 버튼", 크로넨버그 감독에게는 "이스턴 프라미스"가 될 듯 싶은데 그런 맥락에서 쥬네 감독에게는 바로 이 영화

"인게이지먼트"가 그런 역할을 해주는 듯 싶다. 이런 영화들은 대중들로 하여금 감독의 이름을 보다 널리 인식시킨다는

의미가 있긴 하지만 그렇다고 감독 고유의 색깔을 잃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대부분 그들의 오랜 컬트팬들이라 할지

라도 영화에 실망하는 경우는 드물다.

 

사실 이 영화 "인게이지먼트"는 포스터만 딱 봐서는 쥬네 감독의 영화라는 생각이 참 안들게 생긴 영화다. 전쟁드라마라..

쥬네가? (혹자들은 이 영화가 지루하다고도 한다.) 난 그래서 이 영화의 관람을 미뤄왔는데 결국 어젯밤에 자기 전에

이 영화를 선택하고 밤 10시부터 12시 사이에 봤음에도 불구하고 졸리기는 커녕 나름 깔깔거리면서 참 재밌게 봤다. 어쩌면

이렇게 기가 막히게 쥬네 스타일의 색깔과 유머를 간직하고 있으면서 전쟁 드라마다운 스케일감까지 포괄할 수 있을까? 

처절한 전투씬, 한 장면을 여러 각도에서 비쳐주는 기법, 그리고 단서를 추적해가는 묘한 스릴감, 그리고 그 사이사이에

담긴 스토리텔링 등.. 간만에 본 너무나 완벽한 영화다. "델리카트슨-잃어버린아이들의도시" era에서의 bizarre함을 걷어낸

쥬네 감독에게 (이게 아마 까로와의 공동 작업이 아니라서 그런 건가?) 남은 것은 여전한 '강박관념식의 유머' ("아멜리에"

와 최근작 "미크맥스"에서도 등장하는)와 '착함'이다. "아멜리에"에서도 그랬고 "미크맥스"에서도 느꼈지만 이 영화의

결말 역시 참 착하다. 그래서 좋다. 그리고 난 쥬네 영화에 항상 등장하는 도미니끄 삐뇽의 얼굴만 봐도 기분이 좋아진다.

극중 오드리 토투의 숙모가 개의 방귀 소리를 들으면 기분이 좋아지는 것처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