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참 패시브 어그레시브한 사람인 것 같다. 욕도 좋아하고 fuck이라는 단어도 좋아하니 말이다. 결혼 후 완전히
변해버린 날 보고 동창들은 모두 의아하게 생각하거나 변절자라고 생각하는 듯 하다. 내가 어떤 사람인지, 어떤
퍼스널리티의 소유자인지 다들 잘 알기 때문이겠지. 한 때는 아무도 못말리던 지독한 안티 소셜에 그야말로 mad
villain이었는데. 아내는 말한다. 의사라는 직업을 가진 사람 치고 자기처럼 반골적인 성향은 드물거라고. 물론 아내
가 보수적인 가정에서 자랐기 때문에 보수적인 성향이 있는 건 이해한다. 그렇다고 내가 진보적인 사람일까? 글쎄
내 생각엔 아닌 것 같다. 난 그냥 보수와 진보, 좌파와 우파를 구분 짓는 그 자체가 좆같이 싫다. 난 선거에서도 여당
야당 한나라 민주당 뭐 그런 거 구분 안하고 뽑는다. 그냥 그 때 봐서 더 맘에 드는 인물을 찍는다. 이런 나를 내
주위의 대부분은 이해하지 못한다. 레지던트 때 나랑 친했던 교수님이 나보고 그랬다. 나랑 같은 년차였던 동기를
보면서는 얘는 딱 한나라당 스타일이라고 그러면서 나보고는 민주당도 아니라 민주노동당 스타일이라고. 근데
당시 그 말이 난 이상하게 싫지 않았다. 그래도 한나라당 스타일이라는 거 보단 낫다고 생각했다.
내가 가장 싫어하는 건 가식이다. 하지만 세상을 살려면 가식이 필요한데 난 그런 가식적인 상황에 있으면 구토가
나올 것 같고 누런니를 노출시키며 가식적인 언행을 하는 사람의 상판에다가는 진심으로 불에 달궈진 연탄 집게를
던져버리고 싶다. 그래 뭐 이런 모든 건 내가 사회화가 덜 됐기 때문이겠지. 아까 수삼 끝나고 하는 드라마 결혼해
주세요를 잠깐 보는데 이종혁이 그 '가식'적인 가든 파티장에서 피아노를 자기가 친답시고 호랑나비를 불러재끼는
모습에 극도의 통쾌함을 맛봤다. 내가 딱 그런 스타일이거든. 그래서 난 어려운 자리에 높은 사람들 있는 자리에선
술을 조심한다. 왜냐면 술에 취하면 무슨 짓을 할지 모르기 때문이다. 다 역겹다. 그런 가식적인 자리들. 다 역겹다.
그런 가식적인 파티들. 내가 할 수 있다면 최선을 다해 깽판을 쳐버리고 싶을 때가 가끔 있다. 난 왜 그렇게 높은
사람들이나 소위 말하는 '지위'와 '부'를 가진 자들에게는 반항을 하고 싶지? 이런 내가 비정상이란 거 잘 안다.
대체 내 안에 뭐가 있는지 모르겠다. 대체 뭣때문에 이렇게도 반항적이고 공격적이고 난폭한지 모르겠다. 선거 기간
동안에 우리 지소에 모정치인 사모님이 선거 운동 하러 오셨는데 날 보고는 공손하게 "여기 소장님 어디계시죠?"라고
그러길래 어이없다는 투로 "제가 소장인데요?" 그래버렸다. 나중에 주위의 여사들이 그러면 어떡하냐고 그런다.
난 경찰도 싫다. FUCK THE POLICE라는 문구만 보면 오르가즘이 생길 정도로 시원하다. 그런 의미에서 다시 한번
제이 딜라형에게 경의를.. 알프레드 히치콕 감독도 경찰에 대한 혐오증이 심했다고 한다. 나도 그렇다. 난 경찰 제복
입은 사람이 나한테 다가오면 그 거부 반응이 이루 말할 수 없다. 심지어 경찰이 환자로 오면 난 굉장히 쌀쌀 맞게
대한다.
보수도 싫고 진보도 싫다. 한나라당도 싫고 민주당도 싫다. 변희재도 싫고 진중권도 싫다. 다 싫다. 여기도 싫고
저기도 싫다.
아내와 두 딸들, 그리고 오늘 본 결혼해주세요에 나온 이태임만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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