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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ncert reviews

휘성 단독 콘서트 "중독" 후기

tunikut 2008. 12. 24. 03:37

 

일시: 2006년 3월 19일 일요일 오후 5시

장소: 올림픽 공원 내 올림픽홀

90년대 후반경 나우누리 SNP 게시판에는 휘스코라는 아이디를 가진 최휘성이라는 회원의 글이 있곤 했었다. 당시 그는 여타 우리들과 다를 바 없는, 한 피씨 통신 동호회 소속의 아마츄어 뮤지션이었다. 그러던 그가 처음으로 대중들에게 알려지게 된 계기는 Verbal Jint의 데뷔 EP [Modern Rhymes]에 수록돼 있던 "사랑해 누나"에 휘쳐링 보컬 로 참여하면서였고 나 역시 이 곡을 통해 휘성이라는 이름을 처음 알게 되었다.
 
그리고 몇 달 후... 인터넷 상에서는 왠 얼굴 없는 알앤비 가수의 정말로 흑인스런 소울 보컬 이 귓볼을 긁어주는 노래가 떠돌았으니 바로 그 유명한 "안되나요"의 음원 이었고 '서태지와 이현도가 극찬한 신인 알앤비 가수'라는 칭호와 함께 화려 한 데뷔를 한 가수가 있었으니 그가 바로 휘성이다. 그 인터넷 상에서 떠돌던 "안되나요"를 듣고 완전히 맛이 가버린 나는 즉시 CD를 구입했고 아주 한동안 "안되나요"와 "전할 수 없는 이야기"는 내 노래방 단골 메뉴가 됐다.
 

그리고 2집의 성공과 3집.. 4집을 거쳐오면서 이제 휘성은 대한민국의 대표 국민 가수라는 말을 붙여도 누구나 동의할 수 있는 남녀노소 누구나 다 아는 가수가 됐고 엄청난 인기에 비해 안티도 거의 없는 것 같다.

 

그 동안 이상하게 단독 콘서트는 별로 구경을 못했었는데 이렇게 이번에 좋은 기회가 생겨 거금을 투자하고 집사람과 올림픽 공원 내 올림픽홀에서 열린 휘성의 단독 콘서트 [중독]을 보게 되었다.

 
휴일 답게 많은 인파가 5호선 올림픽 공원역에서 하차했고 지하도에서부터 공원까지 나가는 동안 예의 야광봉을 파는 상인들로 북적였다. 한 오토바이를 탄 잡상인의 확성기가 재밌었다.
 
"공연장 입구에서 휘성 공식 야광봉을 저렴한 가격에 파니 잡상인의 물건을 절대 구입하지 마십쇼!" (지는 잡상인 아닌감..)
 
공연은 그다지 지연 없이 5시 10-20분경 시작되었다. 불이 꺼지고.. 환호 소리와 함께 토크쇼 형식의 영상이 중앙 스크린에 비춰졌고 토크쇼의 게스트는 휘성이었다. 휘성과 닮은 배우가 출연하는 사랑 이야기가 펼쳐질 거라는 소개와 함께 다시 불이 꺼지고 무대 중앙에 휘성의 앨범 자켓 마다 찍혀있는 '휘성' 한글 로고가 크게 뜨며 강렬한 기타음과 함께 밴드 형식으로 새롭게 편곡된 "불치병"으로 공연이 시작됐다.
 
이번 공연의 가장 큰 특징이라면 아까도 얘기했 듯이 콘서트 전체가 하나의 컨셉을 가지고 휘성이 직접 주연을 맡은 (그의 연기를 볼 수 있었던) 하나의 사랑 드라마가 중간 중간마다 무대 스크린으로 보여지면서 그 스토리에 맞게 휘성이 노래를 들려주는 형식으로 진행됐는데 따라서 휘성의 단독 멘트는 적었지만 많은 곡들을 들을 수 있었고 또한 살짝 뮤지컬의 느낌까지 나는 무대 세트들도 사전에 꼼꼼하게 신경을 많이 쓴 모습이 느껴졌다. 휘성이 강조하는 '돈 안아까운 공연'이 뭔지 알 수 있었다.
 
일단 모든 휘성 앨범에 실린 소위 히트곡들 - 안되나요, 전할 수 없는 이야기, 다시 만난 날, I Am Missing You, 불치병, 일년이면 등 - 은 하나도 빠짐없이 들려주어서 따라 불러주는 재미가 있었고 휘성이 그토록 관객들에게 영상 드라마의 진지한 장면 - 휘성이 우는 장면, 휘성이 여자 친구를 다독거리는 장면 - 들에서 웃지좀 말라고 부탁했지만 그럴 수가 없었다.
 
3집과 4집의 곡들 위주로 골고루 들을 수 있었고 커버곡 없이 휘성의 노래들만 들려주었다. 인상 깊었던 건 랜덤하게 아무 여자 관객 한명을 무대 위로 불러내 소파에 앉혀 놓고 휘성이 꽃도 주고 선물도 주고 어때에 앵기기도 하고 무릎 위에 눕기도 하는 등 그 현장에 있던 모든 여성팬들의 가슴을 질투심으로 채워버리는 행태를 보이기도 했는데 곡이 끝나고 한 남자 관객이 "남자도 해줘요"라고 해서 다 웃었다는 거. 또한 휘성이 무대를 내려와 공연장을 한바퀴 빙 돌면서 관객들 가까이로 지나간 것도 관객을 위한 배려라는 점에서 인상 깊었다. 또한 1집의 최대 명곡 "하늘에서"를 부르며 후렴구를 관객이 가사를 잘 모르자 휘성이 "아니 이 곡을 몰라? 이거 완전 유명한 노랜데.. 몰라? 좋아 그럼 가사!" 라고 하자 무대 중앙에 후렴구 가사를 비춰 다 따라부를 수 있게 한 부분에서도 관객을 사랑하는 휘성의 따뜻한 배려가 느껴졌다. 왜냐면 그도 그럴 것이 이 곡 "하늘에서"가 원래 후렴구 멜로디를 다들 딱 들으면 익숙한데 가사를 잘 모르거든..
 
휘성이 감미로운 발라드 "I Am Missing You"를 부르고 불이 꺼지자 갑자기, "뜨거운 가슴에~ 너를 안을래~"를 부르며 세븐이 등장했고 공연장은 갑자기 무슨 세븐의 공연장 이라도 된 듯 엄청난 반응과 함께 술렁이기 시작했다. 다들 일어나고 갑자기 어디서 꺼냈는지 세븐 7자 야광봉이 켜지고.. 암튼 세븐의 서프라이즈 등장도 공연 중간부의 지루함을 씻어내는 청량제 역할을 톡톡히 했다.
 
공연의 제일 마지막곡은 휘성 최대의 명곡이자 휘성 스스로 "2003년 최고의 싱글"이라고 소개한 "With Me"였고 절정 부분의 애들립은 어느 때 듣던 그것보다도 힘이 있었다. 하지만 관객이 위드 미만 듣고 갈 수 없지.. 아직 "굿 바이 러브"도 못들었자나.. 관객의 앵콜에 녹색 나시티만 입고 다시 등장한 휘성은 올해 초 원 콘서트에서도 들려줬던 "일년이면"의 힙합 리믹스를 들려줬다. 그리고 마지막 멘트와 함께 다시 공연의 시작에서 처럼 디스토션이 걸린 하드한 록기타 사운드로 재편곡된 "굿 바이 러브"가 시작됐고 휘성은 입고 있던 나시도 벗어던지고 3개월 동안 고구마와 닭가슴살만 먹고 단련한 상반신을 관객들 에게 노출시키며 마치 록커라도 된 듯 "굿 바이 러브"를 매우 하드하게 부르며 무대를 이리 뛰고 저리 뛰었고 막판에는 휘성이라고는 믿기지 않을 '목소리 찢기 샤우팅'도 들려줬다.
 
보통 마지막 앵콜 곡이 끝나면 불이 꺼지고 다 들어가는 경우가 대부분인데 휘성은 곡이 끝나고 스탶들을 모두 무대 위로 올라오게 한 다음 마치 앨범 부클릿에 땡스 투를 적듯 감사한 분들을 열거하며 관객들에게 인사를 했다. 글쎄.. 내가 휘성의 단독 콘서트를 보며 느낀 점은 일단 66,000원이라는 돈이 하나도 아깝지 않았다는 점도 그렇지만 '관객을 사랑하는, 관객을 배려하는 공연'이라는 느낌을 많이 받았고 그런 부분에서 휘성의 모습을 보며 적잖은 감동을 받았다.
 

나우누리 휘스코 아이디로 활동하던 최휘성에서부터 난 그의 팬으로서 부디 앞으로도 우리들에게 멋진 노래를 들려주는 가수이자 뮤지션으로 영원히 남아주길 바란다. 그의 노래를 계속해서 듣고 싶다.

 

2006/03/21 (화) 11: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