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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otes

Wynton Marsalis의 From The Plantation To The Penitentiary

tunikut 2008. 12. 26. 15:15

 

 

아주 오랫만에 'Notes' 카테고리에 글을 써본다. 보통 난 내 블로그에 국내 흑인음악계열의 음반이나 하우스 음반들의 리뷰를 주로 쓰는 편

인데 리스닝 아이템들 중 가장 많은 포션을 차지하는 본토 힙합/재즈 음반들은 잘 안쓰는 편이다. 좀 귀찮기도 하고 일일이 다 쓸 수도 없어

서 말이다..

 
근데 이 앨범만큼은 짚고 넘어가야겠다.

아 정말.. 앨범 표지부터 강한 포스를 풍기고 있는데 - 윈튼 마살리스의 자화상은 아니지 싶다 - Art Blakey And The Jazz Messengers의

[Moanin']이나 Mos Def의 [Black on Both Sides]와 더불어 흑인만의 강력한 분위기를 풍기고 있는 자켓이 아닐 수 없다.

 

윈튼 마살리스의 앨범은 이것과 [Black Codes (From The Underground)] 밖에는 들어보지 않아 그의 음악에 대해 뭐라 말할 수 없는 입장

이지만 난 정말이지 그의 팬이 돼버렸다. 일단 뭐랄까.. 아무래도 내가 좀 진지한 걸 좋아하고 재미없는 사람이어서 그런지는 몰라도 힙합도

그렇고 왠지 좀 '의식있는' 뮤지션들에게 많이 끌리는 편이다. ATCQ, Common, Roots, Mos Def, Jill Scott 뭐 이런 사람들이 좋다.

 

재즈에는 수많은 하위 장르가 있고 각각 나름대로 멋진 개성을 가지고 있다. 근데 난 굉장히 보수적인 성격이라 그런지 왠지 좀 오리지널리티

스런.. 원질에 가까운 걸 더 좋아한다. 그래서 힙합 중에서도 난 오로지 동부쪽의 힙합만을 거의 듣는다. 내가 가지고 있는 동부 (혹은 그런

스타일) 힙합 앨범이 아닌 음반은 2Pac 앨범 1장, OutKast 앨범 3장이 고작일 정도로 말이다. 그런데 윈튼 마살리스라는 뮤지션은 어떤 사람

인가? 1970년대에 등장했지만 퓨젼의 영향보다는, 심지어는 비밥 그 이전의 뉴올리언즈 재즈-스윙으로 회귀하려는 듯한 모습을 보여주고

있는 아티스트로 알려져 있다. 난 이런 '애늙은이'같음을 사랑한다. 

 

그런 면에서 윈튼 마살리스의 가장 최근작이자 여러 매체에서 '회심의 역작'이라는 평을 받고 있는 이 앨범은 나한테 제대로 꽂혀버렸다.

원래 보통 재즈 앨범들에 대한 AMG의 평가들은 예전 음반들에 높은 별수를 주는 경우가 많은데 (그렇다고 AMG의 평가를 믿는 편은 아니

다) 가장 최근작인 이 앨범에 'AMG Picks'까지 붙이는 경우는 참으로 이례적인 현상이기도 하다.

 

자켓이 주는 이미지도 그렇지만 제목에서부터 느껴지는 강한 정치-인종 의식은 앨범 전체를 애워싸는 주된 테마다. 누가 들어도 곧장 이것

이 '채찍 소리'를 나타낸다는 것임을 알 수 있는 Ali Jackson, Jr.의 드럼 소리를 시작으로 동명 타이틀곡이 문이 열고 있으며 앨범 전체에

보컬로 참여한 Jennifer Sanon이 '찢어져나간 사람들을 본다'라는 마치 그 옛날 Billie Holiday의 "Strange Fruit'을 연상시키는 가사들을

읊조린다. 라이브에서야 기교섞인 즉흥 연주로 빛을 발하는 윈튼 마살리스는 약간 뒤로 물러나 보컬을 서포트하면서 적절한 타이밍에 맞추어

현란하지 않은 솔로잉을 들려주고 있어 이 앨범이 '연주 앨범'이 아닌 '테마 앨범'임을 알 수 있게 해준다.

 

이 앨범에서 가장 마음에 드는 부분은 바로 '리듬'이다. 그렇다고 오리지널 빅밴드 재즈나 하드밥과 같은 리듬감 혹은 스윙감이 돈다는 뜻

은 아니다. 앨범은 시종일관 침울한 정서에 시시각각 변하는 리듬감을 주고 있으며 Dan Nimmer의 피아노가 그루브감 마저 주고 있다.

심지어 fast swing 넘버인 "Supercapitalism"에서는 드럼앤베이스의 그것마저 느끼게 해준다. 또한 이 앨범을 들은 사람들은 알겠지만 다들

공감하는, 앨범의 마지막 트랙 "Where Y'all At?"이 주는 의외성이랄까? 꽤 화가난 목소리에 윈튼 마살리스 본인이 직접 랩까지는 아니더라도

라임이 섞인 poetry slamming을 하면서 현재 미국 사회의 모순에 대해 직설적으로 묘사하고 있는데 여기에는 심지어 현재의 힙합씬에 대한

비판까지도 포함되어 있다. 그러면서도 "Where Y'all At"을 제창하는 후렴구는 흥겨운 훵키함도 주고 있다.

 

이 앨범.. 글쎄 내 개인적으로 최근에 들었던 많은 앨범들 중에 단연코 최고다! 특히 다음과 같은 취향을 가진 사람이라면 반드시 좋아할 만

한 앨범이다.

 
1. 힙합을 좋아한다.
2. 재즈도 좋아한다.
3. 동부 힙합을 좋아한다.
4. 퓨젼, 스윙, 스무드, 콘템포러리 재즈보다는 밥 계열의 재즈를 더 좋아한다.
5. 오리지널한 것에 관심이 많다.
6. 인종 문제에 관심이 있다.
7. 아프로-어메리칸 컬쳐에 관심이 있다.
8. 영화 '블러드 다이아몬드'를 인상깊게 봤다.
9. Nas의 'Hip Hop Is Dead' 메세지에 공감한다.
10. 재즈 악기들 중 특히 트럼펫과 피아노 소리가 좋다.
11. 힙합, 훵크와는 또 다른 재즈만의 리듬감을 사랑한다.
12. 윈튼 마살리스를 좋아한다.
 

위 12가지 중에 4가지 이상에 해당한다면 이 앨범을 사도 돈이 절대 안아까울 것 같다.

 

2007/06/11 (월) 22: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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