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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연휴 동안 본 괜찮았던 영화들

tunikut 2015. 2. 22. 23:36

간만에 각개 포스팅이 아닌 옴니버스식 포스팅으로. 이유는? 귀찮아서.


심성보 [해무] (2014)

 

 

사실 명량 무슨 해적 뭐 군도 이런저런 두음절 영화들 개봉했을 때 다른 건 전부 눈에 안들어왔는데 이 영화는 포스터부터 확 느껴지는 coarse한 느낌에 빠져들어 보고싶었다가 설연휴를 맞이해 드디어 보고야 말았고 느낌은 coarse한 걸 넘어서 corpse했다는 것인데 꽤 좋았다. 난 원래 이 영화가 재난영화인줄 알고 봤다가 전혀 아닌 것이 흥미로웠는데 다른 이들의 평가처럼 지나치다싶은 멜로 위주의 진행이나 후반부에 어설프게 너무 극적으로 치닫는 상황이 옥의 티였음은 부정할 수 없으나 (멜로를 줄이고, 결말은 찝찝한 완전범죄로 처리하는 게 더 좋지 않았을까 하는 개인적인 생각) 그래도 역시 내가 영화를 볼때 가장 중요시 하는 "몰입도"면에서 최고였기 떄문에 높은 점수를 주고 싶고, 김윤석씨의 완전 캐릭터에 빙의된 듯한 미친 연기 너무 너무 좋았다.

 

 

Wim Wenders [Lisboa Story] (1994)

 

 

묘한 영화다. 원래 빔 벤더스라는 감독에 되게 관심이 많고 보이는 족족 그의 작품들은 입이 찢어질 듯한 하품을 하면서도 꽤나 열심히 챙겨보는 편인데 볼 때마다 호불호가 꽤나 갈렸다. [파리, 텍사스]는 내 인생의 영화라고 할 정도로 사랑하는 영화이며, [베를린 천사의 시]도 그 깊은 실존의 희망어린 메세지 때문에 좋아하는데 그 밖의 영화들은 (물론 그의 작품들을 다 본 건 아니지만) 뭘 말하고자 하는진 알겠는데 너무너무 지루하기도 하고 메세지에 그닥 공감이 안돼서 별로라고 생각해왔었다. 근데 이 영화는 드디어 세번째로 나의 훼이버릿 빔 벤더스 무비에 올라오는 쾌거를 이루게 됐다. 영화가 상당히 느끼게 하는 바가 많은데 원래 영화를 통해서 뭘 느끼고 철학적인 게 어떻고 저떻고 그런 거 싫어하는 편이지만 빔 벤더스가 한번 맘먹고 던져주는 철학적 메세지에는 한번 삘이 오면 개공감하는 편이라서 그런지는 몰라도, 결말까지 다 보고 느껴진 그 묘한 여운은 이루 말할 수가 없더라. 뭐랄까.. 보는 이의 인생관이나 철학관에 따라 해석이 달라질 수 있을 것 같은데 순수성을 잃은 영화 예술에 대한 비판으로 시작했다가 그건 단지 '소재'일 뿐이고 정작 이 영화의 '주제'는 그런 비판의식에 사로잡혀 있지 말고 새로운 방향으로 바라보고 직설적으로 나아가자는 희망을 던져주는 느낌이랄까? 그게 무척 신선했다. twisting에 대한 twisting 뭐 그런 느낌? 역시 나에게, 빔 벤더스 감독은 여전히 지루하지만 위대하다.

 

 

Steven Quale [Into The Storm] (2014)

 

 


관심을 갖고 본 [그랜드 부다페스트 호텔]에 완전 개강간 당하고 분에 식식 대다가, 그래, 스트레이트한 헐리우드 영화나 하나 보고 자자 그러고 고른 영화인데 의외로 되게 좋았다. 왜 좋았냐면 오바하지 않고 식상하지 않고 중심이 흔들리지 않았다는 것. 1인칭 캠코더 시점을 중간중간 차용하며 사실감을 보였지만 그게 이젠 식상할 데로 식상한 '페이크 다큐'식의 오바를 보이지 않아서 좋았고, 약간의 멜로가 있었지만 그게 쓸데없이 장면의 낭비를 초래하지 않았으며, 당연히 죽었어야 되는 사람이 말도 안되게 살아나는 헐리우드식 오바를 역시 보이지 않아서 좋았다. 토네이도의 CG는 이미 회자된 바처럼 압도적이어서 킬링 타임용으로 눈이 즐거운 최적의 영화였고, 절정부의 '토네이도의 눈' 역시 재난영화에서 흔히 보지 못하던 판타지스러운 광경까지도 덤으로 느낄 수 있어서 좋았다. 이 정도면 잘 만든 재난영화라고 생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