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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adonna [Rebel Heart] (2015, Live Nation/Interscope)

tunikut 2020. 5. 13. 13:48


내 생각이 거의 백프로 확실하다고 느끼는것중 하나는 에미넴도 자기 옛날 앨범들 들으면서 자기도 자기 가사에 놀라서 와 어떻게 내가 이렇게 했지? 라고 하며 과거의 자신에게 다시 한술 배우지만 그걸 넘지 못하는 현재에 좌절해버리고 만다는 것인데 나 역시 튜니컷으로서의 정체성을 잃고 산지 오래라 다시금 블로그에 끄적거리려니 예전같은 문체가 나올까? 하면서 고민하던 차에 예전에 썼던 글들 다시 읽어보면서 괜히 병신같이 지글보고 지가 희죽거리는 현상을 발견하게 되는데 그러고보니 앨범 감상문의 도입부를 개뻘글로 무한 만연체로 갈겨대는 지금의 나를 보니 예전 문체를 완전히 잃지는 않았다는 느낌이고 예전처럼 불경스런 단어들 막 섞어가며 쓰고도 싶은데 그걸 적절하게 써야지 무슨 아무대나 놓고 후장 좆물 이러면 지나가던 개도 저 병신 뭐냐 이럴게 확실하기 때문에 좀 정신차리고 자 이제 시작해보자.


왜 갑자기 뜬금없이 마돈나의 최근작도 아니고 이걸 들고 나왔냐면 그 이유를 discogs에게 물어보라고 하고 싶은데 요새 나도 쎄마이-쿼런틴 앳홈이라 roaming play list가 아닌 quarantine play list를 마구 돌리고 있는데 그렇게 원동력이 된 일등공신은 discogs 앱으로서 이게 재미난게 이 앱의 컬렉션 메뉴에서 핸드폰을 잡고 흔들면 랜덤하게 앨범 하나가 내 컬렉션 중에서 pop up하게 된다는 것으로 매일 이 앱이 지정해주는 앨범을 듣는 재미가 아주 쏠쏠하다 암튼 근데 오늘 지정된 앨범이 마돈나의 13번째 스튜디오 앨범인 레벨 하트다.

이 앨범을 첨에 몇번 듣고 쫌 괜찮은 트랙들이 있네 칸예가 한게 좋네 근데 러닝타임이 좀 길어서 자주 안꺼내들을듯 이런 정도의 느낌이었는데 오늘 이걸 간만에 듣고 와 이 앨범 진짜 수작이다라는 생각이 들어서 또 이렇게 하릴없이 잠도 안자고 폰 키보드를 존나 불편하게 토닥거리고 있다 (한글 자판 랩탑 도입이 시급하다). 

앨범 전체에 여러 스타일의 곡들이 섞여있어서 원래 잡탕스타일의 앨범을 극도로 혐오하는 나지만 묘하게도 이 앨범은 전체 디렉팅이 잘됐는지 균형을 제법 잘 갖춘 느낌이다. 스타일로 치자면 마돈나가 그 동안 들려준 거의 모든 스타일이 배합돼있는데 가령 living for love처럼 완전 80년대 스타일로 회귀한 것부터 에비타 사운드트랙에서와 같은 오케스트랄한 messiah나 ghosttown, Joan of arc 같이 캐치하면서도 무게감 있는 마돈나 언니표 발라드, 그런가하면 물론 illuminati, bitch I'm madonna, S.E.X. 같은 트렌디한 것들이 골고루 있다. 그치만 재미 있는건 사운드적으로나 가사적으로나 그 강약조절이 기가 막히게 배치가 잘돼있기 때문에 긴 러닝타임이지만 그닥 지루하지 않게 쭉 이어들을수 있다.

마돈나는 매 앨범 마다 자전적인 이야기들을 많이 들려주는 편이지만 이 앨범은 타이틀에서도 엿볼수 있듯이 자신이 살아온 모습을 제법 당당하게 표출하고 있다는 점에서 다소 차별성을 띠고 있으며 이런 저런 곡들을 거친 후 앨범의 끝을, 말그대로 타이틀곡이라 할수 있는 rebel heart에서 오히려 역설적으로 힘을 빼고 경쾌한 느낌의 어쿠스틱 팝록으로 비교적 담담하게 "그래 이게 나야. 나 이렇게 살았어"라는 느낌으로 끝내는 모습이 더욱 멋들어져보인달까? 이런 그녀의 테마는 특히나 나스와 함께한 veni vidi vici에서 그녀의 대표곡들을 멋지게 활용해 바이오그래피처럼 들려주는 모습에서 빛을 발한다. 또한 가사를 음미하면서 들으면 제법 뭉클해지기까지 하는 Joan of arc나 wash all over me 같은 주옥같은 발라드들도 놓치지 않길 바란다.

앨범을 들으면서 칸예의 tlop과 비슷하다는 느낌을 받았는데 사실 성스러움과 불경이 공존하는 테마는 이미 like a prayer부터 시작된 마돈나의 단골 테마라고 생각하면 그닥 새로울 건 아니다. 특히나 S.E.X.와 messiah가 나란히 앞뒤로 붙어있는 구성은 매우 흥미롭다. 이런 발칙한 마돈나 언니같으니라구! 

암튼 confessions on a dance floor 이후로 아쉽게도 마돈나 앨범들이 좋은 평가를 그닥 못받고 있다는 느낌이 들어서 팬으로서 안타깝지만 그 중에도 이 앨범만큼은 꽤나 준수한 완성도를 보인다는 생각이고 재평가 받음직한 앨범이라고 생각한다. 제일 최근 앨범은 한번 쓱 스포티파이에서 들어보고 별로인것 같아 재끼는중인데 언제 제대로 피지칼로 (난 아직도 피지칼로 들어야 들은것 같음) 사서 듣고 평가 남기겠다. 됐다 이제 자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