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unikut's Cultural Paradise

concert reviews

Thurston Moore 내한공연

tunikut 2012. 11. 8. 01:51

 

 

 

일시: 2012. 11. 7. 수요일 오후 8시

장소: 합정동 인터파크 아트센터 아트홀

 

지금 나는 굉장히 피곤하다. 불혹을 향해 달려가는 이 나이에 스탠딩 공연을 보고 와서다. 귀도 먹먹하다. 써스턴 무어 형이 그냥 바닥에 나자빠지면서 기타를 연주하듯이 이 컴퓨터 책상 의자에서 곧바로 미끄러지듯이 바닥으로 드러누워 자고 싶다. 침대도 아니고. 근데 말이다. 근데 말이다. 도저히 포스팅을 안하고는 못배기겠다. 내가 불혹을 향해 달려간다고 무시하지 마라. 써스턴 무어형은 지천명을 넘으셨으니. 아직도 이 귀와 뒷목과 허리와 다리와 온몸의 근육과 머리와 심장과 피부에 남아있는 이 깊고깊은 여운을 어떻게 달랠까. 이 솟아오르는 감동을 어쩌면 좋단 말이냐.

 

나는 에미넴의 공연을 놓쳤다. 그래서 너무 슬펐다. 근데 더 열받는 건 에미넴 공연이 너무 좋았댄다. 감동을 잊을 수가 없댄다. 그래서 나는 너무 슬펐다. 써스턴 무어'님'의 공연 예매를 오픈과 동시에 맨앞자리 스탠딩으로 끊어버린 것도 일종의 보상심리였으리라. 하지만 불안했다. 예매율이 너무 낮은 것이다. 관객이 너무 안와서 썰렁하면 어떡하지. 무어형이 실망하면 어떡하지. 그래서 무어형이 멋진 무대를 보여주지 못하면 어.떡.하.지. ----------------------------------------------------------------------------------> 기우였다.

 

나는 단언코 말한다. 분명하게 말한다. 아주 확신에 차서 말할 수 있다. 만일에 당신이 소닉 유스나 써스턴 무어의 팬이였다면, 아니 아니 팬까지 갈 것도 없다. 소닉 유스와 써스턴 무어의 음악에 조금이라도 관심과 흥미가 있는 사람이라면, 오늘 공연은 반드시 보았어야 했다. 오늘 써스턴 무어의 무대는. 정말이지. 정말이지. 어떻게 말로 형용을 할 수 없을 정도로 甲 그 자체였다. 당신이 써스턴 무어라는 뮤지션에게서 기대하는, 써스턴 무어라는 뮤지션으로부터 떠오르는 그 이미지와 그 무대. 당신이 기대하였던 그것. 그것을 써스턴 무어는 너무나도 잘알았다. 이 관객들이 나의 어떤 무대를 보고싶어서 왔는지, 그는 너무 잘 알고 있었고 그것을 여지없이 쏟아내부었다.

 

오늘 공연을 놓치지 말았어야 한다고 했다. 염장 지르는 소리좀 하겠다 그래. (나도 에미넴 놓치고 염장이 많이 질렸으니까.) 오늘 공연이 유난히 '특별'했던 이유는, 오늘의 서울 공연이 써스턴 무어 아시아 투어의 마지막 무대였기 때문이다. (그가 직접 그렇게 말했다.) 마지막 무대였기에, 그는 몸을 사리지 않았다. 관객들 호응이 좋아서였을 수도 있다. 초반에 소리좀 꽥꽥 질러줬다. 그의 표정이 좋아보였다. 나는 처음에 솔직히 조금 우려하기도 했다. [Trees Outside The Academy]부터 [Demolished Thoughts]까지 이어진 최근 솔로작들의 어쿠스틱한 사운드. 물론 어쿠스틱도 좋지만 태어나서 처음(이자 마지막일 수도 있는)인 써스턴 무어의 공연에서 솔직히 어쿠스틱만 듣고 싶진 않았기 때문이다. 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 기우였다.

 

그냥 공연의 가장 하일라이트를 말로 간단히만 쓰겠다. 공연은 예상대로 처음 절반은 그의 새 밴드인 Chelsea Light Moving의 레파토리였다. "Frank O'Hara Hit". "Burroughs", "Groovy & Linda", "Empres Of Time"으로 이어지는 밴드의 싱글들부터 최근 온라인 무료 공개한 Brroklyn Kent 라이브 앨범에서의 미발표곡 "Sleeping Where I Fall", "I Come To Get Wasted" 등으로 전반부를 채웠는데 여전히 특유의 바디뱅잉 제스쳐와 함께 헤비한 리프로 가다가 이따금씩 살짝살짝 노이즈 양념을 쳐주시기 시작하면서 관객들을 흥분시키더니 후반부로 가면서 [Psychic Hearts] 레퍼토리로 바뀌면서 모든 곡의 간주와 후반부는 완전 noise improvisation으로 버무려버리시는데 여기서부터 슬슬 그도 관객들도 미쳐가기 시작했다. 이윽고 1집의 히트곡인 ono Soul"의 간주부에서! 갑자기 관객들 바로 앞 스테이지 난간 줄을 잡아당기더니 난간 기둥바를 잡고 masturbation 모드로 기타를 연주하다가 갑자기 기타끈을 빼던져버리고 기타를 관객들에게 건넨다. 관객들보고 줄을 퉁기라는 거지. 그걸로 성에 안차신 무어형님. 마침내 객석으로 뛰어들어 관객와 혼연일체가 되어 관객들 손 하나하나로 기타 스트링을 튕기게 하면서 즉흥 노이즈를 만들어버리신다. 이쯤되었을 때 객석은 이미 아노미 초절정 오르가즘 상태. 다시 무대 위로 올라온 무어형은 드러머 존 몰로니와 함께 예의 소닉 유스때 레이날도형과 함께 하던 부둥켜 뒹구르기를 보여주신다. 그러더니 갑자기 기타 코드를 뽑고 그 줄을 잡고 앰프 옆으로 가서 긁다가 빙빙 돌려버리더니 바닥에 채찍질 하듯이 꽂아버린다. 그러더니 갑자기 마치 "Superstar" 뮤직비디오에서의 자태로 갑자기 그냥 마이크만 달랑 드시고는 태연하게 ono Soul"을 부르신다...... 그리고 "We love U~"라고 귀엽게 마무리. 아이 젠장! 뭐 이렇게 쿨하셔! 그리고 퇴장. 관객들 그냥 보내줄리 당연 없음. 다시 나온 형님은 역시 1집 수록곡인 "Staring Statues"를 부른 후 이윽고 대마무리곡 "Patti Smith Math Scratch"를 들려주셨고, 이 곡이 끝날 때쯤 우리는 모두 더 이상의 앵콜은 불가능하다는 걸 알게 되었는데 그 이유는 미친듯이 노이즈를 뿜어대던 무어 형님이 결국 드럼 셋트로 가서 그 위에 그냥 누워버리셨기 때문. 무어형하고 드럼하고 존 몰로니하고 와장창창창.. 주저앉았음. 끝. 디 엔드! 진짜 어.떡.하.지.

 

무. 아. 지. 경.

 

나를 비롯한 모든 관객들의 표정은 그 당시 외국인이든 우리 동포든, 다 똑같았다. 모두 쾌감의 절정에 다다른 듯한 그 얼굴. 내가 써스턴 무어 공연을 와서 진짜로 진국을 봤구나 하는 그 만족감. 또 진짜로 무어형이 이렇게 엄청난 무대를 보여줄줄은 생각지 못했다는 경이로움. 정말로 말 그대로 기대한 것의 '그 이상'. 기대한 것의 200%.

 

결론. '어쿠스틱 써스턴'이 아니었다는 것. 제대로 된 '일렉트릭 써스턴'을 넘어서 완전한 '아방가르드 노이즈 써스턴'까지 보여주셨다는 것. 내가 태어나서 지금까지 본 내한공연 중 단연코 최고였다는 것. 그는 甲이라는 것.

 

 

p.s. 무어형 유머 감각 상당하심. 씨니컬하고 그럴 줄 알았는데, 중간중간에 멘트 날리시고 관객들하고 농담 따먹기 하면서 분위기 썰렁하지 않게 가족적으로 막 서로 웃으면서 진행하는 거 장난 아니심. 완전 반했음. 어제 '수라'라는 식당에서 밥을 먹었는데 짱이었다고 그러면서 수라 모르냐고, 내가 지갑에 명함 넣어놨는데 그러면서 지갑 꺼내서 뒤적뒤적.. 이 지갑 내꺼야. 이태리제야. 막 이럼.

 

사진은 맛배기로 딱 하나만 올릴께.

 

 

 

 

 

SET LIST

 

01. Frank O'Hara Hit

02. Burroughs

03. Groovy & Linda

04. Sleeping Where I Fall

05. I Come To Get Wasted

06. Empires Of Time

07. Too Fucking Bad

08. Feathers

09. Pretty Bad

10. ono Soul

------ Encore -----

11. Staring Statues

12. Patti Smith Math Scratch

** 그리고 사이사이 뿜어댄 수많은 노이즈 임프로비제이션들..

 

[Trees Outside The Academy]와 [Demolished Thoughts] 수록곡이 하나도 없다는 것에서부터 이번 공연의 컨셉을 알 수 있음.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