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unikut's Cultural Paradis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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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un The Jewels [RTJ4] (2020, Run The Jewels, Inc)

tunikut 2020. 6. 9. 13:32

Independent As Fuck 

 

내가 내 음악리스닝 인생을 걸고 가장 복잡한 이니 복합된 마음을 갖게 하는 유일한 아티스트가 런더쥬얼스다. 진짜 유일하다. 이건 뭐 마치 진짜 인간적으로 심각한 느낌이 들 정도다. 내 마음을 이렇게 심리적으로 복잡하게 만드는 아티스트가 또 있었을까? 누군가는 (과장 아니고) 내가 알티제이에 느끼는 감정을 예를 들어 심리학 레포트를 쓸 수 있을 수도 있다.

 

자. 간단히 정리해본다. 코-플로우와 환타스틱 대미지를 거쳐온 엘피의 프로덕션과 그만의 독특한 사운드는 내 첫사랑이었다. 남들 아무도 모를 때 나만 알고 나한테만 잘해주던 내 소중한 사랑이었다. 그런데 어느날 킬러 마이크라는 놈이 나타나서 내 사랑을 앗아갔다. 그것도 내가 마음에 들어하지 앓던 남부 사운드를 가지고 말이다. 너무나 속상했다. 내 사랑 엘피는 점차 킬러 마잌의 스타일에 동화돼 갔고 그만의 개성이 퇴색되는 것 같았다. 슬펐지만 인정했다. 그래도 엘피는 나에겐 소중했기에. 그렇게 알티제이 1집이 나왔다. 난 그래도 좋았다. 아직은 그렇게 많은 이들이 찾지는 않던 음악이었고 이런 좋은 음악을 내가 알고 듣고 있다는 사실이 뿌듯했고 조용이 그들이 만든 아기자기한 홈페이지에 무료 다운로드가 배포되고 fool's gold 싸이트에서 한정판 2lp를 구매하면서 쾌감을 느꼈다. 그런데 어느 순간.. 글쎄 어느 순간.. 그들의 인기는 점차 치솟았고 킬러 마잌 짜식에게 엘피를 뺐긴 것도 속상하지만 그냥 시린 가슴 억누르고 있었는데 이젠 뭐 여기저기 다 불려다니고 이거 하고 저거 하고!!!!! 무너졌다. 이렇게.. 내 사랑은 빼았겼던 거다.

 

뭐 암튼 그렇고 자 이제 실생활로 돌아와서 (로얄 옼 공연 때 나를 보고 세상 인자한 보살 미소를 보여준 이후로 우리 킬러 마잌 짜식도 좋아하기로 했음).

 

뭐 암튼 개인적으로 엄청 놀란 앨범이 아니지 싶다. 3집에서 정점을 찍었다고 판단하고 뭐 더 보여줄게 있을까 했는데 웬걸.. 또 전혀 다른 방향성을 가지고 돌아왔으니 말이다.

 

내가 이번 4집을 듣고 가장 반가웠고 또 한편으로 고마웠던 건 알티제이 이전의 엘피 사운드를 그리워하던 엘피 올드팬들을 감동시키는 사운드를 들려줬다는 점이다. 솔직히 까놓고 말해서 R.A.P. Music 앨범부터 알티제이 앨범들에 걸쳐서 엘피는 킬러 마잌 짜식의 랩 스타일에 맞추기 위해 자신 만의 개성을 첨가한 남부식 그루브로 해왔던 건 부인할수 없다. 3집의 panther like a panther는 아예 엘피식 트랩 아니던가? 근데 이번 4집은 상당수의 트랙들에서 브루클린 스타일의 거친 그루브로 다시 돌아왔기에 오히려 거기에 맞춰 랩을 해야 했던 킬러 마잌 짜식 (이하 "킬마짜")이 불쌍해서 눈물이 앞을 가렸다. out of sight를 듣자마자 컴퍼니 플로우 생각난 사람이 있다면 그는 내 친구다. the ground below를 듣고 flyentology를 떠올린 사람이 있다면 그도 내 친구다. 게다가 선공개곡들인 yankee and the brave와 ooh la la (shout out to the immortal gang starr!) 역시도 생전 안보여주던 붐뱁을 기본으로 날것 같은 엘피 본연의 사운드라는 점에서 엘피가 이 앨범을 제작할 당시의 마인드셋을 엿볼수 있다. 요근래 엘피가 I'll sleep when you're dead와 fantastic damage 앨범을 리이슈했다는 건 결코 우연이 아니다. 내 사랑 엘피가 돌아온 거다!!!!!! (사실 아는 사람은 다 알지만 엘피 본인이 직접 밝혔듯이 엘피 프로덕션의 기본은 80년대 생날것 같은 뉴욕식 노이지한 드럼이다.)

 

이 앨범에서 위에서 말한 반가움-고마움 이런것도 있었지만 또 하나는 새로운 가능성을 봤다는 점이다. 개인적으로 실험을 하는 뮤지션들을 개망나니같이 좋아하는데 그래서 내 올타임 훼이버릿에 항상 트렌트 레즈너, 떨스턴 무어가 항상 있기도 한데 암튼 트렌트 레즈너 지난번 왓치맨 오에스티에서 느닷없이 완전 '정통' 재즈 들고 나온거 완전 신선했는데 내가 무슨 얘기 하려 그러냐면 앨범 마지막 트랙에서 미친 색스를 도입해버리는 캡숑멋짐을 보여주질 않나 goonies vs. Et인지 et vs. Goonies인지에서 무슨 씨발 미친 (좋은 뜻임) 쌩 올드스쿨 힙합을 가지고 오질 않나 never look back에서도 생전 안하던 "퓨어" 일렉트로닉을 하기도 하고.. 암튼 엘피 입장에서 새로운 이런저런 시도들을 많이 한 흔적이 보인다는 점에서 어떤 가능성을 봤달까. 아, 이제 앞으로 알티제이도 계속 진화하겠구나.. 하는 느낌? 무슨 자식 잘키운 뿌듯함? 뭐 이런 거 말이다.

 

가사 얘기 잠깐만. 알티제이가 워낙 사운드적으로 한따까리하는 (유튜버 당민님 레퍼런스) 식이다 보니 가사가 등한시 될 수도 있는데 뭐 더 이상 말하면 입아프겠지만 walking in the snow에서 킬마짜가 I can't breathe할 때 소름이 쫙 돋았다면 그 역시 내 친구다. 직접적으로 팍팍 찔러주는 킬마짜와 그에 온갖 메타포 다 동원해서 sarcasm으로 맞서는 엘피의 기가 막힌 대조는 언제 들어도 쾌감이 기가 막히다. 뭐 영어를 잘 몰라도 아 그냥 맞아 뭔가 또 막 좆같은 늬앙스가 있을거야 막 그러면서 자위하면서 춤추면서 들으면 된다. 하나 언급할건 pulling the pin에서 "내 마음 안에 폭탄이 있는데 핀은 그놈들 손안에 있어"라고 하는 부분.. 캬.. 멋지다. 알티제이가 계속 진화하고 있음을 느낄 수 있는 또다른 이유는 가사 역시 초창기에 불경스러움-퇴폐적임을 주로 내세웠던 것에서 점차 보다 컨셔스적 요소를 넣는 부분들이 많아지고 지금 와서는 어뗜 개인의 철학적 깨달음 수준까지 (never look back이나 the ground below) 논하고 있다는 점이다. 알티제이가 남다른 주목을 받고 인기가 올라가는 이유는 '컨셔스 힙합'의 모습을 보이면서 그걸 폭력적 언어(와 사운드)로 표현하는 거의 유일한 힙합 아티스트이기 때문이라고 하고 싶다. 말하자면 "트럼프 시대의 펑크록"이랄까?

 

끝으로 앨범 구성 얘기좀 하자. 아주 소올직히 말해서 난 아직도 3집의 마무리가 주는 울림 (매번 들을 때마다 뭉클함)이 여전히 알티제이 앨범 최고의 엔딩으로 꼽지만 yankee and the brave라는 마치 텔레비전 쇼의 구성을 차용한 깜찍한 구성도 좋았다. 엘피가 만드는 앨범들의 이런 마지막에 살짝 비트는 반전적인 구성이 참으로 러블리하다 (카니발 옥스의 콜드 베인, 엘피 3집, rtj3 등에서 느낄 수 있음). 

 

내 글들이 대부분 그렇듯이 내 글에는 서론과 본론밖에 없다. 결론? 뭐.. 그냥 위에 쭈우욱이 내가 하고 싶은 말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