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unikut's Cultural Paradise

k.b.m. collection

Psy [싸집] (2006, Yamazone/Seoul)

tunikut 2008. 12. 22. 01:56

 

자아 무슨 말부터 할까. 일단 잠시 동안이나마 옛날에 하우스 음악에 미치도록 열광하던 시절의 추억에 정신 못차리고 하우스 뮤직 무브먼트를 계속 써재껴오다 다시 코리안 블랙 뮤직 컬렉션으로 돌아온 것을 자축하며.. 짝.짝.짝. (뭐 혼자 난리야)
 
싸이의 통산 4번째 앨범을 들으면서 참.. 이런 저런 느낌들이 많았다. 우리가 살다보면 왜 그런 경우가 많다. 나는 원래 디게 고약하고 독종같은 성격인데 그리고 그거에 별 불만 없이 한편으론 자랑스럽게 생각하며 한 인생을 살았는데 나이가 하나씩 하나씩 들어가면서, 그리고 사랑하는 사람이 생기거나 새로운 사람들을 만나면서, 혹은 시련을 딛고 일어나서 자기만의 그 독종스런 가치관이 변하는 걸 느낀다. 나 역시 그랬고 내가 봤을 때 지금 팬의 입장에서 바라보는 싸이 역시 그런 과정에 있는 것 같다.
 
싸이의 음악은 크게 1집-2집 era와 3집 이후의 era로 나누어 볼 수 있는데 그 사이에 있었던 사건이 바로 마약 사건이다. 그리고 언제인지는 모르겠지만 사랑하는 사람도 뭐 언제쯤 생긴 것 같다. 누구도 못말릴 정말이지 '빨간 가사'들과 고약 발칙한 힙합이 앨범 전체를 통일성 있게 꽉 채웠던 2집을 나는 굉장히 좋아한다. 그 때까지만 해도 싸이는 이게 자기 자신인 줄 알았을 거다. 하지만 불미스러운 사건을 겪고 나이가 들면서, 그리고 여러 좋은 사람들과 인맥을 쌓아 가면서 나온 앨범은 한발짝 대중에게 가까이 다가선 3집이었고 리메이크 앨범 및 월드컵 응원가 를 거치면서 이제는 '언더그라운드 똘아이 발칙한 싸이'가 아니라 '국민 가수'로까지 변모한 거다.
 
에이 지루한 얘기 그만하고.. (왠지 싸이는 나랑 종씨인데다 나이도 같고 뭔가 나도 모르게 이상한 동질감을 느끼는 부분이 많다보니..)
 
내가 이 바닥, 특히 메인스트림씬에서 특히 좋아하는 뮤지션이 둘이 있다. 바로 DJ DOC와 싸이다. 이 두 팀이 하는 음악은 뭔가 공통점이 많은데 '힙합의 마인드가 있고 힙합으로 시작했고 힙합팬들 에게 인기가 많은데 정작 음악은 열라 상업적이고 국민 가수'라는 거다. 나 역시 제대로 하는 음악 을 좋아하고 상업적인 건 배척하는 편이지만 왠지 이들이 하는 커머셜 음악은 정이 많이 간다. 그 이유가 뭐냐? 바로 '그들이 스스로 독자적으로 원해서 하는 음악'이기 때문이다. 어떻게 보면 이게 언더그라운드의 정의라고도 할 수 있는데.. 아 뭐 어려운 얘기는 하지 말고.
 
블라 블라 브라.. 막 내용이 길어지고 수습이 안되는데.. 내가 오늘따라 왜 이러지? 그래 이제 앨범 얘기 좀 하자 좀. 솔직히 말해서 국내 힙합을 좋아하는 팬들은 이 앨범을 싫어할 거고 싸이의 힙합을 좋아하던 팬들도 이 앨범을 싫어할 것 같다. 왜냐면 싸이의 힙합을 기대하는 사람들에게 이 앨범은 제대로 뒤통수를 갈기기 때문이다. 오프닝서부터 괴음과 함께 디스토션 걸린 기타리프로 시작하더니 트래디셔널한 얼터너티브 팝/록의 패턴을 그대로 따르며 이제는 아예 작정하고 제대로 목청 높여 노래를 불러재끼는 "친구놈들아"나 "비오니까" 같은 곡들은 솔직히 배신감을 느낄 수도 있는데 이승기의 "내 여자라니까"가 싸이 작사 작곡인 걸 알고 뒤집어지듯이 그가 만들어내는 '팝 멜로디'는 솔직히 말해서 거부할 수 없는 게 사실이다. 전 국민을 뛰게 만들었던 "We Are The one"이나 벌써부터 인기몰이 중인 "연예인"의 중독성 강한 후렴 멜로디를 듣고 있으면 '에이 몰라, *발. 힙합이 다냐' <- 이런 생각이 든다. 난데 없이 유로 하우스 비트와 신디사이저의 앰비언스가 울리면서 싸이와 아이비의 듀엣으로 진행되는 "노크"를 듣고 있으면 분명 싸이를 이렇게 변모시킨 장본인 중에 한 사람이 신해철 이라는 혐의를 지울 수 없게 된다.
 
하지만 그렇다고 싸이가 완전히 자신의 정체성을 잃고 해매는 바보는 절대 아니다. 그의 최대 히트곡 "낙원"의 감동을 그대로 살리고 살려 다시금 이재훈의 간들어지는 보컬이 맛깔나게 입혀진 "아름다운 이별 2"는 언제나 그랬듯 싸이 특유의 랩을 들을 수 있고, 힙합팬들로부터 멀어지는 걸 예방하기 위해서인지 리쌍과의 콜라보 "애주가"나 무브먼트 식구들을 불러 한바탕 힙합스럽게 만든 "죽은 시인의 사회"(개코의 비트-특히 t의 후렴 부분- 가 참으로 맘에 든다)을 들으면 그래도 배신감은 들지 않는군이라고 자위할 수 있게 된다.
 
쓰다보니까 내가 이 카테고리에 쓴 글 중 제일 길어진 것 같은데 솔직히 앞으로는 이렇게 절대 길게 쓰지 않을 거라는 걸 장담하면서, 끝으로 한 마디만 하자면 솔직히 나도 이 앨범을 내 돈 주고 사서 들으면서 '에이 싸이! 어엇! 진짜 이게 뭐야 이게! 이러기야 정말!' 이런 느낌이 들다가 또 힙합 나오면 고개 까딱까딱하면서 듣다가.. 들으면서 느낌이 참 정리가 안됐는데 실망스럽 다가도 앨범의 맨 끝 곡까지 다 듣고 나면 '허허.. 이 친구 정말.. 싫어할 수 없는 사람이야'라는 느낌에 사로잡히게 된다.
 

P.S. 아까 디제이 디오씨와 싸이를 제일 좋아한다고 했는데 이하늘과 싸이의 콜라보인 "Jump" 는 앨범 수록곡 중에 제일 들어주기 힘든 졸작이 됐다. 신나자고 만든 곡인데 하나도 안신나 왜

 

2006/07/31 (월) 23: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