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unikut's Cultural Paradise

tunikut's prejudice

Freddie Gibbs & The Alchemist [Alfredo] (2020, ESGN/ALC)

tunikut 2020. 6. 12. 13:23

 

 

칸예 웨스트의 영향력이 참 대단한 게 와이오밍 때 딸랑 7곡 넣어놓고 앨범이라고 한 이후로 분위기 파악 못하는 일부 빼고 (대표적으로 엠) 앨범들이 뭐 죄다 단촐해졌는데 오죽했으면 트렌트 레즈너 대왕님의 배드 윗치도 당연히 ep인걸 갖다가 아 몰라 이거 앨범이니까 걍 들어 뭐 그러질 않나 암튼 태어날때부터 심플하고 간결한 구성의 앨범을 좋아했던 나로서는 이 세상이 참 좋은 방향으로 가고 있다고 느낀다.

 

신생아 때부터 영화도 작가주의 성향이 강한 개성있는 감독들의 영화를 좋아하던 나로서는 요새 영화들이 감독이 누구냐에 따라 평가가 달라지듯이 엄마 뱃속에 있을 때부터 프로듀서에 중점을 두고 자기 색깔이 분명한 엠씨들이 랩을 하는 힙합을 좋아하던 나로서는 요새 힙합 애청자들 사이에서도 어중이떠중이들보다 티디이, 프레디깁스, 엘피/알티제이, 매들립, 알케미스트, 그리셀다 등등이 더욱 많은 인기를 구가하고 있다는 걸 볼때도 이 세상이 참 좋은 방향으로 가고 있다고 느낀다. 

 

6월 5일이 내 생일이었는데 내 생일 전후로 알프레도와 알티제이포가 나오다니 세상에 생일선물 남부러울게 없다. 내가 항상 내 아내에게 말하지만 음악 듣는것 만큼 상대적으로 돈 덜 드는 취미생활이 없(다고 자기 합리화 한)다.

 

프레디 깁스는 미친 사람이다. 내가 나 자신이 참 자랑스러운게 프레디 깁스가 지지와의 계약이 틀어지고 홀로서기하면서 그때 esgn 앨범 내고 매들립과 피냐타 앨범 낼때부터 그래, 프레디 깁스 넌 이제부터 내꺼야 라고 지정했는데 이렇게 훌륭하게 장성하다니 새삼 남부러울 게 없다. 오스트리아 수감 사건 이후로 다소 우울 증세를 보이기도 했고 복귀작인 you only live 2wice에서 다소 덜 깔끔했던 랩을 들려줬다면, 글쎄 세상에 이 미친놈이 (좋은 뜻임) 반다나에서부터 자기 자신도 탄복할 만큼 최고의 랩 퍼포먼스를 선사했다고 했었는데 이 알케미스트와의 콜라보 앨범에서의 플로우는 이건 뭐 거의 지구 최고 수준이(라고 하면 과언이)다. 앨범의 문을 열때도 1995에서 "신의 경지 수준으로 플로우를 끌어 올려주마"라고 했듯이 그의 플로우가 왜 대단하냐면 같은 비트 안에서도 수시로 곡 자체의 흐름에 타라 플로우를 마구 왔다갔다 하는데 그게 곡의 전개나 가사와 기가 막히게 잘 맞아떨어지면서 청자로 하여금 주체할 수 없는 극도의 쾌감을 느끼게 한다는 거다. 그의 랩이 정말로 (위험할 정도로) 신의 경지에 도달했다고 느끼는 이유는 이 사람의 랩은 무슨 그 자체가 하나의 악기처럼 랩만으로도 극도의 리듬감과 심지어 멜로디까지도 창조해 낸다는 건데 더 놀라운건 뭐냐면 이게 프레디 깁스가 어떤 계산에 의해서 연습해서 하는것처럼 들리지않고 거의 후리스타일로 즉흥으로 자기가 흥에 겨워서 그렇게 플로우를 만들어가는 것 같다는 거다. 이 앨범이 힙합 앨범인데 청자로 하여금 몸을 흔들게 만드는 요인이 알케미스트의 비트보다는 프레디 깁스의 랩이라고 할수 있으니 이 얼마나 놀라운가. 첫곡 1995부터 시작해서 God is perfect, Frank Lucas,  Baby $hit 같은 곡들에서 그런 신의 경지에 이른 플로우를 느낄 수 있다. 단언컨대 이 앨범에서의 프레디 깁스의 랩은 그의 디스코그래피 전체를 통틀어 최고다.

 

그의 트위터 아이디에서도 알수 있듯 'alchemist type beat'라는게 있다. 그니까 누가 들어도 아 이거 알케미스트네 알수 있는 그 독특한 색깔 말이다. 변태같이 느릿느릿한 bpm에 때로는 불길한 느낌의 뚱땅거리는 피아노를 얹는다거나 (God is perfect) 때로는 괴랄한 (유투버 당민님 레퍼런스 두번째) 느낌의 신스 이펙트 (frank lucas) 를 먹인다거나 그러다가 한편으론 아주 약한 드럼에 소울 샘플만 가지고 (look at me, something to rap about, babies & fools 등) 곡을 만들기도 한다. 

 

암튼 그래서 이 하늘 무서운줄 모르고 치솟는 프레딕깁스의 발정난 사정액같은 플로우와 따뜻한 여성의 자궁과 같이 보듬어주는 레이드백한 알케미스트의 비트 (비유가..)가 만나 완벽한 합을 이뤘다고나 할까. 또한 곡의 배치도 매정하다 싶을 정도로 기가 막히게 강약조절이 잘 돼있어 가뜩이나 10곡 짜리 구성에 지루할 래야 지루할 수가 없다. 어쩌면 이렇게 잔인할 정도로 버릴 곡 하나 없는지 화가 날 정도다.

 

보통 앨범 감상문 쓸때 피처링 얘기 잘 안하는데 이 앨범에 참여한 두 그리셀다 장군들-붓쳐랑 콘위-의 존재는 신의 한수다. 버릴게 없는 와중에서도 앨범 내 최고 트랙들 중 하나인 frank lucas는 안그래도 깁스의 랩만으로도 지구 최고의 힙합곡인데 아니 거기다가 사정도 안봐주고 붓쳐를 투입시켜서 "붓쳐 커밍 니*!"를 해버리는 바람에 어쩔 수 없이 우주 최고의 힙합곡이 돼버리는 우를 범했다. Babies & fools는 "all of me"의 짧은 샘플 코러스를 이용해 재치있게 서로 다른 짧은 에피소드들을 들려주는 구성 자체만으로도 지구 최고의 힙합곡이지만 아니 거기에 콘위가 신실한 가족 얘기를 꺼내는 바람에 (가장인 나로서는 공감을 회피할 수 없는) 우주 최고의 힙합곡이 돼버리는 결과를 초래했다. 곡 자체가 "노래"라기 보다는 그냥 "캘리포니아" 그 자체인 타일러 더 크리에이터가 참여한 섬띵투랩어바웃도 놓치치 말자. 선키스트 쥬스를 마시고 싶어지게 될 것이다. 

 

밑에 쓴 RTJ4처럼 살짝 먼저 발매된 이 앨범 역시 참 시기 적절한게 scottie beam에서의 "look, your execution will be televised" 가사 역시 당연히 조지 플로이드 (R.I.P.) 사건을 떠올리게 만들며 baby $hit에서 "got a pocket full of dead slave masters" 가사를 가만 보고 있자니 RTJ4의 JU$T에서의 "look at all these slave masters posin' on yo dollar"가 딱 떠오르는데 아니 둘다 곡 제목에 달라사인이 들어간 것도 공통적인 게 소름이 쫙 돋는게 무서워서 오늘 밤 잠은 다잤다.

 

이 앨범 정말 대단하다. 이렇게 자로 잰듯이 합이 딱 맞아 떨어진 것도 대단한데 프레디 깁스와 알케미스트 각각의 개성이 멋지게, 그것도 각자의 최고의 기량으로 뽑아낼수 있다니. 아 진짜.... 오늘 밤 잠은 다 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