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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인생' 최악의 영화들

tunikut 2008. 12. 19. 15:03

여러 영화들을 보게 되지만 이 블로그에 올라오는 것들은 '정말 좋았던' 영화들이고 그 외 대부분은 볼만했다거나 괜찮았거나 그저

그렇거나 재미 없었거나.. 가 대부분이다. 근데 그 중 몇몇 영화들은 그냥 실망이거나 재미없음을 떠나서 막 화가 나고 기분 나쁘고

감독을 찾아가서 따지기라도 하고 싶은 심정이 드는 것들이 있다. 그것들을 모아봤다. 

 

John Frankenheimer [The Island of Dr. Moreau] (1996)

 

 

"닥터모로의 DNA".. 재수땐가.. 대학 다닐 땐가 비디오 빌려서 봤었던 영화. 보기 전까지만 해도 DNA가 어떻다.. 합성인간.. 뭐 그런

거에 관심이 많이 가서 다소 기대를 하고 봤다가 진짜 테잎을 집어 던져버리고 싶었던 영화다. 조잡하기 이를 때 없는 동물인간들의

분장도 그렇고.. 무슨 DNA 그러면 그래도 SF 장르적인 뭔가 '현대적'이거나 '퓨쳐리스틱'한 부분이 조금은 나와줘야 되는 것 아닌가?

되려 영화 전반을 아우르는 배경은 심형래 감독의 "티라노의 발톱" 전반부와 다를 바가 없다. 세상에 그리고 박사라는 작자가 사이비

교주 모습으로 등장하는 꼴이라니.. 진짜 대단하다. 말론 브란도와 발 킬머라는 명배우들을 데려다놓고 이렇게 관중을 강간시켜선

안된다. Allmovie 사이트에서도 별 1개 반이던데 그렇다면 1977년의 원작은 어떨까? 하고 봤더니 세상에 원작도 별 2개다. 안되는

이야기다 이건

 

 

Dave Meyers [The Hitcher] (2007)

 

 

이 영화를 보고 나서는 세상에 이런 식으로도 영화가 되는구나라는 걸 새삼 느꼈다. 이런 식이라면 내가 시나리오를 써도 이것보다

한 5만배는 더 재미있을 것이라는 생각도 든다. 아무런 스토리도 없고 개연성도 없고 아무런 결말 내지는 결론도 없고 심지어 주제

없다. 구성도 꽝이다. 괜찮았던 이미지의 배우 숀 빈까지 싸잡아서 다 싫어진다. 아주 그냥.

 

 

Shinji Higuchi [日本沈沒] (2005)

 

 

뭐가 그날이 오냐? 그래 딱 하나 좋았다. 무너지는 장면. 예고편부터 엄청나게 기대하게 만들어놓고 이게 재난영화인지 멜로드라마

인지 뮤직비디오인지.. 쿠사나기 츠요시를 앞세워 반일감정을 품은 한국팬들을 위해 만든 영화라고? (아주 예전에 주로들 쓰던 표현

이지만) 지옥에나 떨어질 일이다.

 

 

이재용 [다세포 소녀] (2005)

 

 

이 영화는 뭐 나말고도 하도 욕을 많이 먹은지라 괜히 입아프게 동어반복은 안하겠다. 이재용 감독이 뭘 말하고 싶었던 것인지

뭘 하고 싶었던 것인지 이해는 된다. 근데 이래선 안된다. 실험도 실험 나름이지.. 이 영화도 딱 하나 좋았다. 김옥빈이 춤추던 장면.

 

 

박찬욱 [싸이보그지만 괜찮아] (2006)

 

 

 

"공동경비구역 JSA", "올드보이", "친절한 금자씨"를 정말 정말 정말 좋아라했다. 내 생각에 어떤 특정한 작가주의적 성격, 내지는

장르적 성격을 가진 감독이 갑자기 확바꾸면 정말 받아들이기 힘들다는 걸 이 영화를 통해 느꼈다. (대니 보일 감독의 "밀리언즈"도

같은 맥락에서 실망이었음) 난 이 영화를 보고 박찬욱이라는 감독으로부터 큰 배신감과 동시에 작은 정서적 충격으로까지 이어져

이 감독을 더 이상 좋아해야 할지 말아야할지 고민하게 됐다. 엄청난 미스 캐스팅.. 아무런 주제도 의미도.. 찾을 수 없어서 화가 나다

못해 너무 너무 슬펐다. 그래 바꾸는 건 좋다. 잘 바꿨어야지.. 데이빗 린치의 "스트레이트 스토리"처럼 말이다.

 

제일 열받았던 게 내 직업이 그래서인지는 모르겠지만 아니 종합병원에서 힘들게 밤잠 못자고 일하는 의사와 간호사, 그리고 여러

종사자들을 왜 그렇게 처참하게 총으로 쏘냔 말이다. 이 장면을 보고 박찬욱이라는 감독의 사상까지도 불신하게 됐다는 거 아십니까!!

 

2008/08/13 (수) 14:0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