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unikut's Cultural Paradise

notes

"5-10-15-20" by tunikut

tunikut 2011. 3. 24. 11:32

Pitchfork를 즐겨 찾는 분들이라면 "5-10-15-20"이라는 기획 기사를 알 것이다. 뮤지션 한 명을 골라 그 사람의 삶을 5년

주기로 나눠서 그 시기에 자신에게 가장 깊은 인상을 준 노래나 앨범을 소개하는 코너. 그래서 나도 한번 해본다.

 

5살

 

Michael Jackson "Beat It"

 

 

5살 짜리가 뭘 알았겠냐? 천만의 말씀이다. 내가 tunikut이 될 수 있었던 가장 큰 계기는 어머니와 누나 덕분이었다.

두 분 다 음악을 무척 좋아하셨고 특히 외국의 팝 앨범들을 vinyl로 많이 사셔서 어렸을 때 우리집엔 레코드들이 참

많았다. 그리고 내가 5살 때 발매된 마이클 잭슨의 이 앨범도 당연히 우리집에 있었는데 "Billie Jean", "Thriller" 등

이 가장 많은 히트를 쳤지만 "삐레~ 삐레~"로 유명했던 "Beat It"의 충격과 감동은 어린 시절이었지만 선명하게 각인

돼있다.

 

 

10살

 

소방차 "그녀에게 전해주오"

 

 

댄스뮤직이란 개념을 나한테 처음 알려준 분들. 이 분들 이후로 김완선, 박남정 등 이른바 '댄스가수'들의 붐이

일게 됐고 지금의 아이돌 열풍까지 그 맥을 잇도록 해준 고마운 분들이다. 현대적 의미의 '아이돌의 시초'라 할

만 하지 않을까? 대부분의 사람들이 "어젯밤 이야기"가 데뷔곡이고 "그녀에게 전해주오"가 후속곡으로 알고 있는데

절대 아니고 "그녀에게 전해주오"가 데뷔곡 맞다. 당시 초딩 3학년이었던 나는 같은 반 친구였던 경섭이와 태섭이와

함께 소방차를 조직해 학급 잔치 때 "그녀에게 전해주오"를 안무도 똑같이 따서 공연하기도 했었다. 나는 김태형,

태섭이는 정원관, 경섭이는 이상원이었다.

 

 

15살

 

Def Leppard "Love Bites"

 

 

15살에, 그 이전과 그 이후의 리스닝 삶을 뒤바꿀 만한 대 사건, 내지는 혁명이 일어난다. 그야말로 지금의 tunikut을 만든

직접적인 걔기가 되며 나로 하여금 'cd를 사서 모으도록' 만들게 한 곡. 바로 Def Leppard의 "Love Bites"다. 누나가 어디서

락/헤비메탈 명곡들이 녹음된 공테이프를 구워왔었는데 어느날 밤에 식탁에 앉아서 숙제하다가 귀가 너무 심심해서 그

테이프를 빌려 듣다가 단번에 꽂혀버린 곡! 이후로 그 무렵 발매된 Def Leppard의 "Adrenalize"는 공식적으로 내가 돈 주고

구입한 '최초의 cd'가 된다.

 

 

20살

 

DJ Krush featuring C.L. Smooth only The Strong Survive"

 

 

위에서 보다시피 10대 시절에 '록/헤비메탈'로 시작한 리스닝 라이프는 결국 너바나의 그런지/얼터너티브 붐을 타고

10대가 끝날 때까지 록에 빠지게 된다. 그러다가 대학에 진학하면서 본격적으로 힙합에 빠지게 되는데 나를 힙합으로

이끈 앨범들은 예전에도, 또 타 사이트에서도 여러번 얘기했듯이 여러장 있었지만 그 중에서도 대학교 1학년 새내기

였던 나의 중심을 묵직하게 꽉 잡아준 분은 역시 DJ Krush였다. 힙합 '비트'의 매력에 푹 빠져 헤어나오지 못하게 만든

곡. 바로 이 앨범의 첫곡 only The Strong Survive"다. 난 지금도 이 곡의 스네어 소리를 들으면 가슴이 쿵쾅거린다.

 

 

25살

 

Roger Sanchez featuring Sharleen Spiteri "Nothing 2 Prove"

 

 

사실 지금와서 솔직히 고백하건대, 나의 대학 생활, 그리고 20대의 화려한 시작은 Bone Thugs-N-Harmony, DJ Krush,

Wu-Tang Clan, Gang Starr & Guru를 통한 힙합이였으나, 대부분의 나의 대학 생활을 지배했던 음악은 '댄스 뮤직'

이었다. 당시 정말 친하게 지내던 두 형들의 영향이 무척 컸었는데 어느날 그 중 한 형께서 내가 힙합좋아한다고 그러

니까 그럼 드럼앤베이스를 들어보라고 하시면서 Roni Size를 추천해준 것이 계기. 암튼 얘기가 좀 길어졌는데 25살이었

던 이 시기는 내가 지금의 아내를 만나게 된 시기이기도 하고 소위 '하우스 음악'에 완전 푹 빠져지낸 시기다. Armand

Van Helden의 "U Don't Know Me"의 충격은 어마어마했고 이 시기에 발표된 Roger Sanchez의 데뷔 앨범, 그리고 여기

수록된 이 곡은 나를 하우스의 매력 속에서 빠져나오지 못하게 했다.

 

 

30살

 

Miles Davis "Round Midnight"

 

 

그렇게 내 20대는 하우스 음악, 그리고 '한국힙합앨범'들을 수집하던 시기였다. 참 역설적이지만 현재 내 블로그 포스팅의

대다수를 차지하고 있는 '본토 힙합'에 본격적으로 빠지게 된 시기는 비교적 굉장히 최근이라는 얘기다. 아마도 35살이 되는

내년에는 '본토 힙합' 앨범이 이 자리에 오게 될 가능성이 높겠다. 암튼 그건 그렇고 30살이 되던 2007년 한해는 완전히 재즈

에 빠져있던 시기였다. (본 블로그의 2007년 roaming play list가 그 증거다.) John Coltrane의 "A Love Supreme"을 사기

시작하면서 본격적으로 재즈를 들었는데 그것들 중에서도 특히 2007년이 끝나갈 무렵 구입했던 Miles Davis의 "'Round

About Midnight"의 첫곡 "Round Midnight"은 가히 '충격' 그 자체였고 그 기묘하게 왜곡되고 암울하면서 서정적인 연주는

정말 그 당시 나의 모든 걸 장악하던 곡이었다.

 

 

 

물론 중간 중간에 역시 중요한 곡들, 앨범들이 많지만 5년 단위로 끊다보니 누락된 곡들은 수도 없이 많다.

암튼... 아, 간만에 이런 글 쓰니 재밌다. 여러분들도 한번 해보시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