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unikut's Cultural Paradise

favorite movies

David Lynch [Blue Velvet] (1986)

tunikut 2015. 2. 13. 14:17


나는 어릴 적부터 변태적인 게 있어서 중요하고 소중하고 더 취하고 싶은 것일 수록 아껴뒀다가 나중에 취하는 쾌감을 느끼는 묘한 버릇이 있는데 그래서 어릴 때 어떤 고속도로 휴게소에서 큰아버지하고 밥 먹다가 내가 얼른 맛없는 반찬하고 밥부터 챙겨먹고 나중에 천천히 음미하며 먹으려고 소세지들을 남겨뒀다가 큰아버지께서 넌 왜 소세지를 안먹냐고 내 소세지들을 모조리 뺏어먹으시긴 했지만, 여전히 그 습관은 지금도 유효하다보니 데이빗 린치 감독님의 열렬한 팬을 자처하고, 그의 영화 대부분을 다 봐왔지만 그의 대표작 중 대표작으로 꼽히는 이 [블루 벨벳]은 뻐팅기고 뻐팅기다가 나중에 보려고 하다가 최근에 미셸 공드리의 [무드 인디고]와 데이빗 크로넨버그의 [코스모폴리스]에 연거푸 실망을 하다보니 쎈거 한번 보고 싶어서 드디어 수십년을 묵혀둔 [블루 벨벳]의 봉인을 풀고야 말았는데..


역시 최고였다. 진짜 미치게 좋았다. 생각보다 린치 감독님 영화치고 꽤나 기승전결 친절하게 진행되는 영화였다는 점도 흥미로웠고, 뭐 그냥.. 다 때려치우고, 린치 감독님 리즈 시절의 카일 맥라클란과 로라 던을 본 것만으로도 난 좋았다. (로라 던이 섹시하다고 느끼는 사람은 나 뿐일까?) 영화의 백미인 "Blue Velvet"과 "In Dreams" 씬은 얘기를 하도 많이 듣고 했어도 역시 명불허전이었고, 데니스 호퍼의 미친 연기도 짱짱이었다. 또 이후 작품들의 소재들도 속속 등장하는데 예를 들어 데니스 호퍼 일당에게 붙잡혀 밤 도로를 질주하는 씬은 [로스트 하이웨이]의 모티브가 됐음이 분명하고, 후에 쥴리 크루즈가 다시 부른 " Mysteries Of Love"는 아예 [트윈 픽스]에서 다시 가져다가 쓰지 않았나. (나도 몰랐다. 그 노래가 이 영화에서 먼저 나왔다는 사실을.) 그 밖에도 클럽씬 자체가 [트윈 픽스]에 그대로 모티브를 제공했음은 분명하다. 


내년에 [트윈 픽스 시즌 3]가 나온다고 하니 진짜 개기대된다. 그리고 미드도 좋지만 감독님, 이제 음악 그만 만드시고 [로스트 하이웨이]나 [멀홀랜드 드라이브] 같은 거 영화 하나 어떻게 안되세요?