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unikut's Cultural Paradise

k.b.m. collection

Primary Skool [Step Under The Metro] (2006, Tyle)

tunikut 2008. 12. 22. 11:01

 

프로듀서 Primary를 리더로 결성된 5인조 밴드 Primary Skool의 데뷔 앨범으로 발매전부터 거의 낚싯글 수준의 화려한 참여진으로 많은

기대를 갖게 한 앨범이기도 하다.

 

요새는 우리나라 힙합씬에도 전문적인 프로듀서/비트메이커들이 앨범 작업에 보조적인 역할을 하던 것에서 벗어나 한명의 뮤지션으로

솔로 앨범을 발표하는 일이 흔한 현상이 됐는데 예전부터 '랩'보다는 '비트'로서의 힙합을 더 좋아해온 나로서는 여간 반가운 일이 아닐

수 없다. 원래 힙합 음악이라는 게 들으면 들을 수록 새로워지는데 사실 랩음악을 처음 듣거나 전혀 관심이 없는 사람들은 '흑인들이 뭐라

뭐라 말하는 게 다 똑같지 뭐. 멜로디도 없고 그게 무슨 음악이냐'라고 생각하다가 계속 듣다보면 랩퍼 마다 목소리나 스타일이 다 다르다

는 걸 깨닫게 된다. 하지만 아직도 '랩은 구분이 되는데 비트야 뭐 쿵쿵딱 다 똑같지 뭐. 누가 만든 비트인지 구분이 되남' 이렇게 생각하

다가도 계속 듣다보면 프로듀서들 마다 제각기 스타일이 다르다는 걸 알게 되고 더더욱 내공이 쌓이다 보면 아주 미묘한 차이점까지 감지

할 수 있어 비트만 듣고 누가 만든 것인지도 알 수 있게 된다. (난 아직 그 경지까지는 도달하지 못했다.)

 

그래서 이런 관점으로 볼 때 활발한 활동을 하고 있는 국내 '전문' 비트메이커들의 음악을 가만히 듣다 보면 미묘한 자기만의 스타일이

느껴지는데 그 재미가 아주 쏠쏠하다. Mild Beats가 서정적이지만 우울한 정서가 담긴 스타일이라면 Loptimist는 거칠고 raw한 느낌을

극단적인 비트를 통해 귀를 즐겁게 해준다. 위 두 프로듀서들의 비트가 솔직한 정박 스타일이라면 가볍고 재지한 터치를 보여주지만 왠지

그 느낌이 차가운 Pe2ny의 음악도 있고 매우 발랄하고 블루지한 감성이 wet한 느낌마저 주는 Critickal P의 음악도 아주 좋다. (결정,

Keeproots, Keslo 등의 음악은 아직 많이 접해보지 못해 잘 모르겠다.) 그렇다면 이 포스팅의 주인공 Primary가 주는 느낌은 어떨까? 이

앨범 전체를 지배하고 있는 정서는 바로 ‘재즈’다. Primary 본인도 자신이 가장 하고 싶은 음악을 했다고 말하다시피 오히려 이 앨범은

힙합 앨범이라기 보다는 블루스/재즈/소울/훵크라는 보다 원론적인 흑인 음악에 대해 무한한 존경심을 비추고 있다. ‘재즈적인 접근을

시도한 힙합 앨범’이라기 보다는 ‘힙합적인 접근을 시도한 재즈 앨범’이라고 표현한다면 너무 과장일까?

 

컨템포러리 재즈 혹은 퓨젼 스타일이 전반적인 분위기를 이끌며 “Doo That”에서는 funk를, “Sol”에서는 스패니쉬한 라틴 재즈를,

“Moonlight”에서는 클래식 소울에 가까운 분위기를 내주고 있으며 많은 이들에게 사랑받는 “지붕 위의 바이올린”이나 정말로 ‘타이틀곡’

이라고 할 수 있을 만한 분위기를 보여주는 “Step Under The Metro”와 같은 곡에서 이전에 잘 접해보지 못했던 새로운 느낌도 만끽할

수 있는 즐거움을 준다. 한편 “Strange People”이나 “Exit Music”에서는 DJ Krush/Shadow의 음악을 좋아하는 사람들을 위한 배려도

아끼지 않고 있어 앨범 전체적으로 게스트 엠씨들의 이름들을 차치하고서라도 리스너들의 기대에 충분히 부응할 만한 요소를 갖추고

있다.

 

한편 기존의 다른 국내 힙합 앨범/프로듀싱 앨범에서도 재지한 느낌을 주는 음악은 많이 있었으나 이 앨범이 가지는 차별성은 밴드의

리얼 연주에 트럼펫, 색소폰, 플룻, 바이올린 등의 솔로잉이 가미되어 샘플과 루프 중심의 힙합 음악이 주는 반복적인 댄스 뮤직적 요소

보다는 감상적인 느낌이 더욱 강하게 든다. 하지만 개인적으로는 가장 좋아하는 프로듀서인 Critickal P의 그것에서 느껴지는 축축하고

댄서블한 그루브를 더욱 좋아하는데 그것보다는 다소 건조하고 스타일리쉬한 본 앨범이 내 개인적 취향과는 다소 거리가 있음은 어쩔

수 없다.

 

결국 글의 앞머리에서 얘기한 걸로 돌아가면 물론 “무투”나 “Soulfire”와 같은 예외도 있지만 대체적으로 Primary라는 프로듀서의 음악은

약간 건조하면서 스타일리쉬한 재즈라고 봐도 무방하지 않을까? 물론 음악이라는 게 반드시 어떤 한가지로 정의할 수 있는 건 아니지만

말이다.

 

(오랜만에 글을 쓰니 완전 리뷰처럼 돼버렸네..)

 

2006/12/18 (월) 11:4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