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unikut's Cultural Paradis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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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cott Derrickson [The Exorcism Of Emily Rose] (2005)

tunikut 2012. 9. 10. 00:31

 

요새 내가 확실히 맘에 들 것 같은 영화만 잘 셀렉션해서 보는 것인지, 아니면 문화 생활을 존나게 못하다가 이제 슬슬 다시금

tunikut의 아이덴티티를 찾아가려고 날개짓을 하는 단계가 보니까 오랜 금욕 후에 터져나오는 semen처럼 주체를 할 수가 없는

건지 뭔지는 모르겠다만 보는 영화들이 족족 다 맘에 드니 이것도 문제다. 지방 출신 어느 알던 형이 막 군대 제대하고 서울에

왓는데 어쩌면 거리를 다니면서 바라본 '모든' 여성들이 다 이쁘냐고 탄복하듯이 하던 바로 그 심리 현상을 내가 지금 겪고 있는

건 아닌지.

 

자꾸 잡담만 하는데 (에이 몰라 논문 쓰기 싫어) 예전에 잠시 알던 어떤 호러 영화광님이 하던 얘기가 자기는 어릴 적 전설의

고향도 무서워서 못보던 사람이었는데 어떻게 호러 매니아가 됐는지 모르겠다고 하는 걸 보고,아니 어떻게 '호러 매니아'라는

용어가 성립할 수 있지? 당시 이렇게 생각하던 나였는데.. 이후에 어떤 글을 읽다가 "영화 매니아는 호러 매니아다" 뭐 이런

비슷한 류의 글도 보고 아니 어떻게 저런 말을 할 수 있지? 이렇게도 생각하던 나였는데.. 나.. 요새 나도 모르게 호러 영화에

빠진 것 같다. 영화를 점점 되게 좋아해가면서 (분명히 말하지만 tunikut은 원래 영화광이 아니었다) 감독 위주로 영화를 찾아

보고 이런 습관이 들면서 요샌 호러를 막 찾아보고 그러고 있으니.. 최근에 포스팅한 영화들에 호러가 많은 거 봐라. 저 봐라..

(김원효 톤으로)

 

"엑소시즘 오브 에밀리 로즈"라는 제목은 굉장히 사무적이다. 또 구체적이고 specific하다. 제목이 주는 느낌이 되게 남다른데

"윤혜진양의 여고괴담" 뭐 이런 느낌이랄까. 제목이 원체 사무적이고 딱딱하면서 구체적이다보니 뭘 말하는 거지? 이런 느낌도

들고 암튼 제목부터 굉장히 뭔가 다른 공포 영화나 다른 오컬스 스타일의 엑소시즘 영화와는 다른 임팩트를 주기 시작하는데

아니나 다를까. 영화 보면 진짜 기절초풍 나자빠질 정도로 (이 영화를 아직 안본) 당신이 생각하는 것과는 전혀 다르게 영화가

전개된다. 영화가 상당히 기발하다! 매우매우 신선하다! 그리고 탄탄하다. 호러영화라기 보다는 호러를 소재로 삼은 스릴러

라고 하는 편이 더 정확할 것. 생각보다 그렇게 무섭거나 끔찍하거나 혼자 머리 못감게 만드는 장면이 나오거나 그런 건 아닌데

그냥 영화 자체가 주는 '느낌'이 무섭달까? 이 영화 보고 그 실제 인물이 당시 빙의되었을 때 엑소시즘하는 음성 기록을 유투브

에서 들었는데 이거 진짜 후덜덜하더만. 이른 아침 사람들 많은 출근길에 들어서 그나마 조금 후덜덜함이 반감됐지 밤에 혼자

들었으면 소름 돋았을 것. 뭐, 아무튼, 요는 영화가 기존의 엑소시즘 오컬트류의 문법을 완벽하게 벗어났으면서 스릴러로 전개

되면서 관객들로 하여금 계속된 서스펜스를 느끼게 해주고, 결말에서도 뭔가 좀 이상하게 생각하게 만들고 적당히 찝찝하고

여운도 남기고.. 참 잼있게 집중해서 봤으면서도 뭔가 좀 남는 것도 있고 구성도 탄탄하고.. 전반적으로 흠잡을 데 없는 영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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