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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ncert reviews

Keith Jarrett Trio 내한 공연 후기

tunikut 2013. 5. 20. 13:09

 

 

 

 

일시: 2013. 5. 19. 일요일 오후 7시

장소: 세종문화회관

 

 

재즈 평론가 김현준씨의 소개로 드디어 키스 자렛, 개리 피콕, 잭 디조넷이 무대에 올라왔다. '헉... 뭐.. 뭐지.' 하는 경이로움에 멍해있을 때, 왠 물방울 흐르는 듯한 소리가 또로로롱 울려퍼져 정신을 차리니 이미 키스 자렛의 손은 피아노 위를 휘젓고 있었다. 그렇게 이 무대는 시작됐다.

 

일단.. 이 세분들의 공연을 실제 눈앞에서 (난 A열 맨앞 5번 자리여서 정말 코 앞에서 봄) 보게 됐다는 그 자체만으로도 몸둘 바를 모르는 상황이었지만, 실제로 완전히 몰입해서 빠져들어버리는 연주에, 보면서도 내내 감탄할 수밖에 없었다. 물론, 내가 음악 이론을 공부한 사람이 아니고 재즈에 대한 이해도가 그렇게 높은 편은 아니기 때문에, '연주 테크닉'이나 이론적 측면에서 그들의 연주에 감탄한 것도 아니고, 공연 레퍼토리 곡제목도 솔직히 하나도 몰랐다. (앵콜곡 중 하나가 "Straight, No Chaser" 였던 것 같다는 것 말고는...) 하지만, 중간에 쉬는 시간에 누군가가 화장실 가면서 옆사람한테 하는 얘기가, "확 빠져들어서 집중하게 만들더라"는 거였는데 나 역시도 마찬가지였다. 사실 개인적으로도 제대로 된 재즈 콘서트는 처음이었기 때문에 '혹시 지루하지는 않을까'라는 생각도 잠깐 했지만, 그 반대로 완전히 푹 빠져들어서 그 만족감과 행복감에 취했다고나 할까? "어? 벌써 인터미션이야? 뭐야? 벌써 끝나?" 이런 느낌이었다. (근데 이 날 공연은 총 공연 시간만 2시간이 넘었다.)

 

'즉흥'이란 것이 이런 것이구나라는 걸 알 수 있었던 게 제일 크지 싶었다. 바로 눈앞 가까이서 보다보니 그들이 연주하는 중간에 주고 받는 눈짓과 표정, 싸인을 읽을 수 있었고, 특히나 4번의 앵콜곡 중 마지막곡은 정말 즉흥 한판으로 끝났는데, 그 막 연주하다가, '그래, 이쯤하지 뭐'하는 자렛의 심리까지도 읽을 수 있었고, 이를 받아치는 디조넷의 설렁설렁하는 즉흥 연주와 즐기는 표정 등이 굉장히 의미있는 경험이었다. 노련한 노장들의 즉흥 연주라는 게 이런 거구나라는 걸 새삼 알 수 있었다.

 

일전에 남무성씨의 만화 "재즈잇업"을 보면서 종종 속주하는 피아니스트들 (아트 테이텀이나 버드 파웰)의 손을 연체동물로 묘사하시는 걸 보고 꼭 그럴 필요까지 있었을까라고 생각했는데, 어제 키스 자렛의 속주를 보고 난 왜 굳이 남무성씨가 문어나 오징어로 속주 피아노를 묘사했는지 알 것 같았다. 레퍼토리 중 중간중간 아방가르드-프리 스타일의 곡이 두어곡 정도 있었는데, 그 '손이 안보인다는 게 어떤건지'를 실제로 보았다고나 할까. 양손을 쉴새없이 건반 위를, 마치 날치가 바닷물 위를 튕기듯 날아다니는데 그 왜 빠른 팔 동작이 겹쳐져서 정말로 멀찍이서 보면 마치 연체 동물의 움직임을 연상시켰다는 거다.

 

레퍼토리는 가슴을 달래주는 발라드부터 정통적인 밥 스타일, 스윙, 그리고 아방가르드-프리까지 다양한 구질로 지루할 틈이 없었는데 특히나 이채로웠던 건 1부 마지막곡으로 보싸노바 넘버를 들려줬다는 것인데, 키스 자렛 트리오가 보싸노바까지 다룰 수 있다는 건 처음 알았고 곡 자체가 너무 좋아서 가장 기억에 남는 곡이었던 것 같다. 처음에는 까탈스럽다는 자렛에 대한 이미지로 나를 포함해 관객들 모두 숨죽이고 '잘해야지, 관람 잘해야지. 절대 자렛형의 심기를 불편하게 않해야지'라는 마음으로 다소 조심스럽게 관람을 했지만, 전원 기립박수로 계속됐던 4번의 앵콜 타임에는 관객과 연주자들 모두 마음이 편해진 듯한 눈치였고, "알라뷰!"를 외치는 관객과 이에 (특유의 씨니컬한 농담으로) 화답하는 자렛, 그리고 연주 중간중간 터져나오는 함성, 이에 자신들도 마음이 편한듯 설렁설렁 장난스러운 표정을 지으면서 임프로바이즈하는 세 명의 거장들과 여기에 대응하는 관중들의 적절한 박수와 미소 등등.. 공연이 막바지로 가면서 느껴졌던 그 전체가 혼연일체되는 느낌은 그 현장에 있었던 모든 이들이 이 공연이 끝나고 집으로 돌아가면서 입에 환한 미소를 짓지 않을 수 없었던 이유다. 끝까지 조심했던 카메라 플래시가 터지지 않았다는 것도 무척 다행이었다.

 

이번 공연이 '트리오로서는 마지막 공연'일 수 있다고 한다. 언제 다시 또 이 세 거장들의 푹 빠져들게 만드는 연주를 보게 될지는 모르겠지만, 적어도 재즈 역사, 아니 음악 역사에 길이 남을 이 세 거장들의 공연을 직접 눈앞에서 볼 수 있었다는 건 두고두고 잊지못할 추억임이 될 것임은 분명하다. 마지막에 세분이서 부둥켜 않던 장면이 왜 그렇게 vivid한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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