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unikut's Cultural Paradise

notes

여러분은 음악을 어떻게 들으세요?

tunikut 2010. 12. 2. 15:28

 

 

혹시 자발적이 아니고 무언가에 이끌려서 듣지는 않으시나요? 왠지 안들으면 안될 것 같아서..

주위에서 다 좋다 그러니까.. 왠지 안들으면 얘기가 안통할 것 같아서..

저는 요새 그런 고민이 좀 들어요. 전 사실 진짜 예전엔 '꼴리는대로' 들었거든요.

남들 다 좋다 사서 들어봐라 제발좀 이거좀 사서 들어봐라 너 이거 안들어보면 왕따된다

별 얘길 다 들어도 넌 아직도 그런 거 듣냐 넌 대체 이런 걸 듣다니 지금 생각이 있는 거냐 없는 거냐

욕을 얻어가면서도 전 제가 듣고 싶은 음악을 들었고 사고 싶은 앨범을 샀어요.

 

근데 요샌 좀 안그렇게 됐어요. 물론 전 앨범 리뷰 쓰는 걸 너무 좋아해요. 잘 쓰는 건 아니지만..

예전 피씨 통신 때부터 그랬어요. 리뷰 쓰는 게 왠지 되게 잼있었어요. 그리고 앨범을 하나 듣고 리뷰를

딱 쓰면서 그 앨범에 더 애착이 가고 그 앨범을 더 잘 이해할 수 있다고 생각해왔거든요. 지금도 그 생각은 변함이 없구요.

전 지금까지는 제 블로그에만 리뷰를 써왔었는데 작년 경부터는 이제 외부 싸이트에도 글을 기고하고 있어요.

물론 제 글을 필요로 해주신 것에 대해 너무 고맙게 생각하고 저도 기고하는 것에 재미도 있고 묘한 자부심도 느끼고 뭐 그래요.

 

근데 한가지 부작용이 생겼어요. 내 개인 공간에만 글을 쓰는 것이 아니라 많은 사람들이 공통으로 들르는 곳에

글을 쓰다보니 왠지 예전처럼 '꼴리는 대로'만 음악을 들으면 안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는 거예요.

 

그러다보니 이런 현상이 생겼다는 거죠.

'아, 이번에 나오는 이 아티스트 신보 정도는 얼른 들어보고 리뷰를 써서 보내는 게 좋을 것 같은데..'

여기서 현실과 이상의 괴리가 발생한다는 거죠. 난 그 신보를 전혀 구입해서 들어보고픈 욕구가 전혀 없는데,

현실적으로 이 신보를 구입해서 들어보면 트렌드에도 맞고 기고하는 입장에서 그 싸이트에서도 요구하는 글이 될 것 같고..

이런 심리가 작용한다는 거예요.

 

쿠쿠, 뭐 음악을 듣는다는 행위는 여전히 즐거운 행위임에는 분명해요.

적어도 두달 뒤에 볼 국가고시를 위해 책상에 앉아 공부하는 것보단 즐겁자나요? 흐흐.

 

 

그래서 결론은, 그래도 역시 음악은 자기가 좋아하고 듣고 싶은 걸 들어야 한다는 겁니다. 남들이 이상하게 본다고 해도.

내가 듣고 싶은 음악 내가 듣는다는데 뭐가 문젭니까? 물론 설령 당신이 지금 듣고 있는 음악이 당신의 주위 음악 친구들과의

사교나 커뮤니케이션에 전혀 도움을 주지는 않을지언정. 음악은 듣고 싶은 걸 들어야 합니다.

 

저요? 예예 저 음악 굉장히 희한하게 듣습니다. D.I.T.C. 광팬임을 자처하면서도 Big L의 앨범 한 장 없어요.

물론 그의 업적이나 실력은 존중합니다만 손이 안가게 되고 내키지 않는 걸 어떡합니까..

힙합 리스너임을 공공연하게 얘기하면서도 Ready To Die나 2001도 아직 안들어봤죠. 말이 됩니까 이게?

물론, Detox가 발매된다면 전 얼른 2001을 사서 듣겠죠. 그리고 Detox의 리뷰를 만약에 쓰게 된다면

마치 당연히 이미 2001을 들어본 마냥 글을 써나가겠죠. 하하 우습죠? 저 너무 솔직한가요?

 

듣고 싶은 걸 들읍시다! 옆에서 칸예 얘기를 하고 뒤에서 루페 얘기를 하고 앞에서 드레이크 얘기를 열나게

하고 있어도, 갑자기 당신이 아 이제 힙합 지겨워 난 김추자씨 LP판을 사서 한번 들어볼래. 그런 생각이 들면.

 

그러십시요.

Do I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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