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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minem [Music To Be Murdered By] (2020, Shady/Aftermath/Interscope)

tunikut 2020. 5. 7. 13:48


가 진짜 불쌍한게 결국 어떠한 방법도 찾지 못한채 휴대폰으로 감상문이랍시고 끄적거리고 있으니 차라니 시간도 늦었는데 잠이나 쳐자지 그러지도 않고 그거 또 오랫만에 하나 써보겠다고 핸드폰 토닥토닥 두들기고 있자니 참 처량하기도 하다. 난 에미넴처럼 구세대라 아직은 컴퓨터 모니터 앞에서 작업하는게 좋다 휴대폰 말고 왜냐면 구세대라.


오늘 마침 엠형의 레드-블랙 스쁠래러 한정반 투엘피 바이닐이 도착을 해서 듣고 간만에 진짜 아우 진짜 끄적여본다 아우 눈물나 씨.. (근데 존나 웃긴게 이 엘피 발송을 미시간주 ferndale에서 했는데 내가 사는 데가 앤아번데 고작 40마일 밖에 안되는 거리를 배송추적해보니 이게 미친 피츠버그까지 갔다가 다시 일로 온거다 그래서 한 2주 걸림. 미국 시스템은 알다가도 모를 일이다 아니 분류를 따로 안하나?)

에미넴의 최근 앨범은 물론 평가가 많이 갈리지만 대체적으로 호의적인 느낌이 강한데 내 블로그에 익숙하신 분들은 아지겠지만 난 에미넴 개빠라 여지껏 한번도 부정적인 리뷰를 해본적이 없는데 (심지어 옛날에 힙합엘이에 리뷰 쓸때도 mmlp2에 별 네개반을 주는 만행을 저지르기도 했으니) 이번만은 안되지 싶다.

뭐 간만에 이런 표현 좀 그렇지만 섹스할때 여성이 리액션 없고 별반응이 없으면 남자가 재미를 못느끼는데 내가 힙합 앨범을 들으면서 정말 심각하게 무표정 + 완벽한 부동자세를 취한 앨범이 두장인데 하나가 revival이고 또 하나가 이 앨범이다.

에미넴은 사람들이 그의 앨범들에 낮은 평가를 하는 이유가 그의 랩실력을 의심하기 때문이라고 생각을 하는 것 같다. 그래서 더더욱 자신의 랩스킬의 우월성을 보여줌으로써 그가 아직 건재함을 알리려고 하는것 같은데 만약 그렇다면 이건 착각이다. 우리가 엠을 사랑한 이유는 그 드라마틱한 앨범/가사 서사와 그에 완벽하게 맞물리는 기가 막힌 플로우-라임, 그리고 코비드-19처럼 전무했던 엽기적인 가사.. 뭐 그런거였지 '랩을 잘해서'는 아니지 않았나. 우린 '아티스트'가 필요하지 '랩테크니션'이 필요한 게 아니다. 

지겹다. 앨범을 듣고 있으면 그 빡빡빡빡 쑤셔대는 랩들이. Renegade나 Forgot about dre에서같은 그 착착 감기는 찰진 랩이 듣고 싶은데 말이다. 그런 의미에서 난 rap god까지는 미친 듯이 좋아했지만 godzilla에서 별 감흥을 못느끼고 있다. 뭐 그건 그렇다 치고 앨범 전체로 놓고 봐도 딱 타이틀하고 앨범 아트하고 놓고 보면 무슨 대단한 호러코어가 나올것 같이 해놓고 정작 이 컨셉에 맞는 곡은 앨범 시작할때 여자 비명 소리하고 끝곡 I will 밖에 없다. 너무 심한거 아닌가? 그래 좋다. 그럼 셰이디답게 존나게 까대는 분위기라도? Sorry.. Unfortunately, No. 내 판단 하에 이 앨범에는 제대로 대놓고 까대는 곡이 단 한곡도 없다. 그런 점에서 이 앨범은 마치 kamikaze와 비슷한 컨셉으로 나온 것처럼 보이나 kamikaze와 전혀 닮지 않았다. 

즉 결론부터 말해 컨셉 앨범같은 모양새를 보이지만 전혀 컨셉이 없고 중구난방이라는 점에서 오히려 이 앨범은 revival과 닮았고 내 개인적인 판단으로는 kamikaze로 상승세를 타는 듯했으나 다시 revival 쪽으로 퇴행한 느낌이라 속상할 뿐이다. 왜 또 kamikaze에서 좀 뛰어줬더니 또 슬금슬금 그쪽으로 다시 가려구? 하는 느낌? 갑자기 d12 때 클럽 얘긴 왜하고 난 진짜 이상한게 kamikaze 앨범에서 normal, good guy, nice guy 같은 곡도 그렇고 여기서 in too deep도 그렇고 왜 그렇게 이성관계에 대한 얘기를 많이 하는지 우리가 에미넴에게서 듣고 싶은 얘기가 이성 교제 이성 관계 그런 건가? 난 아닌데? 글고 이제좀 제발 약물에 빠졌을 때 힘들었던 얘기는 좀 졸업하자.. revival에서 castle, arose에서 멋지게 피날레했으면 됐자나?

더더욱 안타까운 것은 나름 펀치라인이라고 넣은 표현들이나 종종 사용하는 어구들이 너무 오글거리거나 (미국에선 corny하다는 표현을 쓰더만요) 시대에 뒤떨어진 것 같다는거다. Stepdad 같이 장난없는 곡에서 euthanasia like kids in taiwan 같이 뜬금없는 펀치라인이라고 넣질 않나 언제적 비비스앤벗헤드 성대모사를 넣고 OMG가 뭐냐 이게.. 이건 구세대인 내가 봐도 용서가 안된다. 

Darkness에서 시사적인 메세지 전달을 스토리텔링과 메타포로 멋지게 처리한 점은 좋았지만 gun control 이슈를 노래하기가 조금 늦은 감이 있고 (진작에 했었어야지 하는 느낌?), 끝에 여운을 남기면서 끝내는가 싶더니 아니 왜 또 뉴스 앵커 부분을 다시 내보내면서 난리를 치는 바람에 (그나마 약간이나마 있던) 감동 마저 반감이 돼버리고 만다.

뭐 맘에 드는 트랙은 손에 꼽을 정도. 나한텐 Yah Yah랑 I will 정도밖에는 없는 듯하고 내가 원래 앤더슨 팍 팬이 아니라서 lock it up도 별 감흥이 없었다.

결과적으로 나한텐 revival이나 이거나 대동소이하다는 느낌. 팬으로서 좀 안타깝지만 난 여전히 그의 음악을 계속 들을 거고 그의 앨범들을 계속 살거다. 아씨 내가 계속 디트로이트에서 근무했다면 엠형이 갖다주는 맘스 스파게티 맛을 볼수 있었을텐데.. 그래도 사랑해 엠형!

참고로 지금까지 개인적인 에미넴 앨범 순위:

1. Mmlp
2. Sslp
3. TES
4. Relapse 
5. Mmlp2
6. Recovery
7. Kamikaze
8. Encore
9. Infinite 
10. MTBMB
11. Reviva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