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unikut's Cultural Paradise

notes

김콤비의 음악이 다시 듣고 싶다.

tunikut 2010. 7. 9. 13:55

 

나한테는 분명 defiant한 기질이 있다. 분명하다 이건. 누가 이렇다 그러면 왠지 한번은 반대로 생각해보고 싶어진다.

그래서 유독 남들이 좋다 그러면 어떻게든 싫은 부분을 찾으려고 하고, 싫다 그러면 어떻게든 좋은 걸 찾으려고 한다.

난 김콤비의 음악이 좋다. 왜 좋냐. 아방해서 좋다. 싸이키델릭해서 좋다. 김콤비를 폄하하는 사람들은 그들이 보이스

웨어 가지고 랩도 아닌 이상한 짓거리로 장난친다고 하는데 난 이들의 음악을 들으면서 마치 재즈계에 오넷 콜맨이나

세실 테일러가 처음 등장했을 때와 같은 상황이 아닌가라고도 생각했다. 기존의 틀과 형식을 완전히 뒤엎어버린 진짜

새로운 시도 아닌가? 이제 앞으로 전세계 어디에서라도 만일 보이스웨어를 가지고 음악을 한다면 그건 죄다 김콤비의

아류가 될 것임에 분명하기 때문이다. 이들의 음악은 정말 새로웠다. 그리고 너무 너무 신선했고 이상했고 아방했다.

그리고 재미있었고 유머가 넘쳤으며 재치있는 펀치라인도 국내 최강급이었다. 굳이 이들이 하는 음악을 두고 '힙합이냐

아니냐'를 논할 필요는 없다고 생각한다. 힙합이 아닐 수도 있다. 난 (상당히 역설적인 표현이지만) 그저 그냥 새로운

형태의 '아방가르드 팝'이라고 부르고 싶다.

 

뭔가 새로운 것. 새로우면서 이상한 것. 들으면 왠지 익숙하지 않고 안맞고 안어울리고 불편하고 불쾌하지만 한편으로

는 신선한 것. 이런 음악이 너무 좋다. 큐어의 보컬리스트 로버트 스미스의 그 허공에 대고 지르는 뭉크의 절규같은

당황한 목소리, 완전 뜬금없는 베이스음을 전면으로 내세워 놓고 무슨 지하 수십킬로 밑에서 살려달라고 당황해서

내지르는 듯한 레스 클레이풀의 보컬, Nas의 "Street's Disciple" (앨범 말고 곡)에서 그 이상하면서 사람 신경 건드리는

듯한 Salaam Remi의 샘플음, 완전 젠틀하게 그냥 말만 하다가 갑자기 쭈그리고 앉아 그로울링 섞인 괴음을 내는 헨리

롤린스, 슈퍼 쥬니어 김희철의 묘한 늬앙스의 변태같은 보컬, alice in chains의 what the hell have i의 오프닝을 여는

제리 캔트렐의 그 이상하게 뒤틀린 기타.. 난 이런 freak한 게 좋다. weird한 게 좋다. 이상한 게 좋다. 불길한 게 좋다.

그리고 내가 생각하는 김콤비의 음악 역시 나한테는 이런 음악이었다. 그들의 음악이 다시 듣고 싶다. 보이스웨어를

버리고 정식으로 힙합 데뷔를 한다는 소문도 있는데 그건 정말 아니지 싶다. 그들은 보이스웨어를 가지고 계속 그런 걸

해야 한다. 그리고 남들이 뭐라든 엿먹으라는 식으로 더욱 그 개성을 농도 짙게 살리면서 발전시키고 변화시켜 나가야

한다. 아마도 그런 식으로 앞으로 밀고 나간다면 어쩌면 우리는 10년 후 "새로운 형태의 아방가르드 프리 뮤직"이라는

평가와 함께 몽트뢰 재즈 페스티벌 무대에 서있는 김콤비의 모습을 볼 수도 있을지 모른다.

 

내가 만약에 - 뭐 그럴 가능성은 1%도 없지만 맨날 상상만 하지만 - 음악을 한다면 이런 뭔가 weird하고 freaky한 걸

할 것 같다. tricky 전성기 시절의 느릿느릿한 변태적인 비트 하나 깔아놓고 뒤틀리고 꼬인 노이즈섞인 묘한 샘플음을

루핑시키고 굉장히 당황해하는 듯한 고음의 나레이션을 - 약간 음성 변조시켜서 - 포에트리 슬래밍 형식으로 읇조

리는 음악을 할 것 같다. 그러다가 다짜고짜 소리 꽥 지르고, 때로는 그로울링까지 했다가 다시금 상큼한 캔디팝으로

돌아오는.. 뭐 그런 이상하고 괴롭고 무섭고 묘한 음악. produced by tunikut. 히히 맨날 상상만 한다.  

 

p.s. we made you가 그렇게 구린가? 난 거의 relapse 앨범에서 손꼽도록 좋던데. 그리고. 에미넴이 relapse를 혹평

한다면 청자들도 혹평해야 되나? 에미넴은 맘에 안들더라도 나는 맘에 들면 안되나? "심지어는 에미넴 본인도 relapse

는 실패작이라고 합니다" 그래서 뭐? "아, 예, 그럼 우리도 실패작임을 인정해야겠군요" 이래야 되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