깜깜한 무대에 조명이 켜졌다. 그는 이제 막 음악을 시작한 신인 엠씨. 누구보다도 포부가 강해보였고 얼굴엔 자신감이 넘쳤다. 그가 스테이지에서 랩을 내뱉고 관중들은 환호했다. 공연이 끝나고 관중들은 집으로 돌아갔고 저마다 PC 통신 게시판 접속을 시작했다. 나우누리와 하이텔의 대화방이 열리고 그에 대한 얘기들이 오고갔다. 그는 서울대에 진학했다. 조명이 꺼지고 무대엔 "편견"이 흘러나왔다.
그리고 몇년이 흘러 인터넷 시대가 열렸다. 사람들은 그에 대해 안좋은 소문들을 얘기하기 시작했고 조직적으로 그를 욕하고 공격했다. 그의 태도와 인간성에 대해 소문을 냈고 입소문은 점점 커져만 갔다. 그는 죄인이 되었다. 조명이 다시 꺼지고 "누명"이 흘러나왔다.
땅.땅.땅. 피고 사망선고. 파란 죄수복을 입은 초췌한 모습의 그는 법정에 그렇게 앉아있었고 무대엔 다시 "선고"라는 곡이 울리기 시작했다.
며칠 후 저녁, 아내와 마지막 식사를 한 후, 그는 집을 나섰다. 사랑하는 아내는 계속해서 울기만 했다. 이제 혼자 서있기도 힘들어 보이는 초췌한 모습의 그는 눈가에 주름에 깊게 패였고 얼굴은 수염으로 가득했으며 머리도 덥수룩했다. 입을 열기도 힘들 만큼 심신 모두 쇠약했지만 그는 울고 있는 아내를 붙잡아 세우고 충혈된 눈으로 아내를 바라보며 얘기를 시작했다. (공연: "망명")
집을 나와 인근 벤치에 앉아, 한숨을 내쉬고 잠시 옛날 일을 회상하기 시작했다. 후.. 담배를 한대 뿜었다. 벌써 잊었나.. 무대 조명이 꺼지고 "망각"이 흘러나왔다.
다시 조명이 환하게 켜진 무대엔 공연장이 재현되었다. 사람들은 환호했고 오래된 엘피의 사악한 비트에 San과 Swings, 그리고 Gehrith Isle이 그와 함께 스테이지 위에 있었다. (공연: "2008 대한민국")
공연이 끝나고 모두 퇴장. 무대에 홀로 남은 그는 그 동안의 옛날 얘기들을 들려주기 시작했다. 자신이 음악을 시작해서 그 동안 겪은 사건들을 들려준다. (공연: "역사의 간지")
그는 곧바로 이어서 자신이 만든 라임의 기초와 자신의 노력을 몰라주는 이들에 대해 자신의 존재를 알렸고 (공연: "Tight이란 낱말의 존재 이유"), 자신이 살아온 과정을 들려주기도 했다 (공연: "1219 Epiphany"). 잠시 후 12MB라는 후배 녀석과 Youngcook이라는 친구, 그리고 b-soap이라는 선배가 등장, 연습실에 앉아 현실의 답답함과 불만에 대해 얘기를 시작했다. (공연: "Ad Hoc", "배후") 그리고 다시 무대 조명이 꺼지고 "일 수도 있다는 식으로 살다가 죽음을 맞이함"이 흘러나왔다.
다시 조명이 켜진 무대는 이젠 좀더 과거로 간 것 같다. 그는 설레이는 표정이었고 그의 첫사랑으로 보이는 조현아라는 어여쁜 여성이 보였다. 옆엔 그의 친구들인 INC, VON, 넋업샨, Warmman, 그리고 b-soap 선배가 보였다. (공연: "Want You", "Circles") 무대가 끝나고 조명이 꺼진다.
밝아진 무대엔 다시 벤치에 앉아 있는 초췌한 모습의 그가 보였다. 옆엔 소주 한병과 타다 남은 말보로 꽁초가 놓여있다. 그는 회한에 잠긴 듯, 자리에서 일어나 노래를 불렀다. (공연: "Losing My Love")
노래를 다 부른 그는 그만 벤치 바닥에 쓰러지고 말았다. 무대엔 "How Long"이 울렸고 쓰러진 그의 주위로 MC Meta, E-Sens, 그리고 조현아가 그를 어루만지며 노래를 시작했다. (공연: "Leavin'")
이윽고 정신을 차린 그는 어느 조그마한 방 안에 누워있었다. 옆에는 한 아름다운 여인이 있었고 그녀는 다름 아닌 그의 첫사랑인 조현아였다. 그녀는 조심스럽게 그에게 말했다. "자고가요..." 그들은 서로를 물끄러미 바라보았다. 무대엔 "자고가요"가 흘러나왔다.
그녀의 집을 나온 그는 아직 술이 떨깬 상태였지만 근처 선술집으로 들어갔고 평소 친하던 형을 불렀다. 오늘밤이 그가 마시는 마지막 술이리라. 계속해서 소주를 들이켰고, 옆 테이블엔 술 취한 사람들의 얘기들이 들려왔다. (공연: "Drunk")
술집을 나왔고 둘은 길바닥에 앉아있었다. 그 형은 그가 처한 상황을 몰랐다. 그 형이 자신이 내주겠다며 그를 홍등가로 내리고 갔다. 떠밀리다시피한 그는 빨간방으로 들어갔고 거기서 일하는 한 매춘부와 얘기를 나눴다. 그녀는 그녀의 이야기들을 들려주었다. (공연: "The Grind") 그리고 무대 위의 조명이 다시 꺼졌다.
정적...
다시 무대 위 조명이 켜졌고, 그는 고개를 떨구고 사형대 위에 앉아 있었다. 집행자는 그에게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이 있냐고 물었고, 그는 한참 아무 말이 없더니, 마음 속에 불타는 심정이 치밀어오르는 기분으로 얘기를 시작했다. (공연: "불")
그의 마지막 말이 끝나고, 그의 정맥으로 염화칼륨이 들어갔다. 그의 심장은 불규칙적으로 뛰기 시작했다. 꺼져가는 그의 영혼 속에 어린 시절이 떠올랐다. 무대엔 "사자에서 어린아이로"가 울렸고 막이 내렸다.
엔딩 크레딧 배경 음악: "여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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