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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지운 [악마를 보았다] (2010)

tunikut 2014. 10. 5. 21:51


본다본다본다 수도 없는 세월을 대뇌이다가 다른 영화에 밀리고 또 밀리다가 마침내 보았다. 완전 빠져들어서. 역시 나한텐 박찬욱보다는 김지운인 듯. 글쎄 뭐 잔인한 장면들이 유명하다고 하지만 워낙 잔인한 장면을 쌩눈 부릅뜨고 잘 봐서 (확실하게 내 직업이 많은 도움을 준 듯. 내가 이 직업을 갖기 전엔 잔인한 장면 못봤음) 별로 나한텐 유의한 팩터는 아니었지 싶고, 폭력이 폭력을 낳고 악마가 또 다른 악마를 만들고 어쩌고 하는 심오한 교훈이나 철학 따위의 메시지는 (실제로 감독이나 배우들이 의도했다고는 하나) 나한텐 그닥 크게 와닿지 않았는데 그 이유는 이 영화가 지니고 있는 '오락성' 때문이다. 그런 심오한 메시지를 가슴 속으로 느끼기엔 이 영화는 너무나 오락성이 강하며, 실제로 영화 시작하고 얼마 안돼 이병헌이 최민식을 잡았는데 아직도 영화 러닝타임이 2시간 넘게 남았다는 것에 (얼마나 더 이병헌이 최민식을 괴롭혀줄지) 안도감을 느꼈으며, 최민식이 자수하러 경찰서 앞에 도착했을 때도 아직 영화의 러닝타임이 꽤 남았다는 것에 또 한번 안도감을 느꼈으니 이런 내 모습도 폭력과 악마성에 물들어갔다고 날 비난한다면 할 말은 없지만, 중요한 건 나 역시도 존나게 개같이 나쁜놈은 존나게 더 개같이 대해줘야 한다는 지론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내가 이병헌이었다면 난 아마도 최민식을 파스칼 루지에 감독의 영화 [마터스]의 희생자처럼 해주었을 듯. 


p.s. 여담이지만 요새 이병헌씨가 논란이 되고 있지만 난 참 그가 좋은 배우라고 생각하는 데는 변함이 없다. 내가 만약에 내 자신의 이야기를 바탕으로 시나리오를 쓴다면 그 영화의 주인공이자 나를 연기해줄 사람은 이병헌밖에는 없다고 생각하기도 하고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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