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unikut's Cultural Paradise

notes

'케이 힙합 븅신'

tunikut 2008. 12. 26. 12:48

 

이거는 사실 위험한 발언이다. 근데 사실이다.

 

예전 97-98년에 하이텔에는 메틀동이라는 heavy metal 전문 동호회가 있었는데 당시에 아직까지 국내에서는 많은 사람들이 듣지 않던

모던락 음악을 추종하는 무리들에게 메틀맨들이 붙인 말로 '모던락 븅신'이라는 유행어가 있었다. 당시 나를 포함한 '모던락 븅신'들의

생각은 비슷했다. 모던락의 원천은 록이 아닌 팝이라는 거.. 그러니까 록도 안들으면서 모던락만 찾아서 듣는 걸 웃기게 생각한 거다. 

당시까지만 해도 록의 기본은 4분의 4박자의 징징징징이 기본이어야 되는데 이런 걸 무시하고 연주도 무시하고 창법도 무시하는 음악을

뭐가 음악이냐고 비난하면서 붙인 말이다.

 

요즘에는 우리나라에 힙합이 거의 메인스트림으로까지 주요 인기 몰이 음악으로 대두되면서 이른바 '케이 힙합'을 듣고 앨범을 모으고

하는 이들이 많아졌다. (나도 그렇지만)

 

근데 문제는 어떤 이는 우리나라 힙합'만' 듣는다는 거다. 한 게시판에서 '난 한국 힙합만 듣는데 미국 힙합 들으려고 하는데 뭐가 좋아요?'

내지는 '미국 힙합은 들어도 전혀 좋은 걸 모르겠다.'와 같은 글들을 본 적이 있다. 참으로 가슴 통탄할 일이다. 우리가 언제부터  한국 힙합

을 먼저 들었던가..? 몇년 전까지만 해도 기본적으로 투팍, 스눕, 갱스타, 맙딥, 아웃캐스트, 에미넴, 우탱, 나스 같은 걸 기본으로 듣다가

로커스를 필두로 언더씬을 찾아 들으면서 가끔가다 "오, 한국에도 이러이러한 앨범들이 있다" 정도가 기본이었다.  

 

물론 꼭 저래야 한다는 건 아니지만 기본적으로 힙합을 듣는다는 건 본토의 그것과 같이 맞물려서 들어줘야 한다는 게 내 신념이다. 나

역시 갤러리에 코리안 블랙 뮤직 컬렉션을 끊임없이 올리고 있긴 하지만 저건 일종의 수집 차원이지 실제로 출퇴근시에나 배경 음악

으로 깔아놓는 것들은 대부분 본토 힙합이다. 그리고 항상 한국 꺼에 편중되지 않으려고 다양하게 들으려고 나름대로 노력을 한다.

 

음악 듣는데 뭐가 정도고 뭐가 노력이 필요하냐, 꼴리는 대로 들으면 되지 라고 하면 할 말 없지만 난 솔직히 말해서 음악을 들으면서도

뭔지는 알고 듣는 게 훨씬 충만한 음악 리스닝이 아닐까 한다. 단지 그림이 예뻐서 그림이 보기 좋아서 미술관을 찾는 것보다 화가에 대한

짤막한 지식 정도는 알고 관람하는 것이 더 바람직하지 않은가?

 

2005/08/27 (토) 01: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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