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J Spinna 내한공연 후기

 

일시: 2013. 3. 30. 토요일 오후 9시

장소: 이태원 클럽 B-One

 

아마도 나같은 사람이 분명히 또 있었지 싶다. B-One에는 디제이 부스가 두 군데였다는 걸 깨닫는 것은 꽤 시간이 걸렸다. 12시 반에 들어가서 3시까지 기다렸는데도 스피나가 나올 생각을 안하는 거다. 계속 레지던트들만 굴리고.. 아무리 생각해도 이상해서 그 부비적부비적 거리는 인파 사이를 지나 뷸레틴을 다시 자세히 봤더니! 으헉! LE SALON이라는 곳에서 이미 12시부터 스피나가 플레이를 하고 있다는 것 아닌가...!!! 젠장, 좆됐다 싶은 마음에 얼른 달려갔더니 이미 공연은 벌써 2시간 이상 진행된 상태.. 흙.

 

뭐 그래도 괜찮았다. 나머지 1시간 반 가량은 스피나형의 부스 바로 코 앞에서 형이 틀어주는 음악들을 충분히 즐길 수 있었으니 말이다. (참 웃긴 게 LE SALON 스테이지보다 MAIN ENTRANCE에 사람이 한 5배는 더 많았다는 거. 그리고 대략적인 패션이나 행동 양식이나 눈치를 보아도 확실히 저쪽은 '붕가붕가'를 목적으로 온 사람이고 이쪽은 나같은 매니아류의 사람들이었다는 게.. 쩝.)

 

암튼 그렇게 바로 코앞에서 스피나형을 영접했다. 명불허전. MAIN ENTRANCE에서 쓸데없이 허비하는 시간 동안 들은 음악이라곤 퓨어한 하우스였지만 그닥 기교는 없이 그냥 그야말로 '트는' 정도였다면 여기서는 믹서를 이리저리 애무하면서 다양한 이펙트 양념을 흩뿌려주시는 형님의 '손맛'을 느끼면서, 괜히 레젼드는 아니라는 걸 느끼게 해준다. 사실 플레이되는 '음악'으로만 놓고 보자면 저쪽에서 틀어주는 퓨어하우스가 춤추기에는 더 좋았는데, 내가 앞부분 2시간 가량을 놓쳤기 때문에 전반부에 어떤 음악을 플레이했는지는 모르겠지만, 내가 갔을 때는 저쪽보다 훨씬 빠른 bpm으로 예상과는 달리 상당히 미니멀한 비트를 들려줬는데, 막판에 Rhythim  Is Rhythim의 "Strings Of Life"까지 가져오시는 거 보고 '이 형 디트로이트 테크노까지 다루시는 구낭..' 이렇게 느끼기도 했다. 암튼 꽤 미니멀하고 빠른 bpm으로 춤추기는 약간 부담스러웠지만 그게 뭐가 중요하리. 내 눈앞 코앞에 스피나형이 있는데.. 헐............. 공연이 막바지로 가면서, 순간 bpm을 낮추어 역시나 우리가 스피나에게서 typical하게 기대하는 '디스코 브레익빗 그루브'로 마무리를 해주셨는데 확실히 이쪽에 모인 분들이 죄다 스피나 매니아들이다보니 이런 스타일의 음악이 훨씬 호응도가 좋았다.

 

공연이 끝나고 헤드셋을 벗고 짐정리를 하고 나오시는데 당연히 가지고 간 cd booklet에다가 싸인을 받고 악수도 했다. 이것때문에 온 건데 절대 놓치면 안되지. 음악 듣기 5할, 싸인 받기 5할인데.. 씨디에 싸인 받는 사람이 나말고 한명 더 있었는데 그 분은 나보다 훨씬 씨디를 많이 가지고 와서 일일히 싸인 받는데 스피나형은 되게 친절하게 웃으면서 조심스럽게, 정성스럽게 하나하나 싸인 다 해준다. (웃는 인상 진짜 왕포근함.) 그리고 또 더 멋졌던 건 싸인마다 메세지도 다 다르게 했다는거. 나는 [Here To There], [Intergalactic Soul], 그리고 Jigmastas의 [Infectious] 앨범을 가지고 갔었는데,

 

Here To There - "Much Respect, DJ Spinna"

Intergalactic Soul - "Peace, Love & Beats! DJ Spinna"

Infectious - "Real Hip Hop Forever! DJ Spinna"

 

이렇게 다 다르게 써주셨다. 약간 각각의 앨범들의 테마에 좀 맞는 것 같기도 하고.. 흐. 암튼 그렇게 가벼운 마음으로 클럽을 나오니 벌써 4시 반. 택시를 얼른 잡아타고 거의 들리지 않는 먹먹한 귀와 함께 집으로 왔다. 이상의 것을 tolerate해준 아내에게 고맙다.

 

잘 나온 사진으로다가 하나만 올려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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