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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기덕 [섬] (2000)

tunikut 2014. 9. 9. 13:44


김기덕 감독님의 영화를 좋아한다면서 이 영화도 역시 이제서야 봤는데, 아.. 영화 좋더만. 이 영화 하면 기억 나는 게 대학생 때 할일 없어 주말에 슬리퍼 끌고 동네 비디오 가게 가서 아저씨한테 야한 비디오 하나 달라고 했다가 아저씨가 이 영화 진짜 야하다고 해서 가지고 와서 빨리돌리기로 돌리면서 보다가 이게 뭐냐 그러고 욕하면서 빼서 다시 갖다줬던 기억이 난다. 


내가 이상한 건지 (평론가를 포함해) 사람들이 영화보는 감각이 떨어지는 건지 아니면 영화를 제대로 보지 못하는 건지 뭐 이 영화를 두고 '인간의 욕망에 대한 고찰'이니, '김기덕식의 구원'이니 등등 말도 참 잘 갖다 붙이는데 (그런 이유에서 난 10자평 뭐 이런 거 진짜 혐오하는 편이다), 이 영화는 사실 저런 키워드들과는 거리가 있으며 그냥 '김기덕 스타일의 러브 스토리'다. 여기서 좀더 tunikut식으로 해석하자면 '김기적 스타일의 로맨틱 코미디'랄까? 김기덕 감독님 영화들은 충격적이거나 골때리는 비쥬얼들이 많이 나오는데 이 영화 최고 압권은 (혹자는 vaginal 낚시 바늘씬이라고 하지만), 난 그보다 주인공 남자의 pharyngeal 낚시 바늘씬으로, 그 여자가 낚시대를 돌리자 방바닥에서 마치 물고기 같이 올라오던 장면. 진짜 실소를 금치 못했음. 다시 한번 말하지만 이 영화는 김기덕 감독님 스타일의 '러브 스토리'이며, 각자 한번씩 낚시 바늘로 상처 입고 그걸 서로 치유해준다는, 그런 사랑의 메시지 뭐 그렇고 그런 이야기임. 


'몽환적 물'은 나한텐 영원한 훼이버릿이다. 실제로 영화가 처음부터 끝까지 줄거리도 없이 몽환적 분위기의 호수나 바다만 보여줘도 난 좋아할 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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